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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비탈릭 부테린을 위한 변명

  • 송고 2022.10.11 09:52 | 수정 2022.11.01 16:25
  • EBN 관리자 (rhea5sun@ebn.co.kr)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EBN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EBN

우리나라 5천원권 지폐 모델로 활동 중이신 율곡 이이 선생께서는 어린 나이에 크게 성공하는 ‘소년출세’를 중년에 배우자를 잃는 ‘중년상처’, 늙어 가난하게 사는‘노년빈곤’과 함께 인생의 삼대 불행 중 하나로 꼽으셨다. ‘중년상처’나 ‘노년빈곤’이야 누가 들어도 그럴 만하다 싶지만, 어린 나이에 빨리 성공하는 것이 왜 인생에 다시 없는 불행이라는 걸까. 젊음과 부유함, 거기에 사회적인 영향력까지 가진 ‘영 앤 리치’는 지금 이 시대가 가장 선망하는 인생인데!


이제 초등학생들은 교사나 외교관, 과학자이 아니라 아이돌이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SNS 인플루언서를 꿈꾼다. 그냥 ‘영 앤 리치’ 그 자체가 꿈이다. 부모들도 자녀들의 ‘영 앤 리치’ 드림을 적극 지지해주면서, 댄스학원을 등록해주고 기획사 오디션 일정을 따라다닌다. 그러나 남다른 골격과 외모를 갖고 태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재능과 외모를 갖추었다고 해도 상위 1% 안의 성공한 아이돌이 되기란 고난과 인내의 연속이며, 무엇보다 운이 좋아야 한다. 잠깐의 반짝거림도 어렵지만, 성공의 정점 위에 머무는 시간도 너무 짧다. 이효리나 아이유처럼 데뷔 이래 지속적으로 반짝거리며 인기를 얻기란, 지극히 어렵고 이례적인 사례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SNS 인플루언서 분야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영 앤 리치’가 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어린 나이에 난이도 높은 춤을 배우느라 관절이 다 나가고, 밤잠 설쳐가며 스트레스 받는 아이돌보다 차라리 블록체인 기술을 배우게 하는 게 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블록체인은 다른 산업에 비해 ‘영 앤 리치’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루에도 수십 배씩 가격이 급등하는 코인시장에서 운 좋게 황금비를 맞은 ‘영 앤 리치’들은 ‘벼락부자’가 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발 빠르게 그 돈으로 블록체인 투자사를 차리고 스타트업 회사를 인수해서 어느새 업계의 핵심인물로 떠오른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큰 성공을 거둔 거래소 대표나 투자사 임원들을 보기란, 적어도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 중에서 그 어떤 ‘영 앤 리치’보다도 영향력 있고 성공한 이가 비탈릭 부테린이다. 무엇보다 비탈릭의 ‘소년출세’는 운으로 돈벼락을 맞은 게 아니라, 그의 프로그래밍 퍼포먼스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 다른 블록체인 ‘영 앤 리치’과 비교할 수 없는 위상을 갖게 했다. 2015년 7월 30일, 22살의 비탈릭 부테린이 ‘스마트 콘트랙트’라는 소프트웨어를 얹은 이더리움을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가치 전달의 수단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양한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성공한 제품은 비트코인이지만, 현재의 블록체인 산업은 비탈릭 부테린과 이더리움이 만들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 절대적 산업적 기여도를 기반 삼아, 비탈릭 부테린은 현재 블록체인 산업을 움직이는 아이돌이자 메시아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발행한 이더리움 코인으로 세계에서 가장 젊고 돈 많은 자산가로도 등재되었다(추정 자산만 4조원이 넘는다). 블록체인 산업이 커질수록, 모이는 돈이 많아질수록, 비탈릭의 영향력도 더욱 거대해져간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전 세계 블록체인 산업과 생태계가 변화하고, 그가 한번 행사장에 나올 때마다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다.


1994년생이니까 우리나이로 쳐도 아직 서른도 안 된 비탈릭은 이 모든 것을 20대에 이뤘다. 진정한 ‘소년출세’의 살아 있는 교보재이자 롤모델이다. 비록 비탈릭이 코딩에 매진하느라 손목 터널증후군을 앓을 수는 있지만, 멋진 칼군무를 위해 허리디스크 부상에, 무릎 연골은 닳아 없어지고, 발목 골절에 시달리는 아이돌보다는 건강 상태도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다고 했던가. 가장 열광적인 지지자들만큼이나 비탈릭은 안티팬도 많다. 가장 공격당하는 것이 이더리움의 속도 문제다. 비탈릭이 스마트 콘트랙트를 얹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기는 했지만, 초당 15건(실제로는 10건 이하인 경우가 많다)에 불과한 정보처리 속도로, 초당 이용자가 백 명만 몰려도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초당 3만 건 이상을 처리하는 비자카드에 비교하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의 금융결제는 돌도끼를 들고 뛰어가는 것처럼 비효율적이고 느리다. 금융결제 시스템엔 이미 KTX급 속도와 편의성을 가진 서비스들이 있는데 왜 굳이 돌도끼를 들고 뛰어야 하는 걸까.


