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글로벌R&D센터 입주 1주년을 기념하는 사내 블라인드 노래 경연대회에서 정기선 부회장(왼쪽)이 대회 우승자에게 상금 300만 원을 건네는 모습.ⓒHD현대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여러분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새로운 조직문화 지난 2022년 12월 경기도 판교 글로벌R&D센터(GRC)에서 개최한 비전 선포식에서 언급한 발언이다. 새로운 기업문화 구축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새로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28일 HD현대에 따르면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루한 '중후장대' 기존 이미지에서 젊은 기업 이미지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보수적 기업을 과감히 탈피하고 첨단 기업으로 이미지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상명하복'과 '위계질서'를 과감히 버리고 직원 눈높이에 맞춘 제도들이 빠르게 안착하면서 체질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제계에서는 소탈하고 겸손하다는 평을 받는 정기선 부회장의 인간적인 리더십 효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부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맏아들로 1982년 5월3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일외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했다가 2013년 현대중공업에 재입사했다.

그룹 기획‧재무팀뿐만 아니라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현대중공업 선박‧해양 영업본부 대표 등을 거치며 경험을 축적해왔습니다. 정 부회장은 재벌3세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겸손하고 소탈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회사 중역들에게는 몸을 낮추고 직원에게도 말을 높인다는 후문이다.

정 부회장의 이런 성격은 HD현대의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사업 개척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GRC 4층 중정에서 올려다본 모습.ⓒEBN

정 부회장이 과감히 사명 변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2022년 비전 발표 당시 20여년간 쓰인 현대중공업그룹이라는 명칭을 'HD현대'로 바꿨다. 한정적인 제조업 이미지에서 탈피해 미래사업 추진에 힘을 실겠다는 취지다.

이어 계동 사옥 시대를 마감하고 경기도 판교 R&D센터로 이전했다. IT기업이 즐비한 판교에 사옥을 세운 만큼 미래 신사업 및 변화의 의지도 담겼다.

이 센터는 가로·세로·높이 90미터의 정육면체 건물로 짙은 회색(Heavy Grey)의 큐브 모양을 하고 있다. 겉모습은 일반 건물과 다를게 없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IT기업을 방불케 한다.

가장 큰 특징은 건물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보이드(void)' 공간으로 5층부터 20층까지 한 눈에 올려다 볼 수 있도록 했다.

보이드 공간에선 안락한 회의 공간 등이 층마다 마련돼 있다. 보이드 공간이 곧 커뮤니케이션 공간인 셈이다. 각 층은 데크식 계단으로 연결되게끔 했다. 천장에서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입주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 공간 채도가 높다. 천장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친환경적 전기도 생산한다. HD현대 직원들 입장에서는 '일할 맛 나는 작업장'인 셈이다.

정 부회장은 또 다양한 제도와 혜택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는 물론 임직원들이 모델로 참석한 ‘GRC(글로벌R&D 센터) 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정 부회장이 직접 임직원 심사단에 참가해 본선 진출자들의 춤동작을 따라 하는 모습은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결승전 당일에도 무대를 관람하고, 시상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 정기선 사장은 신입사원과의 솔직 토크 시간을 가지며 직원들과의 소통 접점도 넓혀나가고 있다.

이 밖에도 HD현대는 K리그1 축구팀 울산HDFC 선수단 팬사인회, 비즈니스 캐쥬얼 패션 정착을 위한 패션쇼 등 다양한 사내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직접 연사가 되어 강연하는 '꿀팁 공유회'와 꽃꽂이, 위스키 테이스팅, 인문학 수업 등 다양한 문화강좌를 개설해 임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HD현대는 임직원들의 결혼과 출산도 통크게 지원한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 임직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호텔급 결혼식을 치를 수 있도록 주말에는 GRC 사옥 내 다목적공연장인 '아산홀'을 고품격 결혼식장으로 탈바꿈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 3년 간 자녀 1인당 총 1800만원 교육비를 지원하며, 최장 10시까지 운영하는 직장어린이집 ‘드림보트’를 운영, 전 계열사 유연근무제 실시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직원 복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HD현대 '꿀팁공유화' 현장.ⓒHD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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