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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 위기 놓인 강남 최고급 주거단지 ‘더팰리스73’…무슨 일?

  • 송고 2024.09.10 15:17 | 수정 2024.09.10 15:55
  • EBN 이승연 기자 (lsy@ebn.co.kr)

분양가 최고 500억, 브릿지론 규모 4000억대 대형 프로젝트

사업성 평가 '보통' 불구 대주단은 브릿지론 만기 연장 거부

일정 수준 분양률 달성 실패…시공사 시공계약 무산도 한몫

대주단 자금 회수 결정…사업자 공매시 대주단 손실 불가피

ⓒ더팰리스73 홈페이지 캡처

ⓒ더팰리스73 홈페이지 캡처

서울 서초 반포의 옛 쉐라톤팔레스 호텔 부지에 들어설 강남권 최고 하이퍼엔드 주거단지 '더팰리스73'이 첫 삽도 뜨기 전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대주단이 브릿지론 연장 조건으로 일정 수준의 분양률 달성을 요구했으나 이에 미치지 못하자 자금 회수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사업은 멈췄고, 시행사는 당장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시공사와의 시공 계약도 없던 일이 되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 반포동에 새롭게 선보일 고급주택 '더팰리스73'가 착공도 전에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더팰리스73은 서초구 반포동 옛 쉐라톤팔레스 호텔 부지를 헐고 지어지는 지하 4층~지상 35층 2개동의 58세대 아파트와 15실 오피스텔로 구성된 하이퍼엔드 주거단지다. 최고 분양가는 500억원, 지금껏 일으킨 브릿지론만 4050억원 대로 수도권 공사 중에서도 대형급 개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시공사는 삼성물산, 시행사는 부동산 디벨로퍼 '더랜드그룹'이다. 시행사는 더팰리스 73사업장을 대상으로 2022년 첫 대출 이후 지금껏 총 네번에 걸쳐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자로 브릿지론 만기 연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주단이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해서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부동산 PF 연착륙 방향'의 일환으로 사업장 PF 사업성 평가 등급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화하고, 이 중 PF 대출 만기 연장이 4번 진행된 사업장은 ‘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또한 사업성 부족 사업장(유의·부실 우려)의 대주단은 당국에 재구조화, 경·공매 등의 개선 계획을 제출토록 했다.


정부 발표를 대입하면 더팰리스73은 부실 우려의 사업장으로, 대주단이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다만 해당 사업장은 지난 5월 정책 발표 전, 이미 PF 평가에서 정상인 '보통'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PF 구조조정 정책 발표 이후 대주단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면서 '정상' 현장임에도 대출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주단은 대출 만기 연장을 위해 시행사 측에 약 35% 이상의 분양률 달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실제 달성 분양률은 이를 하회했고, 대주단이 만기 연장을 거부한 결정적 근거가 됐다.


여기에 시행사와 시공사간 도급계약에서 분양률이 저조할 경우 시공사, 즉 삼성물산과의 시공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대주단의 결정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분양률도 낮은데 업계 최상위 시공사와의 계약마저 없던 일이 되면 해당 사업장의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이엔드 주거단지라는 요소가 저조한 분양률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이엔드 주거단지는 금리가 낮을 때만 해도 없어서 못 파는 부동산이었다. 차별화 된 아파트를 찾기 위한 수요가 늘면서 보다 '고급화'된 물량에 수요가 몰렸고, 고분양가임에도 속속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기가 시작되고 고금리 기조까지 겹치면서 비싼 이미지의 하이엔드 주거단지 수요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강남권만 해도 'PH 129' 등과 같은 하이엔드 주거시설이 연이어 공급됐지만, 분양 성과는 좋지 않았다. 강서구 공항동에 들어선 '더 트루엘 마곡HQ'도 '하이엔드'를 강조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추진됐다 고분양 논란에 결국 '하이엔드'를 뗀 아파트로 용도변경한 후 재분양에 나섰다.


더팰리스73 사업 무산으로 시행사는 지금껏 빌린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곳간에 여유가 없다면 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이자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감소가 예상된다. 사업성이 더 나빠졌단 의미이기도 하다.


대주단 입장에서 손실이 적은 건 사업장 매각이다. 하지만 개선 계획의 일환으로 공매가 진행되면, 이는 대주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해당 사업장의 대주단 구성은 선순위 3300억원, 중순위 550억원, 후순위 200억원 등으로, 선순위 대주단에는 ▲롯데손해보험 1000억원 ▲새마을금고지점 14곳 500억원 등이 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유동화회사를 통해 자금 조달에 참여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초호화 단지들이 최근 할인분양·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며 "하이엔드 단지에 대한 수요는 줄었는데 물량은 넘치다보니 분양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어도 대부분이 입주자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팰리스73가 시장 등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최상위 1%를 타겟으로 한다고 해도 대부분 소규모 단지로 조성되는 데 결국 이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다 보니 결국 PF 무산으로 이어진 듯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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