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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선만 '조선 강국'…유조선·컨선 시장 되찾아야"

  • 송고 2024.09.01 06:00 | 수정 2024.09.01 06:00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Q-Max·초대형 컨선 '싹쓸이' 중국, 시장 점유율 66%

LNG선 발주 늘어나며 중국 조선업계 도전도 거세져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제공=EBN]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제공=EBN]

"LNG선 발주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당장은 한국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이는 전체 조선 시장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중국이 장악한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10년 후 한국 조선업의 위상은 현재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양종서 박사는 '조선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조선업계는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 벌크선을 중심으로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을 수주했다. 한국 대비 낮은 가격을 앞세워 저가수주로 일감을 채웠으며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는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초대형 선박 건조에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 당시 중국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 조선업계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발주량은 3322만CGT로 집계됐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1382만CGT)보다 2분기(1940만CGT) 발주량이 더 많았다.


상반기 기준 중국은 전체 발주량의 66.1%인 2197만CGT를 수주한 반면 한국은 21.5%(715만CGT) 수주에 그쳤다. 한국과 일본(150만CGT, 4.5%)이 전체 발주량의 4분의 1 정도를 수주하는 사이 중국은 3분의 2를 가져갔다.


2분기 발주가 더 많았음에도 한국의 수주는 1분기(466만CGT)보다 크게 줄어든 249만CGT에 그쳤다. 27만㎥급 'Q-Max' LNG선 18척과 다수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중국이 2분기 글로벌 선박시장을 주도했다.


'Q-Max'의 경우 17만㎥급 선형의 병렬건조에 최적화된 글로벌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의 건조 요구를 고사하며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수혜를 받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1만2000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은 중국이 66척을 모두 가져갔고 한국은 7900TEU급 2척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글로벌 시황 호조로 컨테이너선 발주를 검토하는 선사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중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높은 기술력과 안정성을 요구하는 가스선 시장에서는 한국이 71%의 선박을 수주하며 가스선 시장 강자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문제는 '조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시장이 가스선 뿐이라는 점이다.


LNG선 시장에서도 중국의 도전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황 호조로 급격히 증가한 LNG선 수요를 '조선 빅3'가 감당하지 못하면서 선사들은 후동중화조선을 비롯한 중국 조선소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다롄조선, 양즈장조선, 장난조선소, CMHI-장수 등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LNG선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구조조정에 경쟁력 잃은 한국 VS 정부 주도 '대표선수' 육성한 중국


양종서 박사는 10년전 한국 조선업계가 극심한 경기침체로 구조조정에 매몰될 때 중국은 정부 주도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선 것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일감과 해양플랜트발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던 '조선 빅3'는 숙련된 직원들에 희망퇴직을 권고했고 SPP조선, 성동조선해양 등 중견조선사들은 선박 블록 건조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문을 닫아야 했다.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직원들에 대해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건설현장 일자리를 알선해주거나 '귀농'을 권한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방침이었다. 실직의 아픔을 딛고 현재 공사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전직 조선소 관계자들은 "두 번의 아픔이 없다고 누가 보장하겠냐"며 과거의 직장으로 복귀할 생각을 접었다.


양종서 박사는 "당시 한국 정부는 조선업의 부실이 금융권 전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만 신경썼을 뿐 조선소를 떠나는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은 내놓지 못했다"며 "같은 시기 중국도 난립돼 있던 조선소들의 정리작업에 들어갔으나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조선소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10년 후에도 중국 조선업은 한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한국 조선업계는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 급격히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 "지금도 중국 조선을 만만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 안타깝다"는 양종서 박사는 "한국 조선이 다시 경쟁력을 강화하기에 아직은 늦은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기술력과 선박 품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저가수주로 수주량을 늘리고 있다는 주장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10년 전에도 중국 조선업계는 낮은 가격을 앞세워 물량을 채웠다. 가격 하나만 보고 선사들이 중국에 발주한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한국 조선의 선박 품질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도 이제는 선사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숙련된 직원들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로 채우면서 선사들 사이에서는 한국 선박의 품질이 예전만 못하다는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초격차' 유지 키워드는 결국 기술력…친환경 선박 해법 찾아야


중국보다 비싼 가격에 줄어든 기술력과 선박 품질의 격차는 선사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를 예전 만큼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양종서 박사는 이와 같은 위기에서도 한국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결국 기술력이고 중국보다 연비가 우수한 선박을 건조함으로써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NG에 이어 메탄올, 암모니아가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으면서 기존 연료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 선박 발주가 크게 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가 대세가 되기 전부터 선박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선박이 주류로 자리잡았다.


친환경 선박의 최대 쟁점은 연비, 더 정확하게는 연료비에 있다.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미국과 유럽은 탄소세 추가인상을 예고했다. 톤당 70유로 수준인 탄소세는 단계적으로 더 높아지게 된다.


선사들은 탄소세를 부담하면서 화석연료를 계속 쓸 것인지, 아니면 LNG나 메탄올과 같은 친환경 연료를 같이 사용하는 선박으로 교체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독성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한 암모니아 추진 선박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화석연료는 탄소세 부담이 커지고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는 여전히 화석연료보다 비싸다.


중국은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암모니아를 주목하고 관련 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CSSC(중국선박공업집단)의 경우 10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암모니아 추진 선박 개발에 나서며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양종서 박사의 설명이다.


양종서 박사는 "암모니아는 누출 자체를 막는 기술도 중요하나 누출되더라도 선원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을 수 있도록 대피동선 확보 등 선박을 설계하는 기술도 중요하다"며 "중국은 국영조선소들을 중심으로 암모니아 추진 선박 관련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기술력이 향상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한국 조선소들의 기술력이 더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글로벌 선사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라며 "기술력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더 확대해 고부가가치선 시장에서 우위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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