블록체인 메시아로서 비탈릭은 답을 주어야 했다. 모든 정보처리가 좁은 길 하나로 다니려니 이렇게 밀리는구나. 그럼 갓길을 내면 되겠구나. 그는 손을 들어 “이더리움 메인넷의 갓길이 되어줄 레이어2가 정보처리 정체의 답이로다” 했다. 그의 말 한 마디로, 이더리움 메인넷의 상시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갓길을 만들어주는 레이어 2 프로젝트가 2019년부터 붐을 이루었다.


아쉽게도 레이어2로도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상습정체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생각했다. 버스전용차선을 만들 듯이 스마트 콘트랙트와 컨센서스 처리에 전용차선을 따로 만들면 되지. 한국의 버스 전용차선을 봐라. 버스전용도로는 웬만하면 안 막힌다. 그래서 2020년 12월부터 컨센서스 알고리즘 전용 차선을 만들었고, 급하게 만드느라 구간에 따라 일부에만 전용차선을 만들었는데, 지난 9월 중순에 진행된 ‘더 머지(The Merge)’는 차선 전체를 전용차선화하는 작업이었다. 물론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바뀐 것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이더리움 2.0”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그냥 업그레이드”로 표현되긴 했지만, 전 세계 블록체인 산업계는 이번 ‘더 머지’프로젝트에 엄청난 기대감을 가졌었다. ‘더 머지’가 되면 이더리움 안에서 뭔가 획기적인 속도와 서비스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까? 최소한 신석기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는 가겠지. 이제 말이라도 잡아타고 가려나 보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속도도 그냥저냥 비슷하고, 수수료도 별반 차이가 없다. 어쩌면 속도와 수수료 개선보다 본질적으로 더 실망한 것은 이더리움 코인 가격 하락이다.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거라 기대하고 잔득 투자했는데 마이너스 15%가 넘다니! 비탈릭 부테린, 용서할 수 없다. 이제 팬에서 안티로 돌아선다!!!


죽창을 들고 일어서려는 안티들에 대항해서, 비탈릭 부테린은 한편으로는 이더리움 지분증명이 가진 환경적 우수성을 주창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트코인 채굴이 끝나면 시스템이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 공격하면서 이 난관을 극복하려 애쓰는 중이다. 그리고 곧 진짜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반복하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의 가야할 방향은 탈중앙화이며, 원숭이 그림이 그려진 디지털 쪼가리를 사느라 수백억 달러의 돈이 오가는 NFT 시장을 공격하는 비탈릭은 탈중앙화를 주창하는 독재자의 모순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탈릭은 지난 수년 간 소년출세로 본의 아니게 블록체인 산업 전체를 견인하고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이자 선지자가 되어, 기술개발 과정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그 모든 실패를 대중에게 노출하면서 비난받고, 그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는 고단한 시간들을 집요하게 견뎌내고 있다. 적어도 비탈릭과 이더리움은 돈맛을 본 뒤로 기술개발에 손놓아버린 대부분의 초기 프로젝트들처럼 변질되지 않고, 여전히 블록체인 기술개발과 기술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 이른 나이에 엄청난 영향력과 부를 소유한 이후 짊어졌어야할 무게감과 고립감의 무게를 견디면서 말이다.


젊고 재능 있는 청년개발자가 개발과정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실패와 오류들이 모두 공개되고, 실패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고 합리화해야 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우리는 모두 실패와 오류, 자기모순의 끝없는 과정에서 거듭되는 후회를 근간으로 조금씩 성장해간다. 우리의 실패와 오류, 자기모순은 나홀로 이불킥의 영역에 존재하며 남들은 모른다. 흘려보낼 수 있다. 비탈릭은 성장과정 전체가 대중에게 노출되는 위치에 있기에 실패의 이력이 허용되질 않는다. 그 역시 답을 찾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답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자기모순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기술적 한계와 불투명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생태계 참여자 중 비탈릭 부테린 만큼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의 방향성에 대해 근본적이고 깊은 고민을 지속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개선에 대한 비탈릭의 도전이 끝끝내 실패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비탈릭의 기여와 헌신은 결코 훼손되지 않는다. 그는 적어도 돈에 수렴되지 않고 기술의 방향성을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중앙화’를 외치는 독재자 비탈릭 부테린을 위하여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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