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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ARA-인제스피디움, 유소년 꿈나무 대회 ‘불법地’ 개최 논란

  • 송고 2023.06.20 06:59 | 수정 2023.12.01 22:25
  • EBN 윤경현 부장 (ykh@ebn.co.kr)

풀뿌리 모터스포츠 외치지만, 참가자 안전에 무관심

CJ그룹사 이사회 주축 KARA, 내부 이사회도 깜깜

대회 일주일 앞두고 장소 세 번 번복, 탁상 행정논란

인제군, 개최 장소 반대···조성계획 변경 외 안전 논란

이재현 CJ그룹 회장 가신들 가운데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협회장이다ⓒ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이재현 CJ그룹 회장 가신들 가운데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협회장이다ⓒ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강신호 협회장)에서 공인 받은 인제스피디움(대표이사 이승우) 카트대회가 총체적인 부실로 얼룩지고 있다. 풀뿌리 모터스포츠를 외치며 7세 어린이부터 초·중·고 청소년까지 참가하는 대회를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불법 장소에서 치르려 한 것으로 EBN 취재결과 확인됐다. 참가한 학생들과 학부모는 이러한 속내를 모른다. 공인된 단체 대한자동차경주협회와 인제스피디움이 주최한 대회라는 믿음 때문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게 국내 모터스포츠를 대표하며, CJ그룹이 후원하는 '대한자동차경주협회'와 태영그룹과 건설이 지원하는 계열사 '인제스피디움'의 합작품이라는 점이다. 특히 양 기관의 모기업은 CJ와 태영으로 그룹 차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매년 국내 상장사는 ESG 부문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평가하고 등급을 부여한다. 경영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필수조건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미숙한 대회 운영으로 이들의 하부 단체 및 기업은 그룹의 ESG 경영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대회 현장에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른 항시 대기해야 할 응급구조사는 자리에 없었고 지역 병원 및 소방서와의 응급상황에 대한 협조도 없었다. 여기에 안전 구조물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실행도 없이 치러진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행사로 쉬쉬하며 진행됐다. 언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어색하지 않는 부실한 대회에 어린이와 청소년이 참가한 것이다.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에서 ‘KARA 카팅 코리아 챔피언십(KARA Karting Korea Championship. KKC)’가 치러졌다. 이번 대회는 7세인 마이크로 맥스부터 14세 이상 시니어 맥스 클래스까지 총 23명의 유아 및 청소년들 참가했다. 모터스포츠 업계 및 EBN 취재를 종합해보면 대한자동차경주협회과 인제스피디움이 유소년 선수 육성을 위해 실시한 이번 '카트(KART) 대회'가 당초 행정구역상 인허가가 나지 않은 불법 장소에서 대회를 치르려 했다.

태영그룹 창업주의 신임을 받고 있다고 알려진 이승우 인제스피디움 대표이사ⓒ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태영그룹 창업주의 신임을 받고 있다고 알려진 이승우 인제스피디움 대표이사ⓒ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당초 주최측은 기존 운영하던 레저 카트장을 대대적으로 확장해 대회를 치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정작 본 대회는 인제스피디움 1주차장 부지에 상설 카트장을 만들어 진행됐다. 급조된 경기장이다. 그렇다보니 대회의 기본이 돼야 할 '안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대해 주최측은 경주장 위치 변경은 일부 참가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의견을 검토하여 KARA의 카트 경주장 공인을 통해 더욱 공신력 있는 시설로서 더 좋은 경주 환경을 만들기 위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최초 카트대회를 치르려 했던 경기장은 인제스피디움 그랜드스탠드 ‘다목적 광장’이었다. 인제군이 고시한 ‘인제스피디움 관광지 조성계획’에 따르면 「관광진흥법」 제54조 제1항 및 제3항 및 동법 시행령 제47조의 규정에 따라 인제스피디움 관광지는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북리 1500번지 일원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토지이용계획 및 건축물계획 변경내역에는 그랜드스탠드 다목적 공원에는 한시적인 주차장 및 행사만 가능하다.


카트대회를 치를 수 있는 배기량 125cc 이외 내연기관 등 동력원을 장착한 자동차 등은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KARA와 인제스피디움은 불법 장소에서 대회를 치르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 다목적 광장임에도 불구하고 카트장 조성을 위해 아스팔트 포장 후 차선 도색을 진행했다. 엄연히 용도 외 불법 용도 사용이다. 이외에도 방호벽을 설치해 다목적 광장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게 카트장 용도 이외 사용 및 사람의 출입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


이러한 불법 활용에 인제군이 제동을 걸었다. 인제스피디움 관광지 조성계획 용도 변경 허가를 받으라는 것. 이에 인제스피디움 측은 무시로 일관하며 카트대회 감행했고 인제군 측은 대회 후원에서 빠지게 됐다. KARA와 인제스피디움 측은 인제군의 강경한 태도에 2차 장소인 패독클럽 앞에서 대회를 진행하려 했고 최종적으로 카트장 및 오프로드경기장 이외 주차장으로 중복활용이 가능한 ‘공공편익시설지구’인 인제스피디움 제1주차장에서 대회를 치렀다.


주최측은 이번 대회를 일주일 남겨두고 장소를 무려 세번이나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말 그대로 '삼고초려' 끝에 고른 곳이 고작 '주차장 부지'였던 셈이다. 인제군은 KARA와 인제스피디움이 진행하는 카트대회에 명확한 선을 그었다. 대회의 안전을 문제로 후원사에서도 빠진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KARA는 대회 포스터에 인제군을 명시하며 공신력 있는 대회로 홍보했다.

