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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신만의 화두' 던졌던 김병환, 금융당국 간의 조화도 지켰다

  • 송고 2024.09.13 09:59 | 수정 2024.09.13 14:09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출입기자단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금융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출입기자단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금융위

"허억."

취임 44일 맞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을 들어서며 한 말이다. 빼곡히 자리에 앉은 기자들을 보며 김병환 위원장은 놀라워했다. 금융권은 금융당국과 금융산업과 '동행'하는 매체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기획재정부 시절 김병환 위원장도 세종 정부청사를 출입하는 다양한 매체를 만나봤을 것이다. 금융위 출입매체는 그보다 배로 많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금융위를 평가하는 펜(Pen)이 많다는 얘기다.


문학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펜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펜에 힘이 깃들면 황제들은 얼어붙고, 대지는 조용해진다'고.


결론부터 말하면, 어눌하고 소심해보였던 첫 인상의 김병환 위원장은 이제 자신의 색채를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관료적 안정감과 균형감을 보이면서도 금융 혁신은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보여줬다. "금융산업이 이제 부채 중심 성장에서 자본 중심 성장으로 가야한다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는 그의 말은 여느 금융장관에서 볼 수 없었던 힘이 실려 있었다.


주요 부서를 맡고 있는 신진창 금융정책국장과 이진수 은행과장, 강영수 금융정책과장, 임형준 거시금융팀장, 권대영 사무처장 등 이 필승조들은 김 위원장의 말을 귀담아 듣고 메모하며 눈을 반짝였다.


스스로의 말을 화두로 자평할 정도의 자신감이었을까.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에 당국이 매달리는 이유도 그 화두와 연계해 설명했다. 가계 빚을 정리하고 알맹이 있는 자본(그릇)의 힘으로 시장 내실을 채우겠다는 뜻으로 설명했다.


수장으로서의 대인배 같은 면모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7월 국회는 '금융당국 수장이 금감원장인가'라며 비아냥을 던졌고 사실 그 자리에 있던 김 위원장으로선 자존심 구기는 일일 수도 있었다.


국회도 그렇게 지적할만한 했던 것이 임기 2년 3개월 동안 몸소 76회 백브리핑을 뛰며 언론과 소통한 이복현 원장의 존재감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물론 이 원장은 액션이 빠른 해결사 역할에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김남희 EBN 차장.ⓒEBN

김남희 EBN 차장.ⓒEBN

발 빠르고 날렵한 이 원장과 김 위원장은 숙명적으로 대비된다. 사실 김 위원장은 내정 첫날 굼뜨고 고민만 하는 정책가로 보이긴 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오비(old boy)는 김 위원장에 대해 기자에 이렇게 말했다. "얼굴은 말상이지만 업무능력과 품성만큼은 인정한다"고. 그의 서울대 후배(이복현)는 "김병환 선배의 진가를 곧 볼 수 있으니 사투리로만 판단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어제 기자간담회 때 무기를 잠깐 보여줬다. 자신만의 언어(화두)를 사용했다. 금융당국 총괄인 금융위는 화두를 던지고, 금감원은 행동하는 당국으로 역할을 나누고 있다는 그만의 레토릭이 기자의 귀에 그냥 스쳐 지나지 않았다.


앞서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이 수장 존재감을 '이복현 원장에 양보했다면, 김 위원장은 금융위 만의 점잖은 정공법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부처들과 괜한 기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김 위원장은 알고 있었다. 우리금융의 부적정 대출에 대해 강도 높게 질타하는 동생 금감원에 핀잔(?)을 주지도 않았고, 타 부처인 국토부와 정책금융에 대한 입장이 같다고도 설명했다. 타 기관을 질타하면서 금융위 스스로를 높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에 대한 칭찬만을 나열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김 위원장이 앞으로 더 빨리 시장 상황을 파악해 속도감 있는 정책 생산성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실용적이면서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그는 빚으로 굴러가는 금융 시장의 '텅장'을 이제 알짜 자본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내실화하겠다고 했다.


말이 쉽지 지금의 시장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수준만큼의 강력한 혁신을 요구한다. 시장이 타성에 젖어 굴러가는 구조가 굳어져버려서다. 업계에선 메리츠금융그룹 정도가 새롭게 먹고 사는 방식을 고민하는 편이다. 오너 입김이 강력한 금융은 오너의 취향대로 생존하고, 주주만 있고 주인이 없는 금융그룹은 그때그때 당국 눈치만 보며 결정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연합

김병환 금융위원장.ⓒ연합

김 위원장은 이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금융사가 빚 대신 알짜와 혁신으로 먹고 살려면 규제 대신 허용을 허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구조를 고착화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울타리를 제거해야 한다.


시장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균형을 중시하는 관료집단이 얼마만큼의 창조성을 허용할지는 모르겠다. 균형적인 사람치고 창의적인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그리는 금융 시장이 그저 아이디어 수준에 그치질 않기를 바란다. 실용적이고 궁극적인 시장 변화를 이끌어내는 혁신의 위대함이 되길 기대해 본다.


그러한 정책이 시장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얻을 때 금융위는 진정한 금융당국으로서 존경 받을 수 있다. 그것은 규제로 힘을 얻는 금감원과 다른 파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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