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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통령의 이율배반적 물가 인식

  • 송고 2024.09.06 11:47 | 수정 2024.09.06 11:48
  •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생활산업부 이윤형 기자

생활산업부 이윤형 기자

인식(認識)의 차이는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나타나고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차이는 개인 혹은 집단의 사고 흐름이나 삶 환경의 다름에서 발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認知) 대상에 따라 나타나는 인식의 차이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같은 대상임에도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이중적 잣대를 들이댄 인식법이라면 어떤 주장이라도 납득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분노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잣대가 다른 인식. 윤석열 대통령의 물가 인식이 딱 그렇다.


취임 81일 만에 국민 지지율 30%가 붕괴된 이후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은 임기 내내 2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연일 내리막을 걷고 있다.


낙제 수준의 국정 운영 평가로 낮아진 지지율에 민심과 직결되는 장바구니 물가는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감춰야 할 '시한폭탄'으로 인식했을 터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에 정부가 기를 쓰고 직접 가격 통제에 나서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매일 오르는 물가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지만 정부는 물가 상황을 발표할 때마다 '안정적'이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정부가 기대는 것은 최근의 물가 상승률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에 그치면서 3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수치로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일 뿐이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물가가 이번에는 조금밖에 안 오른 게 뭐가 중요하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계에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생활물가는 20% 가까이 치솟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 현실을 외면한 채 수치에만 매달려 민심을 안도 시키려는 모습은 정부의 현실 감각이 얼마나 무뎌졌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쉽게 내뱉는 '물가는 안정적'이라는 말을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대통령의 물가 인식은 사적인 사안에서는 안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퇴임 뒤 거주할 사저 경호 시설을 신축하기 위해 14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호 시설 신축 사업비는 이전 정부 대비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49억2900만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67억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예산이 이처럼 높게 책정된 이유로 "물가 상승분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생계와 직결된 장바구니 물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안일하게 대응하는 정부가 정작 대통령 개인의 경호와 관련된 사안에서는 물가 상승을 민감하게 반영한 것이다.


물가 상승을 이유로 막대한 예산을 책정하는 정부가 국민에게는 물가가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이중적 태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통령 퇴임 후 경호시설에 140억 원을 쓰는 것이 물가 상승의 결과라면, 국민이 매일 마주하는 물가 상승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장바구니 물가와 같은 실질적인 민생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다. 경제지표를 왜곡하며 스스로를 기만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의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는 단순한 요구가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허울 뿐인 안심 메시지가 아니라 책임감 있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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