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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과도하다" 이주열, 자산불평등 격차 확대 우려

  • 송고 2020.12.17 16:22 | 수정 2020.12.17 16:23
  • 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전셋값 급등 원인 저금리 "아니다"…정부주장 정면반박

"코로나 재확산 꺾이지 않으면 내년 성장률 하락 요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율이나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과도하다"며 실물경기와 자산가격간 격차가 커진 데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최근 전셋값 급등의 주원인으로 저금리를 지목하고 있는 것에는 정면 반박했다.ⓒ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율이나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과도하다"며 실물경기와 자산가격간 격차가 커진 데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최근 전셋값 급등의 주원인으로 저금리를 지목하고 있는 것에는 정면 반박했다.


이주열 총재는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자산가격 상승이 자산 불평등 확대와 금융불균형 누증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불균형에 유의하면서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저금리 지속에 대한 기대가 높은 가운데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이 '부의 효과'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지금은 불확실성에 대비한 예비형 저축 수요가 많고 경제할동 재개를 막는 구조적 요인이 잠재해있어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며 "보건위기가 1년간 지속됐고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불평등 정도가 계속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저금리를 지목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금리 변수가 전세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맞지만, 최근의 전셋값 급등의 주요인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물론 금리 하나만 놓고보면 저금리는 금융비용 감소를 통해서 주거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크게 보면 저금리가 전세가격 상승 요인의 하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엄밀히 보면 전세가격은 6월 이후부터 상승폭이 확대됐는데 사실상 저금리 기조는 그 이전부터 상당기간 유지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최근 전세가격 상승은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데에 더 크게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달 19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금리를 낮추더라도 물가상승률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간(1~11월) 기준 0.5%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0%대 머물고 있다. 이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0%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제 구조 변화로 만성적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고용과 물가간 관계 또한 약화되면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채을 통해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가 과거에 비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인구 고령화, 대내외 불균형 심화, 불확실성 증대 등에 따른 만성적 수요 부족으로 금리를 낮춰도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구조변화, 세계화 진전, 기술혁신, 고용과 물가간 상관관계 약화 등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쳐도 물가가 과거에 비해 오르는 폭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금리를 과거에 비해 더 큰 폭 낮춰야 하지만 이미 금리가 낮아 정책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저물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목표제를 보완할 새로운 통화정책체계를 모색하고 있다"며 "한은도 주요국 상황을 참고하면서 통화정책체계의 개선방안을 꾸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내년 성장전망에는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감염병 확산세가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고도 봤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난달 전망 발표 때 예상했던 것보다 위중하고 좀 더 심각하다고 보여진다"며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당초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어 확산세가 올 겨울을 지나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면 내년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출이 생각보다 호조세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본 뒤 성장률 조정 여부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에서 한은 설립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한은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이 고용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고용안정 책무를 추가할 경우 통화정책의 실제 운용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라는 한 수단을 통해 물가안정, 금융안정, 고용안정 등 세가지 책무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며 "정책목표간 상충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자칫 중앙은행의 신뢰성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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