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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장 여전히 '낙하산 전유물'…"보상·위로 자리 전락"

  • 송고 2024.08.08 09:17 | 수정 2024.08.08 09:29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보험연수원 원추위, 하태경 전 의원 제19대 원장 후보에 내정

정희수·민병두 이어 정치인 출신만 3번째···금융권 '정피아' 바람

윤창현 전 의원, 거래소下 정보기술 전문기관 코스콤 사장 내정

금융권 "힘 있는 자에 의한 보상 거래 계속돼 부작용 많아"


ⓒEBN 자료 사진

ⓒEBN 자료 사진

신임 보험연수원장에 세 번 연속 정치인이 자리를 꿰차면서 경력이 전무한 낙하산 논란이 재차 제기되고 있다. 3선 국회의원 출신 하태경 전 의원이 보험연수원장에 내정되면서 보험업계의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바람이 전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바람은 여당이 공천 탈락자 등 특정인에 금융기관장 자리를 내주면서 확산돼왔다. 전통적으로 보험연수원장은 금융감독원의 보험 부문 출신이 맡았다. 하지만 하태경 전 의원이 원장으로 선임되면 정희수 전 원장, 민병두 전 원장에 이어 세 번 연속 정치권 인사가 보험연수원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연수원은 지난 6일 제19대 보험연수원 원장후보추천위원회(원추위)는 회의를 열고 하 전 국회의원 을 총회에 단독후보에 추천하기로 결의했다. 하 후보는 추후 회원 총회에서 원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원추위는 하 후보를 보험연수원을 지휘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 하태경 전 의원ⓒ보험연수원

3선 국회의원 출신 하태경 전 의원ⓒ보험연수원

하 후보가 원장으로 선임되면 정 전 원장, 민 전 원장에 이어 세 번 연속 국회의원 출신이 보험연수원장 자리를 맡게 된다. 민 전 원장은 3선 의원 출신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17·19·20대 의원을 지냈으며 20대 국회 후반기에는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보험연수원장직에 올랐다.


정 전 원장 역시 3선 의원 출신으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소속으로 2005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와 제18·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제19대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이후 2018년 보험연수원 원장에 선임됐다. 보험연수원 원장에서 해임된 이후 제35대 생명보험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보험연수원장은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로 자리가 채워져 왔다. 특히 제13대부터 16대 원장까지는 모두 금감원 국장 출신이 맡았다. 김치중 전 원장(제13대)는 금감원 보험감독국장, 조병진 전 원장(제14대)도 금감원 보험검사국장을 지냈다. 조기인 전 원장(제15대)은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와 감사실 국장을, 최진영 전 원장(제16대)은 금감원 회계감독1국장 출신이다.


하지만 정 전 원장부터 연이어 정치인 출신이 보험연수원장직을 맡으면서 금감원이 맡던 일자리를 잃었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전문성을 가진 인물보다 대통령과 여당 등 권력 집단 관련된 인물이 내정되면서 불만 강도가 더 세졌다. 금융권에서는 "힘이 있는 사람이 누군가에 대한 보상과 위로 차원에서 이른바 '꽂아주는 자리'가 됐다"는 힐난이 나온다.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의원 출신 들이 노욕을 부린다는 질타도 쏟아진다. 보험연수원장은 3년 임기 동안 연간 2억5000만원을 받는 자리다.


보험연수원 로고. ⓒ보험연수원

보험연수원 로고. ⓒ보험연수원

물리학 전공, 사회운동가 출신 하태경 보험연수원장 내정자가 보험연수원장 자리에 관련 경력이 전무해 금융권에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업계 경험이 없는 인물들이 자리를 차고 있으니 보험연수원에서 좋은 교육프로그램이 안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보험연수원이 존재감이 없는 보험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점도 업계의 불만이다. 보험연수원은 국내 유일의 보험교육 전문기관으로 1965년에 설립돼 보험계리사, 손해사정사, 보험중개사 인력 양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역할이 멈춰 있어 보험업계로선 답답한 측면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연수원이 서울 중심가에서 떨어진 성북구에 있는데다, 산업 변화에 앞선 진취적인 교육 시스템도 부족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금융 유관기관들은 나름대로 그 설립 목적이 있고 역할이 있는데 정치인들이 보은 인사 차원에서 자리를 차지하면 이들이 과연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제대로 일을 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이는 "보험연수원장 내정자가 힘이나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라, 힘 있는 사람이 '꽂아주는' 자리라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창현 전 의원.ⓒ윤창현 전 의원실

윤창현 전 의원.ⓒ윤창현 전 의원실

업계에서는 금융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인식될까 우려가 나온다.


4조원대 상생금융에 이어 티몬·위메프 사태에 금융사가 동원된 상황에서 정권 관련자의 ‘일자리’까지 제공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한국거래소 산하 정보기술(IT) 전문기관인 코스콤 사장으로 내정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경제학 박사인 윤 전 의원은 서울시립대학 경영학과 교수 출신이다. 이 자리도 8개월 간 인선이 미뤄졌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 내정자는 SNS를 통해 보험연수원장으로서의 업무 의지를 보였다. 그는 "우리 사회를 위해 기여할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한다"면서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을 이루고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최고의 교육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 일부에서는 정치권 등 영향력과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이 보험 산업에 합류하는 것을 환영하는 입장도 있다.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거나 기관이나 업계 안팎의 현안을 정치적으로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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