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09 | 19
23.3℃
USD$ 1,335.3 -0.6
EUR€ 1,479.6 -5.4
JPY¥ 921.8 7.4
CNH¥ 187.6 -0.0
  • 공유

  • 인쇄

  • 텍스트 축소
  • 확대
  • url
    복사

[EBN 칼럼] 은행원의 횡령사고와 내부통제

  • 송고 2023.09.11 02:00 | 수정 2023.09.11 02:00
  • EBN 관리자 (gddjrh2@naver.com)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최근 A 지방은행의 직원은 1천억 원이 넘는 거액의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이하 “PF”) 자금의 횡령혐의로 검찰의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은행원의 횡령사고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작년에도 B 은행 직원의 인수합병(Merger & Acquisition, 이하 “M&A”) 관련 700억대 사건에 이어 C 저축은행의 59억 원 사건과 D 저축은행의 95억 원 사건이 있었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필요한데 은행업이 고도화된 상황에서는 ‘내부통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금융사고 상당 부분의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 대하여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은행업무의 전문화·다양화와 내부통제의 필요성 증대


전통적으로 은행의 업무범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예금·적금의 수입과 자금의 대출이다(은행법 제27조). 그러나 현재의 은행은 다양한 부수업무와 겸영업무를 영위하여 업무범위가 증권업과 보험업까지도 확대되었다(은행법 제27조의 2 및 제28조). 이에 따라 은행과 은행이용자 간에는 복잡·다양한 이해상충의 가능성이 높아졌고 내부통제의 필요성은 증대되었다. 왜냐하면 ‘은행업무의 전문화·다양화’와 ‘외부자의 문제발견 가능성’은 반비례(反比例)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은행 등 금융회사의 영업행위와 관련하여 많은 법률과 규제를 집행하고 금융사고를 예방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나 실제로는 금융회사 임직원의 직무를 세세하게 감독하기 어렵다. 특히 작금의 PF, M&A 등 전문적 업무와 관련된 사고의 경우 외부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은행의 내부통제제도가 더욱 전문화·정교화될 필요성이 커진다.


내부통제제도는 1992년 미국에서 도입되어 주요국으로 확산되었고 우리도 1995년부터 도입했다. 그러나 양국의 접근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 내부통제제도의 ‘당근과 채찍’ 구조


미국의 내부통제제도는 당근과 채찍의 적절한 배합으로 평가된다.


첫째는 ‘감독자책임’이다. 미국은 1964년 증권거래법의 개정을 통해 ‘감독자책임’를 도입하였는데 이는 ‘채찍’에 해당한다. 감독자책임은 대표이사, 지점장 등 내부적으로 직원을 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법적 감독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단, 다음의 면책조항을 제시함으로써 자율적인 내부통제의 강화를 유인하고 있는데 이는 ‘당근’에 해당한다. 즉 ①직원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거나 실무적으로 이를 적발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절차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고 ②그러한 절차와 시스템이 준수되고 있지 않다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없는 상황에서 감독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절차와 시스템을 적절히 이행한 경우 감독 책임을 면제받는다. 그 결과, 특히 CEO는 자기의 적극적 방어를 위해 형식적이기보다는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내부통제제도를 추구할 유인이 크다.


둘째는 1991년 ‘양형 가이드라인’(United States Sentencing Guidelines: 이하 “USSG”) 개편이다. USSG의 골자는 ①양형 기준의 대폭적인 상향과 함께 ②기업 내 범죄방지 노력에 따라 제재를 가볍게 해주는 것이다. USSG의 등장 배경은 이러하다. 미국에서도 1980년대 초까지는 기업에 대한 제재금은 대체로 위법행위로 초래된 손실보다 작았다. 당시 기업의 제재 수준과 방식으로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화이트칼라 범죄를 막기에 역부족인 점에 대한 반성을 통하여 내부통제(compliance)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구한 결과다. USSG는 기업의 범죄방지 노력에 따라 제재를 경감해주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①적절한 내부통제제도의 운영여부 ②자체 조사로 발견한 직원의 위법행위를 당국에 자진 신고여부 ③정부의 조사에 대한 적절한 협력여부 등이 주요한 경감 요건이다. 그 결과 적절한 내부통제 프로그램을 마련한 기업은 거액의 제재금을 최대 95%까지 경감받을 수 있는데 이는 온전히 주주들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특히 경영진과 주주 모두가 내부통제제도를 적극적으로 마련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USSG를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내부통제제도를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국내 내부통제제도는 ‘당근 없는 채찍’ 구조


우리의 내부통제제도는 새로운 채찍으로 여겨질 뿐 당근의 제시는 인색하다.


우리 법에서는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이하 “내부통제기준”이라 한다)를 마련하여야 한다.”(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라고 규정할 뿐이다. 따라서 우리 내부통제제도의 ‘당근 없는 채찍’ 구조는 내부통제제도의 핵심인 자율규제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고 공적규제의 중복으로 여겨지기 쉽다.


미국의 내부통제제도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하여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특히 내부통제제도가 ‘제재 경감을 위한 인센티브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점은 우리도 배울 필요가 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