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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아, 태국 전기차 공장 ‘철회’ 결정 배경은

  • 송고 2024.09.10 14:01 | 수정 2024.09.10 14:05
  • EBN 박성호 기자 (psh@ebn.co.kr)

지난해부터 年 25만대 규모 공장 설립 논의

상반기 현대차 인니 공장 가동률 60.9% '정체'

글로벌 경기침체 및 전기차 캐즘에 신차 수요↓

"아세안 시장 쉽지 않아"…향후 재검토 방침


송호성 기아 사장 ⓒ기아

송호성 기아 사장 ⓒ기아

기아가 태국 정부와 연간 25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 설립을 논의했다가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짙어지는 데다가, 현대자동차의 인도네시아 생산 거점도 가동률이 감소하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기아는 우선 중국 거점과 현대차의 태국 전기차 조립 공장 등을 활용하고, 향후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를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업계 및 <EBN> 취재를 종합하면 기아는 태국 정부와 논의 끝에 연간 최대 25만대가량의 전기차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대신 기존에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공장 활용도를 높일 방침이다.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생산 법인(HMMI)과 오는 2026년 완공될 태국전기차 조립 공장, 기아 중국 공장 등 기존 설비 및 향후 투자 계획이 확정된 공장을 활용해 아세안에 수출할 전기차를 생산한다.


태국 전기차 공장 투자는 약 3~5년 뒤 HMMI가 안정화되면 향후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전기차 공장 투자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앞서 기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태국 정부와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는 계획을 논의해 왔다. 태국 정부가 향후 먹거리로 전기차를 콕찝어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은 일본 완성차 업체의 아세안지역 대표 수출 기지다. 연 최대 400만대의 자동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세계 10위권 자동차 생산국이자 연 80만대 소비국으로, 2022년 기준 자동차 수출액은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전동화 열풍이 불자 태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태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30%(70만대)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전기차 분야 투자 진출 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투자 유치에 힘썼다. 이에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완성차 브랜드 처음으로 태국에 신규 공장을 준공하고, 생산에 돌입한 바 있다.


오는 2030년 글로벌 판매 430만대를 목표로 하는 기아 또한 새로운 생산 거점이 필요한 상황. 이에 태국을 신흥 시장으로 주목하고 태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태국 판매 예정인 'EV5' ⓒ기아

태국 판매 예정인 'EV5' ⓒ기아

아세안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점이 걸림돌이 됐다. 전기차 캐즘과 함께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신차 수요가 정체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HMMI의 가동률은 60.9%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 110.9%였던 가동률이 급격히 낮아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태국 전기차 공장 투자를 대하는 기아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1분기 기아 컨퍼런스콜을 통해 “태국 공장은 정부와 인센티브 협상을 했으나 당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았다”며 “현재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다각도로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테슬라 역시 50억달러(7조원) 규모의 태국 전기차 공장 설비 투자를 백지화하자, 기아 투자 계획이 철회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태국투자청(BOI)이 현대차가 태국 전기차·배터리 조립 시설 건립에 10억바트(395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일각의 주장은 더욱 커졌다.


결국, 타당성 등을 고려했을 때 신규 시장 대규모 투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처럼 최근 공장을 함께 사용한다. 인도네시아 공장을 활용해도 세제 혜택은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며 "무리한 투자로 리스크를 키우기보다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태국 시장 공략은 변함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해 6월, 북미 등에서 20년 넘게 글로벌 비즈니스를 담당한 강정원 태국판매법인장을 신규 선임했다. 최근 기아 태국판매법인은 'EV9'에 이어 전략 전기차 'EV5' 시승 행사를 진행하는 등 신규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강정원 태국판매법인장은 "기아는 태국에서 새로운 브랜드로 간주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브랜드다. 우리는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루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합리한 접근법 대신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 또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로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Plan S-5' 전략에 따라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 관계자는 "최근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여러 국가가 (친환경차) 공장 유치를 위한 문의를 하고 있다"면서 "조건을 듣기 위해 협의한 것으로 (설립)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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