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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길어진 고금리 시대, 먹구름은 더 짙어졌다

  • 송고 2023.09.25 06:00 | 수정 2023.09.25 06:00
  • EBN 관리자 외부기고자 ()


박병률 칼럼니스트

박병률 칼럼니스트

예상보다 길게 고금리시대가 이어지게 됐다. 지난 2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한 것은 이날의 금리결정이 아니었다. 기조적으로 금리인상이 끝난 건 지, 언제쯤 금리가 내려갈지, 내려간다면 얼마나 내려갈 지가 더 관심사였다.


결과적으로 연준 위원들은 연말까지 한차례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내년 말 금리는 5.1%로 내다봤다. 석 달 전 전망치(4.6%)와 비교하면 무려 0.5%포인트가 높다. 그러니까 내년에는 금리인하가 되긴 하겠지만 그 속도가 매우 느려 연말에도 5%대 고금리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연준이 고금리 시대를 더 끌고 가기로 한 근거는 2가지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좋았고, 물가는 예상보다 높았다. 연준은 이날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높여 잡았다. 석 달 전 예상치(1.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한국 성장률 전망치(1.4%)를 훨씬 앞선다.


미국의 실업률 전망치는 4.1%에서 3.8%로 내렸다. 실제 지난 22일 공개된 자료를 보면 미국의 주간(9월10~16일)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0만1000건으로 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연준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 전망치는 3.1%에서 3.3%로 0.1%포인트 올려 잡았다. 여전히 2.0%를 중립금리로 보는 연준 시각에서는 달성목표가 더 멀어진 셈이 됐다.


지난해 말부터 나왔던 피벗(금리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고금리 고통을 내년에도 견뎌야한다는 우려에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최근 가파르게 오르던 기름값도 상승을 멈췄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의 침체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글로벌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고금리 장기화는 한국경제에도 추가적인 고통을 요구한다. 정부가 ‘상저하고’를 기대한 이면에는 하반기에는 고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될 것이라는 가정이 전제됐다. 하지만 내년 말까지 5%대 고금리가 유지된다면 내년도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실제로 9월에도 한국경제의 엔진인 수출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9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9.8% 증가했지만 지난해보다 조업일수가 2.5일 증가한 영향이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감소했다. 중국(-9.0%), 반도체(14.1%) 등 수출 주력지역과 주력상품의 수출 감소도 계속되고 있다. 어느새 누적 무역적자는 242억달러(한화 약 32조 3,312억원)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고금리, 실적악화에 시달려온 기업들이 견딜 수 있는 임계점이 올 하반기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 등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8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034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전체(1004건)을 넘어섰다. 7월(146건)과 8월(164건)에는 연속해서 월별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속도라면 9월이면 코로나19 여파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2020년 파산건수(1069건)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가 제공했던 저금리 대출 등 각종 지원책도 잇달아 종료되고 있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기업들이 파산해버리면 내년 이후 다시 상승 사이클을 맞이하더라도 한국 경제에 기회는 없다.


52조원으로 추계된 세수부족도 무시하기 어려운 악재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올해 세수를 재추계하면서 올해 국세수입이 341조원으로 당초 세입예산(400조원)에 비해 59조원이 적게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국세수입이 줄어든 만큼 이에 연동돼 편성되는 지방재정과 교육재정도 23조원 감소하는데 이렇게 되면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의 하반기 사업예산이 큰 폭으로 줄 수 있다.


지방으로 갈수록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이 지역경제에서 차지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4분기가 시작된다. 가을하늘은 공활해 지겠지만, 경제기상도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먹구름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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