모터스포츠의 풀뿌리 종목인 카트대회. 'KARA 카팅 코리아 챔피언십'은 안전불감증과 탁상행정이 빚어낸 대회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모터스포츠의 풀뿌리 종목인 카트대회. 'KARA 카팅 코리아 챔피언십'은 안전불감증과 탁상행정이 빚어낸 대회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카트대회는 모터 스포츠 꿈나무들이 전문 드라이버로 입문하기 위한 첫 단계다. 하지만 대회를 주최 및 주관하는 KARA와 인제스피디움은 꿈나무들의 안전보다는 대회 형식에만 매몰 돼 졸속으로 치렀다는 오명을 벗기 힘들게 됐다. 또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경기장을 개선해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카트 경기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언도 결국 허울뿐인 약속이 됐다.


총체적인 부실로 얼룩진 대회였다는 게 KARA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전 구조물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실행도 없이 치러진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행사가 'KARA 카팅 코리아 챔피언십'이 대표적이라고 언급될 정도다. KARA 측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인정했다. 대회를 운영하는 KARA 고위 관계자는 EBN과 전화통화에서 안전과 대회 절차상의 문제를 간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대회는 KARA 임모씨, 최모씨, 윤모씨가 주축으로 진행된 대회로 알려졌다.


KARA는 FIA(국제자동차연맹)에 의하여 공인된 각국 국내의 모터스포츠를 총괄하는 단체인 ASN(Authority Sporting National)으로 국내 모터스포츠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하지만 이러한 권한은 부실과 탁상행정으로 얼룩져 모터스포츠 단체 스스로가 지위와 권위를 실추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사고와 직결된 ‘중대재해예방 대책 수립 조항’에도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KARA 자동차경기 국내 규정집 제7장 제10조에 따르면 대회 주최자는 경기장 및 주변 안전시설을 점검할 의무가 있다. 허술한 상설 카트장이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증언이다. 유아 및 청소년의 안전을 책임질 구조물 및 안전펜스가 KARA 규정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응급의료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한순간 사고에 따른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카트대회장에는 상주해야 하는 응급구조사가 자리에 없었고 비전문가인 주최 측 직원이 상주했다.

인제스피디움 측은 행정기관의 조성계획 용도 변경을 무시로 일관하며 카트대회 감행했고 인제군 측은 대회 후원에서 빠지게 됐다ⓒEBN

인제스피디움 측은 행정기관의 조성계획 용도 변경을 무시로 일관하며 카트대회 감행했고 인제군 측은 대회 후원에서 빠지게 됐다ⓒEBN

이 같은 헤프닝은 카트대회에 상주해야 하는 응급구조사가 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포츠 주행도 같이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응급구조사가 두 곳의 장소를 챙기는 상황으로 만일의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또 내부 규정 제10조 5항에 따르면 경기장 및 주변 안전시설을 점검해야 한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여 응급의료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대책과 함께 중대재해 예방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응급상황을 대비해 인제군 지역 소방서 및 의료기관에 협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ARA가 이 같은 응급·비상 대책을 규정해 놓고, 정작 본인들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대회 전날인 10일 인제스피디움-KARA는 KARA 카팅 코리아 챔피언십 개막에 앞서 모터스포츠 업계 관계자들과 대회 출전 카트 선수들을 초청 오픈 파티 행사를 진행했다. KARA 정선혁 부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KARA 카팅 코리아 챔피언십 창설을 통해 올 시즌 카트 경기수가 전년 두 배로 늘어나는 등 기초 종목의 양적, 질적 성장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 시즌 마음껏 기량을 뽐내고 성장할 기회가 되길 바라며, 선수 여러분들이 펼쳐 나갈 멋진 레이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슈퍼레이스 김정수 본부장은 기념사에서 “여기 자리한 선수들의 목표는 F1 드라이버일 것. KKC 같은 대회와 선배들의 경험 공유 등 좋은 환경과 많은 지원이 있기에 이제는 가능한 목표”라며 “슈퍼레이스도 성장하는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미래 모터스포츠 꿈나무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승우 인제스피디움 대표는 “KKC를 통해 대한민국 카트 종목의 발전과 대중화를 노린다”며 “이를 위해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 조직위원회는 다양한 카트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해외 우수 지도차 초청, 대회 우승자의 해외 대회 파견 및 유소년 카트 선수의 대학 특기생 확대 등을 포함한 카트 선수 육성 TFT를 KARA와 함께 구성해 대한민국 카트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 활성화 될 한국 카트를 위해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KARA 카팅 코리아 챔피언십'은 KARA와 인제스피디움이 만들어낸 안전불감증의 종합선물세트라는 게 업계 전문가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와 관련하여 태영그룹 한 관계자는 “계열사의 이 같은 대회 진행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대회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인제스피디움 측이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풀뿌리 모터스포츠를 외치며 7세 어린이부터 초·중·고 청소년까지 참가하는 대회를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불법 장소에서 치르려 한 것으로 EBN 취재결과 확인됐다ⓒ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풀뿌리 모터스포츠를 외치며 7세 어린이부터 초·중·고 청소년까지 참가하는 대회를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불법 장소에서 치르려 한 것으로 EBN 취재결과 확인됐다ⓒ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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