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09 | 24
23.3℃
코스피 2,625.71 23.7(0.91%)
코스닥 767.18 12.06(1.6%)
USD$ 1,335.5 5.6
EUR€ 1,483.8 -0.4
JPY¥ 930.2 6.3
CNH¥ 189.6 1.0
BTC 84,609,000 554,000(-0.65%)
ETH 3,528,000 22,000(-0.62%)
XRP 781.7 10.3(-1.3%)
BCH 455,150 3,300(-0.72%)
EOS 694.4 4.6(-0.66%)
  • 공유

  • 인쇄

  • 텍스트 축소
  • 확대
  • url
    복사

[死線을 걷는 사람들①] 국힘, '중대법 2년 유예'에만 매몰...사업주·노동자 지원 '뒷짐'

  • 송고 2024.09.23 15:37 | 수정 2024.09.23 15:53
  • EBN 이승연 기자 (lsy@ebn.co.kr)

산안법·중대법 도입 불구…산업 재해자수 매년 증가 추세

하청·이주 노동자 사고는 급증…위험의 외주·이주화 만연

"실효성 낮다"…與, 중대법 '2년 유예안' 발의…노동계 반발

"모든 재해 사례에 적확하게 적용되도록 法 정착 지원해야"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은 제 10조에서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상 권리조차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선업이나 건설업에 종사하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그렇다. 항상 예상치 못한 위험과 마주하고 있다. 행복을 좆아 일터에 나갔다가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오기도 한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게다가 이젠 저임금·고위험·고강도 업무를 이주근로자들에게 넘기는 ‘위험의 이주화’ 현상까지 도드라지고 있다. 행복이란 이름의 파랑새를 찾아 타국 땅을 밟았지만 현실은 늘 사선(死線) 위를 위태로이 걷는 신세다. 하청업체 근로자와 이주근로자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는 한국 땅에 없는 걸까. 행복추구권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지개에 불과할까. <EBN>은 한국의 근로현장 실태를 점검하고 하청업체 근로자·이주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폈다.<편집자 주>


ⓒ픽사베이

ⓒ픽사베이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지난 2년 간 국내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재해자는 2022년 1631명, 2023년 2194명에 이른다. 법 도입 직전인 2021년, 재해자 수가 1458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법이 있든 없든 재해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이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20위권 안에 드는 건설사만의 수치로, 중소형 건설사로 범위를 넓히면 증가폭은 더 클 것으로 추측된다.


그도 그럴게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생현황 부가통계(잠정)'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산업군에서 발생한 산재 건수 266건( 사망자 296명) 중 건설현장 사고가 차지한 비중은 44%로, 128건의 사고에서 139명이 사망했다. 두번째를 차지한 제조업 사고건수 69건(95명)과 비교해도 건설업산재건수는 압도적이다.


사고는 대부분 하청 노동자들에게 일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주 노동자 비중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건설업 외국인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 356명 중 55명으로, 15% 정도를 차지했다. 1년 전(11.69% 대비)과 비교해 약 4%p 늘어났다. 2022년 1월 중대재해법이 도입됐고, 앞서 2020년부터 산업안전보건법도 강화됐지만, 산업 현장은 오히려 '위험의 외주화'에 '위험의 이주화'까지 더해지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사(원청)가 노동자를 산재로부터 보호하는 법(산업안전보건법)을 만들고, 그럼에도 산재가 발생했을 시 최악의 경우 사업주가 구속되는 법(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됐음에도 이같은 재해가 반복되고 오히려 더 늘고 있다면 애초부터 법은 무용(無用)했던 게 아닐까. 어떠한 조건이든 안전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현장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결과물이 아닐까.


서울 한 건설 현장, 현장 인부들이 작업 전 안전 체조를 진행는 모습ⓒ이승연 기자

서울 한 건설 현장, 현장 인부들이 작업 전 안전 체조를 진행는 모습ⓒ이승연 기자

현장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서울 강동구 한 건설 현장 소장 A씨는 "산재 방지를 위한 여러 법들이 도입되면서 안전 관련 업무가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무 시작 전, 휴게 이후 등 공사 근로자들을 모아놓고 TBM(작업 전 안전회의)을 진행하고, 이같은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일지를 쓰고 있다"며 "이전과 일부 중첩된 업무이기도 하지만, 안전과 관련 요구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현장 내 안전 문화가 확립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산재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선 "이 모든 게 그저 형식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라며 "안전 조회나 체조하는 모습 등을 사진으로 남기고, 안전 일지를 매일 쓰는 건 사고 이후 현장이 사전 안전 관리를 했다는 회사측의 '증거 확보용'일 뿐, 진정성 있는 사고 예방 수단이라고 보긴 힘들다"라고 답했다.


