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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꿈을 잊은 삼성전자 노조

  • 송고 2024.08.20 06:00 | 수정 2024.08.20 08:56
  • EBN 이남석 기자 (leens0319@ebn.co.kr)


ⓒ이남석 미래산업부 기자

ⓒ이남석 미래산업부 기자

어렸을 적 소소하지만 잊히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가족들이 모처럼 한데 모여 북적이던 명절날로 기억된다. 당시 취준생이던 사촌 누나의 삼성전자 입사 소식에 집안 어른들이 하나같이 기뻐하며 축하를 건넸던 모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삼성의 일원이 됐다는 누나의 소식은 집안 최고 어르신인 할머니에게도 행복이었다. 살아생전 할머니는 이따금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OO가 삼성에 다닌다"는 말씀을 하시곤 하셨는데 그녀의 말속에 누나에 대한 자랑이 깃들어 있음은 어린 날의 손자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누나는 회사를 나왔지만 가족들은 한동안 할머니에게 이 소식을 전하진 않았다. 아흔을 바라보는 할머니에게 삼성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법한 최고의 기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가족들이 굳이 나서 그녀의 보증된 행복을 깨뜨릴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누나는 삼성을 나온 뒤에도 적어도 할머니 앞에선 여전히 삼성맨으로 살아왔다.


삼성맨 배출을 온 가족이 축하하는 문화는 비단 우리 집 만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 아니던가. 돌이켜봐도 그렇다. 과거 친구들 사이에서도 형, 누나의 삼성 합격 소식은 귀신같이 퍼지곤 했다. 이렇듯 삼성은 적어도 한국에선 단연코 모두가 가고픈 직장이었다.


이토록 많은 이들의 기쁨이자 자부심이던 삼성전자는 최근 크나큰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서 버텨야만 하는 기구한 운명인지라 밖에서의 근심은 언제나 있다지만 예상치 못한 내부에서의 갈등은 모두를 당황케 하고 있다.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집단은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15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생산 차질을 무기 삼아 총파업과 게릴라식 파업을 동반하며 노조원의 임금 차등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 차질'을 목표로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더니 급기야 "회사 장비를 멈추자"는 섬뜩한 구호와 함께 사운이 걸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인질로 잡는 촌극도 서슴없이 벌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면접장에선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상황에 비추어 낮은 성과급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종종 나온다고들 한다. 부푼 희망과 밝은 미래를 논해야 할 면접장이 훗날의 걱정까지 미리 당겨 써야 하는 피로감으로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전삼노는 얼마 전 광복절 연휴 기간에도 어김없이 게릴라성 파업을 진행했다. 온 국민이 하나로 뭉친 축제 기간에도 그들은 즐기지 못한 채 스스로 세상과 고립되기를 자초했다.


이쯤 되니 한번 묻고 싶다. 과연 그들에게도 한때 누군가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던 시절이 존재하긴 했을까. 합격 통보를 받던 날. 들뜬 감정을 안고 부모님께 전화 걸던 당시의 벅찬 마음을 정녕 되살릴 길은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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