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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코멘터리] 금융당국, 아무리 심기 불편해도 M&A는 냉정해야

  • 송고 2024.09.09 15:17 | 수정 2024.09.09 15:19
  • EBN 박소희 기자 (shpark@ebn.co.kr)

ⓒ동양생명

ⓒ동양생명

보험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데도 시장에는 매물이 쌓이고 있다. 업황이 좋으면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는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보험업계에는 유독 매각 실패를 여러 번 겪는 매물이 많다. 실패가 거듭되는 사이 매물 보험사도 브랜드 이미지나 영업력에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KDB생명·롯데손해보험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MG손해보험은 수의계약으로 전환됐지만 동양생명 매각 만큼은 순항할 거란 기대가 많았다. 동양생명은 자산 31조원대의 우량 매물로 꼽히는데도 시작부터 인수 후보자가 우위에 있었다. 보험사 매물이 많다는 점, 새회계제도에 대한 불신, 동양생명·ABL생명을 빨리 팔아야하는 대주주의 상황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서다.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동양생명 매각은 안갯속이다.


신경쓰이는 건 앞으로 나올 우리금융 검사 결과보다 금융당국의 심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 계약을 체결한 걸 신문에서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당국에 사전 보고가 없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민간 회사 간 계약이긴 하지만 당국의 인허가가 있어야 하는 만큼 금융당국과 소통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다소 감정적인 부분이 없지 않다. 이 원장은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불법대출 관련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도 나오기 전이다. 그 전에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믿는다"고 발언하는 등 우리금융에 대해 다각도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건과는 별개로 우리금융이 동양생명의 인수 적임자라는 건 업계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시급하다. 사모펀드가 사들이기에는 동양·ABL생명 덩치가 너무 크고 외국계로의 손바뀜도 썩 좋은 그림은 아니다. 동양생명도 기업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내부자료도 제공하는 등 매각을 위해 동원한 인력과 무형의 자원이 있다. 누적되고 있는 보험사 매물이 순차적으로 소화돼야 시장에도 활기가 돈다. 보험 시장이나 업계 종사자, 보험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우량한 금융지주가 동양생명을 적시에 인수하는 게 맞다.


물론 우리은행의 부당대출은 철퇴해야 할 사안이다. 전임 회장의 비위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동안 우리은행에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돼 왔다. 우리금융이 대형 생보사를 품어서 관리하고 경영할 자격과 여건이 되는건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도 맞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부당대출과 관련 자금 추적을 통해 내부통제 미비가 없었는지 잡아내되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 자격이 되는지 문제는 별개로 보고 냉정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인수시 자본 비율은 적정한지, 가치평가는 제대로 했는지, 리스크는 없는지 등이다. 우리은행 부당대출은 밀착 검사를 통해 엄정한 제재를 가하고 동양생명 인수 건은 큰 문제가 없다면 향후 인수 승인 심사 때 들여다 봐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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