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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허덕이는 패션업계, 포트폴리오 다각화 ‘승부수’

  • 송고 2023.10.31 03:00 | 수정 2023.10.31 03:00
  • EBN 이재아 기자 (leejaea555@ebn.co.kr)

LF, 신세계인터 등 주요 패션기업 3·4분기 실적 전망 암울

소비침체·간절기 의류판매 부진·명품수입 중단 등 악재 잇따라

‘대체재’ 향수·화장품 주목…진입장벽 낮고 의류보다 마진 높아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이 향수·화장품 등 ‘스몰 럭셔리’ 분야를 위주로 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에 혈안이다. 픽사베이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이 향수·화장품 등 ‘스몰 럭셔리’ 분야를 위주로 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에 혈안이다. 픽사베이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이 향수·화장품 등 ‘스몰 럭셔리’ 분야를 위주로 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에 혈안이다. 패션업계 불황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의류보다 마진이 높은 제품군을 통해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3875억원 대비 14.7%(569억원) 감소한 3306억원, 영업이익은 242억원에서 48.3%(117억원) 줄어든 125억원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LF의 경우 매출액이 2.7%(119억원) 감소한 4228억원, 영업이익은 51.0%(152억원) 줄어든 146억원으로 전망됐다. 한섬 역시 매출액 3284억원, 영업이익 155억원 등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130억원), 52.5%(171억원) 뒷걸음질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의 실적이 일제히 부진할 것으로 점쳐진 이유는 다양했다. 일단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에다 계절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통상 9월부터 가을·겨울 시즌 의류가 판매되나 최근 평년 대비 날씨가 더워 간절기 의류 소비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다.


국내 패션의 성장 축이 기존 명품 브랜드보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로 옮겨간 영향도 컸다. 현재 패션업계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소비 패턴은 과거 패션 대기업들이 선도하던 트렌드와 다소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가격대와 상관없이 이미 대중화된 브랜드보다 ‘나만 아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제품 철학 등 개인의 가치와 신념을 반영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독특한 브랜드 스토리를 전개해 고객 팬덤을 형성해온 브랜드들이 국내서도 인기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브랜드가 아닌 나만 아는 브랜드가 주는 희소성이 큰 무기가 됐고, 이 중 가격대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면 금새 ‘신명품’처럼 가치가 급부상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백화점 내에서는 마뗑킴, 마르디메크르디, 아더에러 등 브랜드의 매출 성장세가 가파른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기업들 입장에선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인기 브랜드를 먼저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이전보다 더 강하게 짊어지게 됐고, 신규 브랜드 출시·수입 등 투자를 늘리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명품을 수입 판매하던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일부 업체는 셀린느, 메종마르지엘라 등 명품 브랜드 본사와 국내 판매 계약을 종료한 상황이라 매출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는 패션시장 전통적 성수기로 구분되나 이 기간 시장 전망 역시 부정적인 편이다. 증권업계는 소비심리 침체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면서, 연내에는 코로나19 시기 보복소비로 누렸던 호황기를 뛰어넘기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패션 대기업들이 실적 확대를 위한 돌파구로 향수, 화장품 사업을 선택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의류 교체수요가 돌아오기 전까진 상대적으로 마진이 더 높고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뷰티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수익성 보전해나간다는 복안에서다. 실제로 LF, 한섬, 신세계인터 모두 최근 향수 라인업을 확장하고 뷰티 브랜드 신규 론칭에 주력 중이다.


향수의 경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브랜드 판권을 공격적으로 확보하고 각종 팝업을 운영하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 취급하던 △바이레도 △딥티크 △산타마리아노벨라 △메모파리 등 브랜드에 이어 지난 6월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힐리를, 7월에는 이탈리아 브랜드 쿨티를 잇달아 론칭하며 향수 라인업을 확장했다.


LF는 2016년부터 판매해온 프랑스 향수 브랜드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에 이어 지난해 2월에는 프랑스 니치 향수 편집숍 조보이(JOVOY)를 론칭했다. 한섬의 경우 다음달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아르헨티나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푸에기아1833’ 첫 매장도 선보인다. 한섬은 지난해 5월 프랑스 니치향수 편집매장을 국내에 도입하며 향수 사업을 본격화한 이력이 있다.


세 패션기업 모두 화장품 브랜드도 확장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1월 프랑스 브랜드 ‘로라 메르시에’ 국내 독점 판권을 인수했으며, 한섬은 남성 화장품 시장 진출을 위해 여성용 브랜드 ‘오에라’를 확장한 ‘오에라 옴므’를 론칭했다. LF도 비건 뷰티 브랜드 ‘아떼’를 앞세워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가을 화장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체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의류 외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필요성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화장품이나 향수 등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자리를 잘 잡으면 마진도 높은 편이라 모든 업체가 비슷한 방향으로 신사업을 추진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4분기 패션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백화점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내년에는 명품 브랜드 이탈 효과가 소멸하고 관광객 증가세로 인해 패션업계 실적이 회복될 여지가 남았다. 현재로선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수익성을 최대한 보전해나가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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