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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한국사회투자 스타트업 스케일업 1/2

  • 송고 2024.09.11 08:38 | 수정 2024.09.11 08:40
  • EBN 관리자 외부기고자 ()

이종익 한사투 대표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한국사회투자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한국사회투자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이렇게 시작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이 명문은 가정의 행복과 불행을 통찰하지만,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실패하는 기업들은 제 각각의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구성원들은 서로를 비난하거나 변명하기에 급급하다.반면, 성공하는 기업들은 공통된 성공 요소를 지닌 경우가 많다.스타트업 초기에는 수많은 난관을 겪지만, 이를 극복하면 마침내 성공의 궤도에 올라서는 순간이 찾아온다.이 시기를 우리는 '스케일업 단계' 라 부른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미국에 비해 초기 생존율이 현저히 낮다.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의 5년 생존율은 30%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50%를 넘는다.이러한 차이는 정부의 지원, 창업 및 투자 생태계의 구조 등 여러가지 요인에 기인한다.하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시장의 규모와 성장기(스케일업) 단계에서의 자금 공급이라고 판단된다. 한편,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한국은 기업가 정신과 경영 역량 측면에서도 뒤처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언제까지 환경 탓만 할 것인가?이제는 뛰어난 경영 역량을 갖추고, 글로벌 경쟁에서 진정한 승부를 겨뤄야 할 때다.이번 칼럼에서는 스케일업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들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정리하고자 한다.실패의 원인을 찾는 데 머무르는 조직이 아닌,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공통된 요소들을 갖춘 조직이 되어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회사의 거버넌스, 인사, 조직문화 등 인적 자원과 운영에 중점을 두고 정리하고자 한다.다음 기고에서는 경영전략, 매출, 재무, KPI 관리 등의 요소를 다뤄보고자 한다.


최근 중대한 경영 위기에 봉착한 두 명의 대표를 만났다.이들은 창업한 지 3~5년 된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었으며, 두 회사 모두 대표의 탁월한 역량과 영업 능력으로 미래가 촉망받던 기업들이었다.그러나 양 사는 매출과 연관된 밸류체인에서 문제가 발생되어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고, 사업 종료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물론 회사가 종업원의 급여를 적시에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법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는 인내하기 어려운 부담 요소이다.


스타트업은 구성원의 단합이 매우 중요한 동력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봉착하자 구성원이 한 마음으로 뭉쳐서 이겨내고자 하기 보다는 각 자의 권리만 주장하며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모습들이 보여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한 회사는 경영난이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직원 2/3가 퇴사했고, 다른 회사는 구성원들이 사업 수행보다는 개인적인 잇속 차리기를 최우선시하는 행태를 보여줬다.이러한 모습은 조직원들이 스타트업 핵심가치로 얼마나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는가를 짐작하게 된다.


스타트업은 고객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차별화된 솔루션을 바탕으로 사업화를 진행한다.이 때문에 창업 초기에는 사업 목적과 목표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다.하지만 창업 후 PMF(Product Market Fit)와 사업 모델 수정(피봇팅(pivoting)) 을 거치는 과정에서 본질적인 사업 목적이 흐려지는 경우가 빈번하다.생존을 위해 목적과는 다른 수익 사업이나 R&D 사업에 손을 대면서, 창업시의 열정과 결의가 사라지는 것이다.이 경우 조직의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직원들이 속속 이탈한다.이러한 상황은 스케일업 단계에서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다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사업이 안정적으로 스케일업되기 위해서는 조직 체계와 거버넌스 구조를 철저히 정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주주 명부에 대한 정리는 중요한 첫 단계이다.창업 초기 운영 자금이 급했던 상황에서 회사와 방향이 맞지 않는 투자자들이 주주로 참여한 경우, 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소액 주주들과는 협상을 통해 지분을 회수하고,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지 않는 주주들은 적절한 시점에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정비 과정을 통해 스타트업은 더욱 견고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한편, 이 시기에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는 공동 창업자 간의 결별이다.


초기에는 뜻을 함께하며 조화를 이루었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창업자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 공동 창업자들이 결별하게 되면, 대다수의 회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 각 자 맡았던 전문 분야가 무너지면서 회사의 경쟁력도 급속히 악화된다.더 나아가, 이탈한 공동 창업자가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유사한 사업을 창업해 경쟁자로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회사 설립 시 공동 창업자 간에 상세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이 계약은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고, 공동 창업자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동업이 가장 잘 되는 국가로 중국이 꼽히는 반면, 한국은 동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국가 중 하나에 속한다.한국의 동업가들은 창업 시 몇 장에 불과한 형식적인 동업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반면, 중국의 경우 동업계약서는 책 한 권 분량으로 매우 상세하다.우리나라에서는 동업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고, 작성된 계약서마저도 허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지금이라도 동업자 간 계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할 것을 권고한다.계약서에는 각자의 역할과 책임, 의무와 조건, 패널티 조항 및 계약 해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핵심 인재 확보 및 유지가 중요하다.R&D와 영업 등 회사의 핵심 분야에 있는 인재들은 스톡옵션, 주식보너스나 금전적 인센티브 등 적절한 보상을 통해 조직에 깊이 관여하게 해야 한다.이를 통해 이들이 회사의 성과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또한, 회사의 성장 단계에 맞춰 투자자들도 재편되어야 한다. 시리즈 투자 라운드를 이끌어줄 수 있는 적합한 주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이나 친구 주주들은 이 시기에 자연스럽게 엑싯(Exit)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더불어,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균형감각을 갖춘 경험 많은 시니어를 영입하여 경영에 조언을 구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위험 요소는 더욱 다양해 지고 이에 따라 식견이 높은 경영진이 대표의 경영의사결정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신구의 조화는 조직은 더욱 안정적이면서도 지속 성장토록 하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는 인사 및 조직관리 분야에 대해 살펴보자.이 시점이 되면 조직의 규모는 두 자릿수 이상으로 크게 증가한다.창업 초기에는 한 마음으로 뭉쳐 일하던 분위기가 시간이 지나며 부서 간 이기주의나 반목이 발생하기도 한다.따라서, 회사에 맞는 성과관리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많이 사용되는 성과관리 시스템으로는 MBO(목표에 의한 관리)와 OKR(목표와 핵심 결과)이 있다.어느 제도가 더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회사의 조직 문화와 미션, 비전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없지만, 2~3년간 운영하다 보면 운영 노하우가 축적될 것이다.


