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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노동의 시간

  • 송고 2024.10.02 06:00 | 수정 2024.10.02 06:00
  •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노동은 인간의 몰입과 그에 비례하는 시간을 소비한다.


노동은 삶에서 밝은 부분 또는 어두운 부분에 속하면서 ‘빛’ 또는 ‘그림자’로서 시간을 소비한다. 그 시간은 짧을 수도 있고 (한동안)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과거엔 ‘일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인간(시민)의 특권이라는 생각을 가진 시대도 있었다.


동서양의 왕족과 귀족들은 ‘일’, ‘노역’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심지어 병역, 납세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민주제, 공화정이 보편화되면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회주의 체제의 지도계급, 자본주의 체제의 (순수) 자본계층 외에는 전무해졌다. 체제의 우열을 논하기 앞서서, 보편적으로 어느 사회나 노동의 시간을 분배하고 있다.


노동의 시간이 ‘빛’ 또는 ‘어두움’이라면, 누구에게는 빛과 같은 시간일 것이고 누구에게는 반강제적이거나 부득이·불가피한 인고(忍苦)의 시계열일 수 있다. 받아들이는 감수성의 우열을 논하기에 앞서서, 보편적으로 어느 누구나 노동의 시간을 가진다.


A는 근로자다. 그간 회사에서 성실히 일했다. 무려 38년을 근무하였는데, 재직하는 동안 대학도 졸업하고 군대도 다녀왔으며 결혼을 하기도 했다. 회사는 A의 인생에서 무엇인가? 어쩌면, “모든 것이었다!” 회사는 A에게 알을 주는 양계장이었고 A를 사회인으로서 키운 학교였다.


경제적인 위기로부터 세상의 파도를 막는 방파제 노릇도 해줬다. ‘근면’과 ‘성실’은 회사에서 근로자 A가 6번이나 꾸준히 승진하게 한 원동력이었기에, A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A본부장(님)은 주변에서 사업에 실패하는 지인들을 보면서 ‘좀 열심히 하지 그랬어!’라고 훈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앞으로 A도 퇴직을 하게 되면, 멋진 창업을 고민해 볼 거다.


어느덧, A는 자영업자다. 갓 신생한 퇴직자 A는 가장 경제적 손실이 적은 치킨집을 창업했다. 그런데 치킨공화국에서 치킨게임(Chicken game)은 생존이기에 결코 만만치 않다. 어엿한 사장이지만, 스스로를 일컬어 ‘자영(?)’하는 ‘근로자’라고 한다.


사장으로서 내세울 경우는, 세상의 원성과 불만이 모여 있는 악성(惡性) 리뷰를 혼자 감당해야 할 때이거나 종종 지독히도 매출이 나오지 않는 사태의 뒷감당일 때뿐이다. A의 근로시간은 이미 하루 11시간을 초과하고 있고 대출이자는 변제기를 놓치기 일쑤다.


거침없이 창업했던 막대한 초기비용은 2년 6개월을 성실히 유지했을 경우에나 회수가능하다. 더 이상의 방파제는 없기에 막대한 ‘자영’‘근로’의 시간을 최대한 감당해야 한다. 휴가와 휴일과 명절도 없이 일만 해야 한다. A사장에게 근면과 성실은 치킨공화국의 생존 아이템에 불과하고, 주변 사장들의 성공기를 보면서 ‘나는 왜 안될까?’라고 자조하는 상황이다. 종종 A는 눈높이를 낮추어 다시금 회사취직을 고민한다.


우리 대한민국 어디에선가, 누구에게나 있음직한(plausible) 이야기다. 어쩌면 현재 쏟아져 나오는 100여만명의 베이비부머 은퇴세대의 현 상황이기도 하다.


근로자로서 평생을 종사했던 이들에게 (퇴직 후) 자영업으로서의 노동은 선택이 아니며, 하나의 관성(慣性)이자 의무가 되었다. 이쯤 되면, 근로자는 자영업자가 되고, 자영업자는 때론 근로자로서 회귀하기에, 대한민국에서 양 사회계층은 사실상 하나가 되고 있다. 그들은 모두 노동을 하고 있고, 노동의 시간을 소비한다(감당한다).


이제껏, 우리나라 법제도에서 노동시간·근로시간은 순수하게 근로자로서 재직하고 있는 경우에만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어 왔다.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1주 72시간→68시간→52시간으로 점차 축소되었고 이른바 주5일제(앞으로 주4일제)가 열렸다. 근로시간의 제한은 엄중한 법의 명령으로서 이를 위반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형사처벌되는 강력한 제재로 응징된다. 근로시간의 단축은 1970년대, 1980년대 등 노동운동의 시대를 거치면서 근로자들이 획득한 소중한 결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순수) 근로자의 계층과 ‘자영’ 근로자 계층이 각각 명확하게 구별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해진다면 어떨까. 또한 근로자와 자영업자, 양 구성원의 전이(transfer)가 활발하다면 과연 어떨까. 이쯤 되면, 우리가 근로시간(노동시간)에 대하여 다시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상 주52시간 이하를 강제한다거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주52시간 초과에 대하여 업무상 과로기준을 적용한다는 법논리를 넘어서서, 우리 사회에서 자영하는 (수많은) 근로자들에게도 노동의 시간과 휴게의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동의 시간은 헌법상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우리사회를 지탱해왔다. 노동과 휴게는 공히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노동과 대비되는 휴게가 필요하다. 인생에서 존재하는 노동과 휴식, 근로와 여가. 어쩌면 이것은 상충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생한다. 불과 물이 요리를 만들어 내고, 바퀴와 브레이크가 움직임을 일으키듯이 양자(兩者)는 서로 불가결하다.


수백만 ‘자영’ 근로의 시대가 오고 있다. 그들은 어느 때에는 근로자였었고 앞으로 근로자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자영 근로자들도 우리사회에서 필요한 ‘근로의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들에게도 노동의 시간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노동의 시간 또한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 소중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부분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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