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신제품 출시 미디어데이 '비스포크 라이프(BESPOKE Life)'를 열고 다채로운 맞춤형 가전과 솔루션을 소개했다. 이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출시하는 비스포크 전 제품에 와이파이(Wi-Fi)를 탑재해 더 많은 소비자가 손쉽게 전력 소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올해 비스포크는 친환경 실천에 기여하고, AI 기술로 맞춤형 경험을 확대해 비스포크 라이프를 실현해주는 솔루션으로 진화를 거듭하겠다"고 강조했다.ⓒEBN

21일 오전 서울 중구 '마실'에서 열린 '비스포크 라이프 미디어데이' 행사장에는 수백명 취재진이 운집해 마치 패션쇼 쇼케이스장을 방불케 했다. 환한 조명과 색채감을 강조한 이미지, 높은 층고의 쾌적한 행사장은 종래 가전업계가 보여주었던 가전 홍보관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1시간 20분간 이어진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연신 '지구 살리기'에 초점을 둔 사업철학으로 흡사 국제기구인 유니세프를 연상시켰다. 또 인공지능(AI)으로 학습하는 가전 기능을 제시하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새로운 정체성을 시사하는 듯 해석됐다.

이날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2023년형 비스포크 가전 신제품 라인업은 프리미엄 사업으로 밀고 있는 메인 영역이다. 가전사업 부문을 적자 수렁에서 건져낼 구원투수로도 기대를 모은다. 참고로 어학사전에 따르면 비스포스(BESPOKE)는 개인 주문에 따라 정장을 맞춤 재단하듯(tailor-made) 삼성전자가 개인의 생활방식에 맞게 맞춤 생산을 하는 가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뜻한다.

'에어버블' 기술을 녹인 삼성 비스포크 세탁기는 옷감을 덜 자극해 바다로 흘러 들어갈 미세 플라스틱을 최소화한다. ⓒEBN

이날 밝힌 '비스포크 라이프'는 기존 '비스포크 홈(BESPOKE HOME)'이 진화해 공간과 취향을 사용자들의 추구하는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기술력(AI·테크)을 토대로 고도화된 가전을 의미한다. 일회성 가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수집되고 있는 사용 데이터를 통해 지속적인 학습이 가능한 가전이라는 게 삼성이 내세우는 특징이다.

이번 비스포크 가전 신제품 라인업은 핵심 부품 고효율화로 에너지 효율을 대거 끌어올렸다. 항공기 수준의 초정밀 가공 기술을 반영해 효율을 높인 컴프레셔, 디지털 제어와 AI 기술을 녹여넣은 디지털 AI 인버터를 적용했다.

국내 에너지 규격 기준 최상위 등급인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보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고효율 에너지 절감 모델이 총 57개에 달한다. 1등급 최저 기준과 비교하면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는 에너지 효율이 최대 30% 높고, 비스포크 냉장고 4도어는 효율이 22%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에어컨은 1등급 최저 기준보다 에너지를 10% 아낄 수 있다. 신제품 중 세탁기와 건조기는 전 모델이 1등급에 속한다.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에어컨을 통틀어 1등급 제품 비중은 평균 75%다. 에너지 관리 솔루션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로 'AI 절약모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가전 6종은 전력 사용량을 최대 70%까지 추가 절감할 수 있다.

냉장고의 경우 1단계로 AI를 통해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운전을 최적화하고, 2단계로 사용자 선택에 따라 냉동실 온도를 조절해 에너지를 절약한다.

제품이 전시된 전시관에서는 삼성이 구현하고자 한 '세상에 없던 기술'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녹음된 아빠의 목소리가 탑재된 로봇청소기는 하교한 자녀를 현관에서 맞이하며 간식을 먹으라고 권한다. 본업은 청소이지만 사용자를 서포트하는 역할이 추가로 부여된 것이다.

삼성 비스포크 라인업 청소기는 청소할 때 '전화가 왔습니다'란 글자가 뜨고, 먼지를 빨아들이지 않을 땐 전기를 덜 쓰게끔 고안됐다. ⓒEBN

집안 곳곳을 청소할 때 청소기엔 '전화가 왔습니다'란 글자가 뜨고 먼지를 빨아들이지 않을 땐 전기를 덜 쓰게끔 고안됐다. 삼성전자의 디테일은 계속된다. 사용자 취향을 저격하는 냉장고는 쓰임이 다른 크기의 얼음을 공급하고 '베버리지 코너'에선 치즈케익과 와인에 적합한 냉기가 흘러나온다. 32인치 화면이 달린 냉장고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즉각 내보이며 소통을 시도한다.

'에어버블' 기술을 녹인 세탁기는 옷감을 덜 자극해 바다로 흘러들어갈 미세 플라스틱을 최소화한다. 이날 삼성전자 한 직원은 비스포크 라인업 소개 무대에서 "어느 포지션에서도 주어진 역할 이상을 해내는 전체적인 능력치가 높은 멤버들을 '육각형 아이돌'이라 하는 데 비스포크 라인업이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빗대 설명했다. 기술 기능성과 심미성, 디테일 등 다방면에서 비스포크가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기술이 초집약된 비스포크 라인업은 친환경과 초개인화란 기업관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초연결 기술로 사용자 생활 스토리에 부합하는 동선과 기능을 구현하고, 친환경 기업 파타고니아와 협업해 미세 플라스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보·기술을 구현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라인업 세탁기는 옷감을 덜 자극해 바다로 흘러들어갈 미세 플라스틱을 최소화한다. 옷감 충격을 줄인 '에어버블' 기술이 핵심이다.ⓒEBN

이같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총괄·지휘하는 한종희 부회장은 자사 제품 개발 과정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접목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비스포크 라인업을 통해 올해 전년보다 50% 이상 성장한 실적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 가전 부문에서 2개 중 1개는 비스포크 라인업이 판매됐다고 보면 된다"면서 "챗GPT 기능도 가전에서 활용할 계획이며 로봇 사업을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갖고 신제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전기업에 머물지 않고 친환경과 라이프 스타일 진화를 위한 기술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기술이 초집약된 비스포크 라인업은 친환경과 초개인화란 기업관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초연결 기술로 사용자 생활 스토리에 부합하는 동선과 기능을 구현했다.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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