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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기차 화재 헛발질에 불신만 키우는 '정부'

  • 송고 2024.09.03 00:10 | 수정 2024.09.03 00:10
  • EBN 조재범 기자 (jbcho@ebn.co.kr)

과충전에 꽂힌 정부… 화재 불안감 높여

충전율과 화재는 무관… 내연차 화재율↑

종합대책 발표… 산업 후퇴·소비자 피해도


ⓒ

"전기자동차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에는 뒷짐만 진채 사고가 나면 제조사에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 공포감을 정부가 부추기는 형국인데 이로 인해 국내 전기자동차 산업이 정체되거나 후퇴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최근 관련 산업에 오랜 기간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가 기자와 만나 늘어놓은 푸념이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고급 수입전기차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는데, 오히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물론 불신감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충전율이다. 정부는 ‘과충전’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충전율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충전'은 사전적 의미로 '규정 충전 이상으로 충전을 계속하는 일'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100% 이상 충전이 이뤄져 전기차 사고가 발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충전율을 낮추겠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인데 상관관계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완성차들은 이미 배터리를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과충전이 발생해도 BMS(배터리관리시스템)를 통해 사전 차단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배터리 충전량에 따른 직접적인 화재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적게는 500개에서 많게는 1천가에 달한다. 배터리가 많을수록 총 열량 비례하다 보니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배터리 화재의 원인은 셀 자체의 제조 불량 또는 외부 충격 등에 의한 내부적 단락이 대부분이다.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과충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100%라고 말하는 것은 안전까지 고려한 수명”이라며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위험하다는 것은 일반인이 주로 오해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와 함께 전기차 화재율도 내연 기관차보다 현저히 적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을 보였다.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이 비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은 셈이다.


소방청의 화재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훨씬 줄어든다. 전기차가 더 화재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다.


문제는 정부의 미봉책이 지속되면 전기차 산업 후퇴는 물론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전기차 산업은 1900년대 초기 처음으로 개발이 이뤄진 이후 한 세기 만에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토마스 에디슨 등을 비롯한 과학자들이 전기차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던 1900년대와 190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GM을 비롯한 전기차를 내놨지만 내연차에 밀리며 자취를 감췄다.


기후변화와 맞물려 최근 전기차의 대중화 시대로 가는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화재 오명'으로 제동이 걸릴 처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전율을 낮추면 그만큼 전기차에 대한 성능을 제대로 만끽할 수 없다. 완성차가 이전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배터리를 더 탑재할 경우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에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중 전기차 화재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지난달 발표한 내용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면 정부의 목소리는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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