최근 조직문화는 평가보다는 코칭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평가 주기와 방식도 과거의 정기적 평가보다는 상시적인 피드백 세션을 통해 업무 품질을 높이고 있다.평가와 보상은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스타트업의 경우, 공동체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평가와 보상을 결합하는 방식이 최적이라 할 수 있다.


조직의 미션과 비전 공유는 조직 문화 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스케일업 단계에 접어들면 조직의 미션과 비전이 더욱 뚜렷해진다. 중요한 것은, 미션과 비전은 단순히 대표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함께 토론을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절차를 통해 미션과 비전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특히 신규 직원들에게 이러한 미션과 비전을 철저히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자신들이 만든 미션과 비전을 공유하는 조직은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스타트업들은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야 한다.이를 위해 눈에 잘 띄는 곳곳에 재미있고 창의적인 표현과 함께 게시하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예를 들면, "함께 만드는 100억, 함께 이루는 성공", "십만 고객, 하나의 목표, 하나의 팀", "끊임없이 도전, 끊임없이 2배 성장" 등 구체적인 목표를 숫자로 표현하기도 한다."생각을 뒤집어, 게임을 바꿔", "고객을 열광하게, 경쟁사를 당황하게"와 같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문구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영감과 동기부여를 제공한다.이러한 시도는 구성원들에게 도전 정신과 혁신 마인드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시점에서는 리더십에도 변화가 필요하다.초기에는 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이제는 보다 분산된 리더십이 요구된다.대표가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으며, 모든 분야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대표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예를 들어, 대표가 R&D에 강점이 있다면 CTO 역할을 맡고, CEO는 경영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또한, 경영 의사결정도 더 이상 대표 1인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주요 경영진들이 깊은 토론을 거쳐 결정을 내리는 집단 지성의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더욱 건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대표가 중심이 되어 모든 구성원과 직접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와 같은 방식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팀 간의 반목을 초래할 수 있다.이 단계에서는 개방적이고 투명한, 정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또한, 팀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조정하는 갈등관리자를 지정하여 운영하는 것도 유효하다.팀 간 정기적인 피드백을 위한 워크샵을 통해 서로의 불만이나 아쉬운 점을 해소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이 시기에는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의하는 규정과 지침이 필수적이다.


팀원들이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업무 지연과 혼란이 발생하며, 결국 인적 자원이 낭비된다.명확한 역할 정의는 팀워크를 강화하고, 팀 간 협업의 효율성을 높인다.때로는 프로젝트마다 가상의 팀을 만들어 협업하는 모델을 적용하는 스타트업도 있다.특히, 미디어나 영상과 같은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에서 이러한 방식이 많이 활용된다.프로젝트마다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과와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를 갖추면 보다 효율적 업무 관리가 가능하다.스케일업 단계에서는 체계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명확한 역할 정의가 핵심이다.이를 통해 강화된 팀워크와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이 가속화된다.


10여 년 전 개봉한 브래드 피트(빌리 빈 역) 주연의 야구 영화 “머니볼”이 있다.이 영화에서는 자원이 부족한 조직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재정적으로 파산 직전이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구단은 고액 연봉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며 위기를 맞았다.단장인 빌리 빈은 이 위기를 혁신적인 전략으로 돌파했다.야구에는 문외한인 경제학을 전공한 직원(피터 브랜드)게게 선수를 선발하는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그는 통계적 분석을 통해 저 예산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수들을 스카우팅하고 팀을 구성했다.


빌리와 피터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대 팀에 강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20연승이라는 불멸의 대기록을 세우며 팀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 영화는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조직 상황에 맞는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 그리고 구성원들의 장점을 극대화 시켜 조직 전체의 성과를 높이는 전략이 핵심이다.여러가지 문제로 불만이 많던 조직원들에게 피터 브랜드는 "We're not trying to solve the problem. We're trying to solve the problem differently."라는 말로 조직원들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힘들게 여러 난관을 뚫고 스케일업의 문턱에 다다른 스타트업 대표들과 구성원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머니볼”이 보여준 것처럼 조직원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단합력을 최고로 높일 때 스타트업의 파워는 기대 이상이 된다.지면을 통해 살펴본 여러가지 준비를 통해 큰 실패 없이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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