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줄 알았더니”…원유 곱버스 탄 ‘불나방 개미’ 눈물

송고 2023.09.08 11:04 | 수정 2023.09.08 11:05
EBN 최수진 기자 (csj890@ebn.co.kr)

하반기 원유 곱버스 ETN에 개인 순매수 1233억원 집중

원유 곱버스 ETN 수익률 -30%대…연말까지 고유가 전망

하반기 유가 하락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유가가 하반기 급등하면서 곱버스 ETN의 수익률이 -30%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고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원유 곱버스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연합뉴스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유가 하락에 크게 베팅했지만, 유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손실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7일까지 원유가 내릴 때 두 배로 수익을 내는 원유 곱버스(인버스 2X) 상장지수증권(ETN) 10종목을 총 269억원 순매수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87.54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에서 유가 하락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 규모가 상당한 셈이다.

상반기 배럴당 60달러대였던 유가가 하반기 들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 여파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하반기 원유 곱버스 ETN을 총 1233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많이 올랐으니 곧 하락할 것이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개인투자자의 기대와 달리 하반기 원유 곱버스 ETN 수익률은 전체 ETN 상품 중 가장 낮았다. 개인이 14억원을 순매수한 메리츠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선물 ETN(H)의 수익률은 -37.38%로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원유 곱버스 ETN 상품 중 가장 많이 순매수한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637억원)과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208억원)의 수익률도 각각 -36.67%, -37.04%로 집계됐다. 다른 곱버스 ETN 상품들도 모두 하반기 수익률이 -30%대다. 결국 곱버스 ETN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단기간에 유가 하락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고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버스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사우디가 올해 연말까지 자발적 감산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는데 이에 따라 2021년 6월 이후 가장 적은 생산량을 기록하게 됐다”며 “러시아도 함께 사우디 감산 기조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원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에 고유가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도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지는 않겠지만, 연말까지 국제유가는 상방 압력이 우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주춤한 상황에서 한 번에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레버리지·인버스 투자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지만 결국 방향성을 잘 읽어야 한다”며 “일부 차익실현 등으로 유가가 조정될 때 곱버스 투자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그 시점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하반기 원유 곱버스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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