반도체 시황 혹한기 속 장비업체는 신바람

슈퍼 을 ‘ASML’, 2분기 순매출 69억 유로·당기순이익 19억 유로

SEMI, 내년 반도체 장비 매출 규모 1000억달러 돌파 전망

네덜란드 ASML 본사 전경 [출처=ASML]

반도체 불황 여파로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이 다소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이 깜짝 실적을 달성해 눈길을 끈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만들며 반도체 장비 산업에서 중대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소위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로 통한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올해 2분기 순매출 69억 유로(한화 약 9조8000억원), 당기순이익 19억 유로(약 2조 7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총이익률은 51.3%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은 19억 유로(2조7000억원)를 달성했다. 2분기 예약매출은 EUV(극자외선) 16억 유로를 포함해 45억 유로를 기록했다.

특히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7% 늘어난 것이자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5.7% 증가했다.

이번 ASML 실적은 반도체 혹한기 속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ASML 2분기 실적으로 각각 매출 67억4000만 유로와 순이익 18억2000만 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실적 배경으로는 심자외선(DUV) 리소그래피 장비 매출이 견조했기 때문이다. DUV는 메모리 칩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데 스마트폰부터 랩톱과 서버 등 다양한 장치에 탑재된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불확실성이 확대됐지만 ASML은 견실한 DUV 매출을 토대로 올해도 강력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전년 대비 30%에 근접한 순매출 증가와 매출총이익률의 소폭 향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장비 대장인 ASML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년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도 온기가 돌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장비·재료 관련 국제 협회인 SEMI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이 작년 대비 19%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전공정과 후공정 장비 매출이 늘면서 반도체 장비 매출 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테스트 장비와 어셈블리·패키징 장비 부문 매출이 올해보다 각각 7.9%, 16.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짓 마노차 SEMI CEO는 “현재 글로별 경기 침에 상황 속에서도 반도체 장비 시장은 2023년 조정 후 2024년 강력한 반등을 보일 것”이라며 “특히 첨단 애플리케이션의 수요로 인해 굳건한 장기 성장 전망은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