이어 "또한 이같은 안전 관련 장치나 매뉴얼을 만드는 건 그나마 사정이 나은 대형 사업장에서만 가능하다"며 "중소형 사업장은 법 도입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보니 사고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현장 소장이 중국인 인부들을 대상으로 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모습ⓒ이승연 기자

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현장 소장이 중국인 인부들을 대상으로 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모습ⓒ이승연 기자

같은 현장 노동자 B씨는 "건설 현장은 공정별로 외주화가 불가피한데 하나의 공정에 원청과 하청, 하청과 하청(재하청) 등이 붙어 동시에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현장 인부 대부분이 중국인 등 외국인이다 보니 의사소통이 수월치 않아 안전 교육이나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장 곳곳에 이들 모국어로 된 안전보건표지 등도 설치돼 있지만, 이주 노동자들 자체가 국내 근로자들에 비해 안전의식 자체가 낮아 사고 자체에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 한 건설 현장의 하도급 전문건설 대표 C씨는 "현장의 비극은 노동자들의 낮은 안전 의식, 현장의 미흡한 안전시설 등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일 뿐, 본질은 원청의 최저가 발주, 비용 전가의 악순환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청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공사와 관련된 여러 지시를 내리고 행사하고 있지만, 정작 근로 계약이나 안전 관리 등의 비용에 있어선 하청 업체에게 일괄 전가하고 있다"며 "이는 중대법 이후 더 심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적인 문제로 불법 파견까지 자행하는 하청업체가 자체적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한다고 해도 당연히 비용적 한계가 있다보니 갑작스런 사고와 위험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장 사고와 관련 여러 법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원청이 손을 놓고 하청에 안전 관련 권한과 의무를 떠넘기는 구조적 위험이 지속된다면, 관련 법안이 수백개가 만들어져도 현장 사고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그저 사업자들 몇몇 형사처벌한다고 해서 노동자의 죽음이 막아지겠느냐"고 되물었다.


현장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산안법 개정과 중대법 시행으로 현장의 안전문화 확립 등 형식적인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원청은 하청에 안전 관련 모든 부담을 지우고 있고, 하청은 비용적 한계로 노동자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 없는 환경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로 모아진다. 법과 현장의 괴리. 엄연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마련됐는데도 노동계가 여전히 법의 부재(不在)를 문제 삼고, 현행 법 강화를 요구하는 이유다.


현장 인부가 고층에 올라 줄 하나에 기대 작업하는 모습ⓒ이승연 기자

현장 인부가 고층에 올라 줄 하나에 기대 작업하는 모습ⓒ이승연 기자

정부와 여권 역시 현행 법의 낮은 실효성을 공감하고 있다. 중대법·산안법이 동시에 시행되며 파생되는 법의 모호함으로 원청과 하청간의 안전 책임 및 역할이 중복되거나 모호해졌고, 그로 인해 위험의 외주화, 위험의 이주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데 동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노동계와는 결이 다르다. 사고 예방과 사후 처벌에 있어 하청에 지우는 무게와 별개로 원청에게도 노동자 안전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노동계 의견과 달리 여권은 원청과 사업자 등에 지우는 부담을 줄여 사업장과 남은 노동자들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달 열린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가 공동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중대재해건수가 되레 늘고 있다" 며" 건설경기 침체로 착공 건수가 줄었음에도 재해건수가 늘었다는 점에서 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 도입 이후 발생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중처법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논의해 내실있는 방안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장도 "최근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대법 적용이 확대됐지만, 법의 중첩에 따른 모호함으로 사업주가 억울한 처벌을 받게 될 위험이 커졌다" 며"작은 사업장 스스로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준비 기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이유에서 국민의힘은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법 2년 유예안'을 당론으로 잡고, 22대 국회에서 어떻게든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로, 지난 6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민주당 야권의 강력한 반발로 불발됐다.


국민의힘의 중대법 2년 유예안에 노동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시장은 국민의힘 주장에 적잖게 동의하고 있다. 앞선 하청업자의 발언대로 사업주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작은 현장일수록 사업주가 구속 등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 다른 노동자들은 더 이상 근로의 자유를 보장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남은 노동자들의 생계도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이같은 주장에 구체적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된 상황에 2년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고 해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자가 법을 준수할 만한 체력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지원 등이 뒤따라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오로지 '중대법 2년 유예안 통과에만 매몰돼 있는 모습이다. 당연히 하청이나 하청업체 노동자, 이주 노동자에대한 지원책 마련도 깜깜무소식이다.


정부 차원에서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양성규모 2배 확대, 50인 미만 사업장 안전보건인력 선임의무, 2년 간 한시적 안전보건인력 인건비 지원 등을 내걸고 있지만, 노동계는 현행 법과 병행을 요구하고 있다. 법 시행을 굳이 늦춰가며 '위험의 외주화'와 '이주화'를 더 연장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중대법 제정 당시 산업재해의 상당 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의 영세성과 준비기간 등을 이유로 3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제와서 '유예'를 주장하는 건 계속해서 50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이용규 제주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는 "중대법과 산안법이 마치 규제와 처벌이 목적인 법처럼 해석되면서 실제 집행도 제재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안타깝다"며 "정치권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의 유예와 시행을 쟁점화할 게 아니라 법의 정착을 지원하고 모든 재해 사례에 법이 적확하게 적용, 사업자가 억울하게 처벌되거나 하청 및 이주 노동자가 사업주의 무책임에 세상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황

코스피

코스닥

환율

KOSPI 2,625.71 23.7(0.91)

코인시세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이오스

시세제공

업비트

09.24 15:27

84,609,000

▼ 554,000 (0.65%)

빗썸

09.24 15:27

84,556,000

▼ 542,000 (0.64%)

코빗

09.24 15:27

84,595,000

▼ 441,000 (0.52%)

등락률 : 24시간 기준 (단위: 원)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