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익 한사투 대표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제공=한국사회투자]

2022년 11월, Chat GPT가 처음 발표됐을 때 대다수 사람들은 또 하나의 앱이 출시됐나 하며 시큰둥했다. 그러나 놀라운 기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단 두 달 만에 1억 명이 가입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이제 1년이 넘은 지금, 세상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문장뿐 아니라 사진을 보며 사람과 대화하는 GPT-4o가 등장했고, Microsoft에서도 Copilot을 검색 엔진에 탑재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가 접하고 있는 생성형 AI는 대화형, 음성형, 이미지 생성형, 동영상 생성형으로 나뉜다. 대화형 AI에는 Chat GPT(Open AI), Copilot(Microsoft), Gemini(Google), CloverX(네이버) 등이 포함된다. 최근에는 음성 생성 AI인 일레븐랩스와 타입캐스트, 그리고 그림을 그려주는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DALL-E)와 동영상 생성 AI인 Gen3-Alpha 등이 출시되었다. 또한 AI 엔진이 적용된 앱은 이미 셀 수도 없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AI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사업 환경도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교사, 변호사, 회계사, 의사, 기자 등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이 많이 요구되었던 분야에서 AI는 신속성과 정확성으로 속속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또한 음악, 미술, 소설 등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창작하는 분야에서도 인간 못지않은 실력을 내고 있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현재의 AI 붐은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던 1990년대보다 더 혁명적인 변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AI 도입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든 디지털기기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망 관리나 고객 응대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나 CJ와 같은 기업에서는 AI 카피라이터를 통해 고객의 성향에 맞춘 마케팅 메시지를 생성하고 있으며, 블룸버그는 고급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자체 GPT를 활용하고 있다. 주요 언론사의 다양한 기사도 이미 AI가 작성하고 있는 것은 표준이 되었다. 가히 AI 산업혁명이라고 칭해도 좋을 수준이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창업을 고민하거나 시작한 기업들은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ICT를 전공하거나 관련 경험을 가지고 있는 IT 기술 기반의 창업자들은 대부분 사업모델을 AI 기술 기반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과 출신의 창업자들은 AI 시대의 도래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AI는 전문적인 IT 지식이 없어도 쉽게 활용이 가능하다. 인간이 만든 다량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대화형으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너무나도 흔한 앱 플랫폼이 과거에 산업계를 혁신했던 것처럼 지금의 혁신적인 AI도 가까운 미래에는 보편적인 서비스 기능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은 사업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업 전략, 사업모델, 상품, 서비스에 AI 기술을 잘 스며들게 해야 한다. 아직 AI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 않은 회사나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 창업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면서 또한 타 스타트업의 사례를 참조하여 자신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기를 바란다.

① AI를 활용하여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이나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가?

루닛, 뷰노, 프로메디우스와 같은 스타트업들은 의료 영상 데이터를 AI 기술로 분석하여 암, 뇌질환, 결핵 등을 예측하고 진단한다. 이들 스타트업은 기존의 의료 전문가가 수행하던 진단 영역을 AI가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획기적으로 단축된 시간 내에 진단 결과를 제시한다. 이는 의사들이 더 고도화된 업무를 수행하고 병원의 운영비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며, 결과적으로 치료 품질을 향상시켜 환자에게 큰 도움을 준다.

마약류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일리아스AI의 사업 모델은 매우 흥미롭다. 이 회사는 개의 임무를 대신할 수 있는 뛰어난 전자코를 개발하여, 국제우편을 통해 반입되는 마약류를 탐지한다. 일반적으로 개가 엄청난 양의 우편물을 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AI 기반 전자코는 30분 탐지를 수행하면 2시간 휴식을 취해야 하는 개들을 대체하여 24시간 연속적으로 작동한다. 필로폰이나 대마의 탐지율은 90% 이상으로 초기 검사에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이 기술은 음식물 위생, 유독물질, 그리고 암 진단 등 여러 분야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후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탄소 감축 활동은 여러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농업 분야도 탄소 배출의 약 1/4을 차지하며, 특히 벼농사에서는 물 관리가 중요한 탄소 배출 감축 요소이다. 사람이나 센서로 논물을 관리하는 기존 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땡스카본은 위성 영상 데이터분석에 AI 기술을 적용하여 논물 관리를 과학적으로 가능케 하였다. 이 기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벼농사 지역 중 하나인 베트남에도 적용을 시작했다.

② AI가 도입되면 기업이 속한 가치사슬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방송을 다른 언어로 더빙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했다. 대사를 번역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당 언어를 능숙히 구사하는 전문 성우가 배우의 입 모양에 맞춰 더빙을 하고 보정 작업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방식을 혁신한 기업이 있다. 허드슨에이아이는 AI 기술을 적용하여 세계 각국의 음성으로 자동 더빙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의 번역가-성우-더빙 절차를 모두 자동화하였으며, 심지어 해당 국가의 발음에 맞는 입 모양까지 학습하여 구현한다.

우리가 힘들게 분류해서 버린 재활용품은 재활용품 집하센터에서 사람이 일일이 종류별로 꼼꼼하게 분류한 후 에야 재생자원 공장으로 보내진다. 에이트테크는 이러한 분류 작업을 로봇이 수행할 수 있도록 AI 기술을 적용하는 회사이다. 로봇에 탑재된 AI는 광범위한 재활용품 데이터를 학습하며, 모양, 크기, 재질 등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24시간 365일 정확한 분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3D업종으로 인력 확보가 매우 어려운 재활용센터에는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③ AI로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고도화시켜 원가를 절감하고 매출을 늘릴 수 있는가?

고객 상담을 통해 법률 및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최근에 AI스타트업의 도움을 받아 사업 프로세스를 혁신했다. 기존에 직원이 직접 수행하던 고객 상담 업무를 24시간 AI 기반 챗봇(Chatbot)으로 고도화시켰다. 이 변화는 회사의 경쟁력을 다방면으로 강화시켰다. 우선, 상담 인력의 대폭 감소로 매출 원가 중 인건비 지출이 크게 절감되었다. 또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고객의 니즈와 선호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는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상품을 고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직원 교육을 AI 기반 앱으로 자동화한 크디랩과 같은 회사는 여러 기업이 직면한 교육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준다. 일반적으로 영업사원을 제대로 교육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크디랩은 영업사원의 고객 응대 시나리오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학습시켜, 가상 인간을 통해 다양한 상황별로 영업사원이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이 시스템은 고객에 대한 피드백뿐만 아니라 영업사원의 자세, 표정, 시선, 목소리 톤까지 교정해 줄 수 있다. 이러한 AI 솔루션을 도입한 회사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정수장 운영은 오랜 경험에 따른 판단이 요구된다. 따라서 경험 많은 근무자들에게 크게 의존하지만, 판단 실수로 인한 회복 비용이 상당히 드는 구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적정 공정 가동 시간, 약품 투입량, 유량 등의 수치 설정과 기상 데이터 등의 복잡한 관계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에셈블은 AI를 적용하여 다양한 고려 요소를 반영해 최적의 조건으로 정수장을 자율 운영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수도물의 품질 향상을 가능케 한다.

많은 이들이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반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나고 있다. 스타트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따라서 스타트업에게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AI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에 통합하고, 데이터 중심의 고객 경험을 강화하여야 한다. 생태계 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십도 강화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접근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확보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이를 고도화하고 차별화해야 한다. 최근 창업자들은 AI 비서를 활용해 1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AI로 변화된 사용자의 습관과 니즈를 신속히 파악하고, 이를 적시에 적용해 수익화할 수 있는 기업만이 미래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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