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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쏘아올린 공...에어부산 분리매각 이뤄질까

  • 송고 2023.11.28 14:35 | 수정 2023.11.28 14:36
  • EBN 이승연 기자 (lsy@ebn.co.kr)

부산시 및 상공계, 에어부산 매각 위한 민관 TF 꾸려

여권, 총선 위한 전략 에어부산 존치에 힘 실어

산은 입장 변화 감지...에어부산 매각 ‘회의’→‘중립’

화물 이어 핵심 계열사 매각...아시아나 인수 매력도 저하 우려

[출처=에어부산]

[출처=에어부산]

‘설(說)’로만 돌던 에어부산 매각설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부산 기반의 주요 주주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에어부산의 주인을 바꾸려는 구체적인 움직임 포착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점차 에어부산 매각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지역과 정치권 입김에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 태도도 종전 에어부산 매각 ‘절대 반대’에서 ‘중립적’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물 사업 매각에 이어 알짜 계열사인 에어부산 매각설까지 힘을 받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급격한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논의한 민관협력 TF는 전일인 27일 최근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이번 첫 회의에는 부산시 이성권 경제부시장과 신정택 전 부산상의 회장, 김은수 동일 대표 등이 참석했다. TF는 올해 안에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위한 법적 절차 해결과 인수 주체, 대략적인 인수 금액 등을 정해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분리매각을 공식 요구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에어부산 매각을 위한 부산 상공계의 공식적인 첫 행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TF 구성원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은 바로 ‘동일’이다. 동일은 에어부산 지분 3.3%를 보유한 부산 지역 중견 건설업체로,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에어부산 2대주주다. 사실상 에어부산 매각에 주요 주주가 움직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종각 동일 회장은 이번 TF에서 에어부산 인수에 동원해야 할 자금과 방법 등을 결정한다면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동일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 40%를 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27일 에어부산 종가가 2885원을 대입하면 대략 1500억~2000억원 수준이다. 작년 말 연결 기준 동일의 유동성 자산은 4000억원에 달하나 같은 기간 현금은 71억원에 불과하다. 시민 공모를 통해 부족한 인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지만, 에어부산 매각이 실제 현실화 될 경우 적합한 인수 후보자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동일이 ‘쏘아올린 공’에 부산 지역 상공계가 반응하고 급기야 정치권까지 힘을 보태면서 설에 그치던 에어부산 매각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분위기다. 그 중에서도 여권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기반으로 신가덕 공항 건설과 에어부산 존치, 엑스포 유치 등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보궐선거에서 패한 여권이 이날 발표되는 부산 엑스포 유치 조차 실패하면 에어부산 존치에 힘을 더 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 지역과 정치권 입김에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산업은행 태도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 일환으로 이들이 보유한 LCC,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3사를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미 정해진 국가 사업인 만큼 에어부산 분리 매각에 산은은 줄곧 ‘회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M&A 지연이 길어지는 가운데 지역과 정치권 압박이 가해지면서 산은 역시 ‘중립적’인 태도로 변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부산에 방문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부산 상공계의 에어부산 분리 매각 요청을 받고 “EU 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업계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대한 EU의 기업 결함 심사가 또 다시 지체될 경우 부산 상공계와 정치권은 물론 회사 내부적으로도 매각 요구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도 그럴게 에어부산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지체로 인해 새로운 기재 도입은 물론 신규 노선 확보가 모든 차단된 상황이다. 수익성이 한정된 가운데 운영자금을 위해 돈이 필요하지만 열위한 아시아나항공 재무 상태에 기댈 수가 없다보니 자체적으로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까지 고려하고 있다. 사실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에어부산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앞서 이미 화물사업이라는 알짜 사업을 매각한 아시아나항공이 핵심 계열사인 에어부산까지 매각하게 되면 그야말로 남는 게 없다는 점이다. 만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딜이 무산될 경우 새 주인을 다시 찾아야 하는 아시아나항공에게는 인수 매력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에어부산 매각이 결정되면 대한항공은 빈 껍데기만 끌어안는 셈이 된다. 그나마 이익을 내는 에어부산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열악한 수익성 및 재무적 지표를 상쇄할 수 있는데, 에어부산을 내줄 경우 그런 호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설에 그치지만, 내년 1월 말 EU 심사 결과에 따라 에어부산 매각 여부는 더욱 구체화 될 것”이라며 “다만 에어부산 매각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에게 부담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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