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진 ‘HMM’유찰 그림자…산은, 셈법 복잡하다

송고 2023.10.25 13:33 | 수정 2023.10.25 13:34
EBN 천진영 기자 (cjy@ebn.co.kr)

강석훈 산은 회장 “HMM 적격 인수자 없으면 유찰”

대출 지원 선 긋고 현금 유출 관련 보완 장치 언급도

내달 예정된 본 입찰 앞두고 매각 유찰 가능성 키워

부산항에 정박해 있는 HMM 선박. [제공=HMM]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의 매각 시나리오가 재편될 상황에 직면했다. KDB산업은행이 HMM을 품을 만한 적합한 후보자가 없다면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하면서다.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인 3곳의 입찰 후보들을 겨냥한 발언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이들의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연내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던 산은이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면서 유찰로 무게추가 기우는 모습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내달 23일 HMM 매각 본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본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매각 측은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LX인터내셔널, 동원산업, 하림그룹 등 3곳을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올렸다. 지난달 6일부터는 HMM 실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매각 대상은 HMM 주식 3억9879만주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HMM 주식 1억120만주, 9759만주에 지난 20일 주식으로 전환된 1조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포함된 수치다.

현재 시장에서는 HMM의 매각가를 5조~7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 후보 기업들의 현금 동원력은 5000억~2조5000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현금 동원력과 자산 규모를 감안할 때 매각 측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HMM의 자산 규모는 26조원 반면, 하림은 17조원, LX 11조원, 동원 9조원에 불과하다. 인수를 성공하더라도 동반 부실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유찰설도 흘러 나왔다.

이 같은 유찰설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적격 인수자가 없으면 HMM 매각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유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강석훈 회장은 HMM 매각과 관련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매각해야 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현재 응모자들이 적격자가 아니라는 발언은 아니었다”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유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게 업계 지배적 시각이다.

특히 인수 후보 기업의 대출 지원 여부와 일각에서 제기된 고배당 자금 유출 우려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석훈 회장은 “인수 후보 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보가 배당으로 HMM의 현금을 빼갈 수 있다는 지적과 배당 제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사적인 용도로 쓰지 않게 하기 위한 제약을 부과할 생각”이라며 “주주 간 매매계약이라든지 구속력 있는 계약서를 통해 합의를 할 예정이고 인수기업과 충분히 협의를 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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