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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꽃피우려는데…前 회장님에 발목 잡힌 우리은행

  • 송고 2024.08.12 11:17 | 수정 2024.08.12 14:31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우리금융, 한국포스증권 합병·동양생명 인수 준비로 M&A 강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 친인척 명의 불법대출 '350억원대'

금감원 "4대금융지주 중 우리금융, 가장 내부통제 취약한 지주"

향후 수사결과, 우리금융 경영 향방에 영향 미칠 가능성도 존재


명동 우리은행 본점.ⓒEBN

명동 우리은행 본점.ⓒEBN

한국포스증권 합병과 동양생명 인수로 한창 M&A(인수합병) 역량을 꽃 피우려는 우리금융지주에 전 회장의 부적절한 행위와 사고가 발목을 잡았다.


주력 계열사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수백억원대 부정 대출을 내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감독원이 제재절차에 착수했다. 수사기관은 불법 여부를 더 조사하게 되는데 관련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비은행 강화 움직임이 잘 풀리는 듯 했던 우리금융이 연일 사고수에 시달리며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12일 금감원의 은행 대출취급 적정성 관련 수시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총 616억원(42건)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금감원은 은행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언론 취재를 통해 우리은행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관련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시검사는 업계의 외부 제보를 계기로 착수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사 결과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총 454억 원(23건)의 대출을 취급했다. 해당 친인척은 전·현 대표 또는 대주주로 등재된 사실이 있는 법인·개인사업자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금감원 측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직접 원리금을 대납하는 등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에 대해서도 162억 원(19건)의 대출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손 전 회장이 지주·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이전(4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이 100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손 전 회장 측근 대출이 양적으로 늘어난 데에 그친 게 아니라 불법적으로 취급된 대출도 28건(350억 원)에 이르렀다. 법인이 부동산 매입 자금을 대출한 후 제출한 부동산 등기부 등본상 실거래가(20억원)가 대출 실행 후 차주가 제출한 매매계약서상 매매 가격(30억 원)보다 적었는데도 사실 확인 없이 리모델링 공사를 위한 2차 대출을 실행했다.


또 다른 경우는 대출 신청 당시 완전자본잠식 법인인데도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담보 가치가 전무한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해 신용도를 올려서 평가하고 2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내줬다. 이어 법인이 대출 신청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대출금을 사용해 회수를 하기도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연합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연합

거기에 더해 본점 승인도 없이 지점 전결로 추가 대출을 내준 사실 또한 드러났다. 이런 법인에 대한 대출은 규정상 본점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를 생략하고 지점이 최종 결재한 것이다. 또 9억 원 규모의 물품 구입 목적 대출을 내주면서 입금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유용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부당 대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손실까지 일으켰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대출 잔액은 304억 원(25건·16개)이며 이 중 17건(198억 원)에서 부실, 단기 연체가 발생했다. 실제 손실 예상액은 82억~158억 원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에서는 부당 대출 배경이 과거 손 전 회장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소송 자금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손 전 회장이 무자격 법인을 통해 수백억대 대출을 일으킨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금감원은 향후 법률 검토를 통해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차주와 관련인의 허위 서류 제출 관련 문서 위조,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한다.


우리은행은 12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올 1~3월 자체 검사를 통해 부실 발생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 총 8명을 면직 등 제재했다고 밝혔다. 대출 관련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한 전 우리은행 선릉금융센터장(본부장) A씨에 대해서는 성과급 회수와 면직 조치를, 관련 지점장에게는 감봉 조치를 내렸다. 이달 9일에는 관련 임직원을 사문서 위조, 배임 등 혐의로 수사 당국에 고소했다.


우리은행 본점.ⓒ연합

우리은행 본점.ⓒ연합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최대주주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줄줄이 진행하고 있다. 10년 전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던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우리투자증권'을 다시 출범시켰다. 계열사였던 우리종합금융과 최근 인수한 한국포스증권을 이달 초 합병하면서 새로운 우리투자증권 시작을 알렸다. 이번 주는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패키지 인수를 위한 실사를 연장 진행한다.


현재 우리금융은 두 생보사의 현재 경영 상황과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기반으로 적정 가격을 판단하기 위해 추가 실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협상이 이뤄지면 우리금융의 두 생보사 인수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손 전 회장 관련 대출 사고가 수사기관에 넘겨지는 만큼 앞으로 수사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손 전 회장과 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간의 관계와 함께 당초 우리은행이 관련 내용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아서다. 우리은행은 자체 검사로 부정 대출을 찾아내 내부 규정으로 마무리해 일단락 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출 뿐 만 아니라 관련 내용을 은닉하려 했다는 정황이 나오면 검사 방해 등 제재 수위가 높은 쪽으로 상황이 흘러가게 된다.


비은행 강화를 위해 인수 물건을 찾는 지난 2년간 우리은행의 금융 사고는 줄줄이 터졌다. 지난 6월에는 우리은행 대리급 직원이 대출 신청서를 위조해 100억원을 횡령했다. 우리은행은 또 지난 2022년 4월에도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난 바 있다. 물론 M&A 과정에서 최대주주 요건이 가장 중요하지만 향후 수사 결과가 우리금융 향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우리금융에 대해 금감원은 해당 지주와 은행 시스템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EBN이 만난 금감원 고위급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늦게 출범한 우리금융의 경우 지주 및 은행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조사 결과 확인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작년부터 추진해 온 ‘지주·은행 지배구조 제도 개선’ 작업은 사실 금융사고가 많은 우리은행을 염두하고 진행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며 "4대지주 중 가장 시스템이 취약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밝혀진 손태승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에 대해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에게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우리금융그룹은 12일 임종룡 회장 주재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지주사 및 우리은행 전임원이 참석한 긴급 임원 회의를 열었다. 이날 임 회장은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며, 이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측도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차주들에게 350억원대 부당·부실대출(전체 대출은 616억원)을 내어준 것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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