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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그리드 전례없는 상장 무산…근본 대안 없이 증권업계만 후폭풍 맞나

  • 송고 2024.06.21 07:03 | 수정 2024.06.21 10:32
  • EBN 이해선 기자 (sun@ebn.co.kr)

“예비심사부터 무리한 진행”…주관사 책임론만 부각

한투 “검사권한 없는 실사…공유 안하면 알 수 없어”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제공=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제공=한국투자증권]

이노그리드 기관 수요예측 중에 상장예비심사 승인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책임론이 번지고 있지만 본질적 문제를 안고 있는 상장 예정 회사의 정보공개 범위 논란과 더불어 조사 권한이 없는 주관사의 한계도 다시 한번 노출됐다.


상장 규정이 획기적으로 개정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는 사실만 재확인된 셈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이노그리드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 효력을 불인정키로 결정했다.


코스닥 시장 개장 이후 처음 있는 사례로 이번 일로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 이내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게 됐다.


거래소 측은 이번 효력불인정 결정 사유로 “이노그리드가 상장예비심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을 누락했기 때문”이라며 “이노그리드는 관련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중요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해 상장예비심사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해당 사실을 심의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거래소가 지적한 내용은 최대 주주 지위 분쟁 관련 사항으로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수리 단계에서 발견돼 ‘소송 등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 위험’이 증권신고서(6차 정정)에 기재된 바 있다.


지난해 파두 사태를 겪으며 상장 주관사의 책임론이 한층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건을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이노그리드의 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이 부실 실사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이노그리드는 거래소 심사 과정부터 상장위원회로부터 ‘미승인’ 판정을 받았으나 재심 절차인 시장위원회까지 가면서까지 상장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한국투자증권이 무리하게 상장 일정을 진행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예비심사 과정이 까다롭긴 하지만 위원회까지 가면서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물론 발행사의 의지도 있겠지만 한투 측에서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평판 리스크를 신경 쓴 무리한 진행이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예비심사 이후에도 이노그리드는 7차례나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소송 등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 위험은 6번째로 정정된 증권신고서에 기입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때까지도 발행사가 사실관계를 알리지 않아 해당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발행사가 공유하지 않은 내용을 주관사가 인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한국투자증권 측의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주관사의 실사가 검사나 감사가 아니기 때문에 발행사가 감추려 하는 내용을 알아내기는 사실상 어려운 문제”라며 “실사 의무가 있다고는 하지만 검사에 대한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토로했다.


이어 “상장 추진을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것 역시 발행사의 의지로 진행하는 것이지 주관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위원회 개최는 거래소에 있는 규정으로 진행한 것일 뿐 없는 규정을 억지로 만들어서 한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뻥튀기 상장’ 논란을 일으켰던 파두 사태의 공동 주관사로 이미 한차례 책임 논란을 겪은 만큼 또다시 실사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르며 책임론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 기업에서 또 문제가 발생한 것에 책임소재가 가려져야 한다”며 “애초에 무리하게 위원회까지 열어서 예비심사를 통과시킨 부분도 짚어봐야 한다”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의도적으로 회사에 불리한 정보를 숨기는 발행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파두 사태를 통해 기업 실사 등에 대한 주관사의 책임이 강화됐지만 발행사에 강제로 정보 열람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회사가 고의적으로 자료를 숨길 경우 문제를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상태로 절차대로 기업공개 과정을 밟을 수 밖에 없다.


지난달 금감원은 IPO 주관업무 제도개선 간담회를 열고 기업실사의 책임성 강화를 강조하며 “주관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시장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을 통해 올해 3분기부터 부실 실사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아직 부실 실사로 인한 제재를 가할 근거는 없다.


금감원 공시심사실 관계자는 “개별기업 건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주관사가 실사 과정에서 지배구조와 같은 기본적인 것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맞다”며 “현재 금투협과 기업실사 항목을 구체화한 제도 개선안을 추진 중이며 3분기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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