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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 시장 흔드는 ‘언더독 반란’…한국도 기회는 있다

  • 송고 2024.09.05 14:42 | 수정 2024.09.05 14:49
  • EBN 진명갑 기자 (jiniac@ebn.co.kr)


진명갑 미래산업부 기자

진명갑 미래산업부 기자

‘판매량 1000만 장 돌파’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상징적인 숫자다. 넘보기 힘든 거대하고도 높은 벽이다. ‘GTA5’, ‘갓 오브 워’, ‘젤다의 전설’, ‘엘든링’ 등을 개발한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들이 이러한 벽을 넘었다.


닌텐도, 락스타게임즈, 프롬소프트웨어 등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들의 신작은 막대한 자금과 높은 개발력을 앞세우고,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다. 언젠가부터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100여 명의 개발자가 투입된 ‘검은 신화: 오공’이 지난달 20일 출시돼 3일 만에 판매량 1000만 장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 게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AAA급 게임 개발에 약 300여 명이 투입되는 것과 비교하면 기적적인 판매량이다. 이 게임의 개발사는 중국의 ‘게임사이언스’다. 이전까지 이 회사는 중국 내에서도 유명하지 않았으며,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는 무명(無名)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제는 연내 2000만 장 돌파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쯤 되면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언더독의 반란’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해 세계 최고 게임으로 선정된 ‘발더스 게이트3’의 개발사인 라리안 스튜디오도 마찬가지였다.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타이틀을 만들어냈지만, 이 회사 역시 글로벌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게임을 만드는 방식, 그 과정에서 보인 진정성은 게이머들에게 강하게 다가왔다. 결국 이들은 거대 게임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어디쯤 와 있을까?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을 보유한 나라다.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열정도 막강하다. 동네의 PC방을 거점으로 한 ‘풀뿌리 e스포츠’라는 말도 나왔다. 세계적인 선수 ‘페이커’라는 아이콘도 있다. ‘리니지’부터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크래프톤’과 같은 세계적인 게임을 만들며 찬란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작 한국 게임사들의 글로벌 영향력은 예전만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중심으로 회사의 크기는 커졌지만, 점점 실적과 주가 부양을 위한 목적의 게임 출시가 이어진다.


최근에는 앞다투어 북미와 유럽시장 공략을 선언하는 회사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실적 개선이라는 목표에만 몰두해 게임의 본질적 재미나 창의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한국 게임업계는 이제 세계 시장에서는 언더독이다. ‘언더독의 반란’은 게이머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경험을 갈망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게임사이언스의 ‘검은신화: 오공’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작은 회사라도 진정성과 혁신,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담아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의 규모나 이름값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이머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그 진정성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게임사들도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고,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 다시 한 번, 그 기회를 잡을 때다. 게임 산업의 미래는 변화와 도전 속에서 피어난다. 지금이 바로 그 변화를 맞이할 시간이다. ‘언더독의 반란’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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