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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정부 R&D 이권 카르텔 논란과 현상에 대한 소고

  • 송고 2023.08.02 02:00 | 수정 2023.08.02 02:00
  • EBN 관리자 (gddjrh2@naver.com)

우종훈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우종훈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우종훈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올해 우리나라 1년 R&D 예산은 사상 최초로 30조원을 돌파했다. 매일같이 언론에서 조 단위의 숫자가 나오다보니 30조원이라는 금액에 무뎌졌을 수도 있지만 조라는 단위는 어마어마한 액수로 1년 국가 전체 예산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R&D 대비 산출 생산성은 매우 높으나 평균 효율성은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R&D를 통해 논문이나 특허와 같은 양적 성과는 좋은 반면 실제 기술 적용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매우 낮다는 의미이다.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우리나라 정부 R&D 사업의 연구개발 성공률은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양질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의 R&D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당연한 R&D 사업이 어떻게 성공률이 100%에 가까울 수 있는지?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의 과학/공학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어야 하고 벌써 과학부분 노벨상 수상자가 몇 명 탄생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R&D 과제 사업화율은 50%가 되지 않는다. 사실 50%도 상당히 과장된 것으로 대부분의 국가 R&D 사업에서 '사업화 성공'이라는 것이 특정 기준만 만족시키면 되는 것으로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업화 성공과는 거리가 크다. R&D 성공률 또한 과제 계획서에 제안된 정량성과목표 수치만 만족을 시키면 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100%에 가까운 성공률은 그 자체가 합리적으로 설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굳이 정량적 수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실 사업화율이 높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낮은 사업화율 자체가 문제가 되는 순간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텐데 국가 연구 사업과 관련된 이해당사기관들 중 어느 기관 또는 주체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높은 사업화 실패율이라는 문제는 그저 우리나라 R&D 사업의 효율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자포자기적 결론으로 귀결이 되곤 한다. 물론 모든 사업이 성공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사업화가 목적이 아닌 사업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굳이 국가 R&D 사업에 대해 분석한 여러 논문들의 총요소 생산성이나 R&D 사업의 생산성과 효율성 평가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우리나라의 국가 R&D 생태계는 분명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국가 R&D 사업의 부실 문제는 사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오고 있다. 조금이나마 이러한 문제들을 완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술적 보완 조치는 꾸준히 이루어져왔다. 과제 기획을 위한 회의체 운영이나 평가 기준을 보다 엄격히 한다거나 하는 보완책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상존하고 있고 오히려 정부 R&D 예산이 증가하면서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허술한 국가 R&D 체계를 악용하는 세력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척결해야 할 이권 카르텔 중 하나로 R&D 카르텔을 지적하면서 과학기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편협한 과학기술 정책 위에 카르텔이 있다고 하며 카르텔의 실체를 언급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지 R&D 카르텔로 특정하기는 어려워보인다고 하기도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놓고 카르텔임을 피력하거나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이권 카르텔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허술한 시스템과 잘못 설계된 제도, 그리고 관리 부실로 인해 조직적인 카르텔은 아니지만 이권 카르텔과 유사한 인적/조직적 네트워크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정부 R&D 사업의 진행은 대략 다음과 같다. 정부부처에서는 산업 동향을 파악하여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할 방향성과 대상을 선정한다. 일단 지원 대상이 결정되면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하여 로드맵 설계와 과제 설계 작업을 진행한다. 위원회는 보통 학계, 기업, 연구소 등으로 구성이 된다. 기획 작업은 전담기관의 MD나 PD가 주관을 하고 업계에 알려진 전문가들을 섭외해서 작성이 필요한 문서 집필을 지시한다. 이렇게 기획된 과제들에 대한 RFP가 공고되면 여러 기관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발표 평가를 통해 기관을 선정하게 된다. 과제들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5~6년에 이르기도 한다. 다년 과제는 해마다 중간평가를 받게 되고 마지막 연차가 되면 최종 평가를 통해 과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정부부처는 일의 대부분을 대부분 전담기관과 정출연 등 전문 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특정 기관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R&D 주제와 과제에 대한 기획은 충분한 검토와 면밀한 분석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대개 집필에 주어지는 시간은 매우 촉박하기 때문에 심도있는 기획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로드맵은 포괄적인 산업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한채 형식적으로 만들어지고 과제들은 참여한 전문가들의 전공 분야나 특정 기업의 니즈에 편향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기획을 통해 도출된 과제는 보다 엄격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여 과제가 종료되었을 때 성공여부와 사업화여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 과제 기획이 완료되면 그 이후의 실행이나 평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진행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보는 것은 과제 기획과 실행, 그리고 평가 주체들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과제 기획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해관계 문제로 그들이 기획한 과제를 주관하거나 참여하면 안됨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에 허술함이 상존하고 있다. 우선 과제를 기획한 사람이 과제를 주관하는 것은 규정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그 밖의 경우들(과제 참여, 용역 수행 등)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기획되고 공고되는 많은 과제들의 주인이 정해져 있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심지어 대놓고 '내가 기획한 과제이니 심사 요청이 오면 잘 봐달라'는 요청도 빈번히 듣게 된다. 이런 부정은 부처와 전담기관에서 엄격하게 관리를 해야 하지만 규정 자체가 허술하기 때문에 별다른 제제를 하지 않고 오히려 고분고분 말 잘 듣고 그들의 궃은 일들을 처리해주는 충실한 종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런 부정이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R&D 이권 카르텔이라는 화두가 제기 되었을 때 '유명대학이나 기관을 중심으로 과제가 선정되는 것을 봤다'는 얘기나 '특정 대학 출신 또는 특정 연구 기관이 그들만의 리그로 연구정책을 좌지우지하며 특정 분야나 특정 기술의 전부인 양 일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권 카르텔이라고 여겨지는 그룹에 속한 대학 출신이나 기관에 속한 사람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외부에서 보았을 때 높은 벽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에 이르는 R&D 과제들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최근 R&D 사업에도 유행하고 있는 예타사업과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인력양성 사업의 규모는 적게는 수 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에 이른다. 이러한 사업들은 애초에 기획 단계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무리 역량이 있더라도 과제에 참여할 수 있는 확률은 0에 수렴하고 그 내부에서는 이해가기 어려운 부정한 일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악순환이 정부부처의 전문성 부족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매년 수백억의 예산을 주무르는 정부부처의 담당자들(대개는 사무관 레벨)은 애초에 특정 업종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한 충분한 학습을 통해 업에 대한 이해도와 예산을 적절한 곳에 배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그 역할은 전담기관에 전가되는데 전담기관 또한 정부부처와 크게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부처와 전담기관은 상대적으로 기획에 여력이 있는 정출연과 같은 기관에 의존하게 된다. 여기에서 정부부처와 전담기관은 정출연에 대한 암묵적인 빚이 생기게 되고 결국 기획과 실행, 그리고 평가의 주체들이 분리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정출연과 같은 대형 기관들은 이러한 생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득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다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어떤 정출연들은 연구라는 본연의 능력은 퇴화되고 대정부 활동을 통해 막대한 예산을 챙기고 실제 사업 수행은 다른 전문가를 찾아 맡기게 되는 경우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 R&D 사업의 가장 큰 함정은 모든 예산이 세금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세금이기 때문에 주인을 특정할 수 없게 되고 정부 관료는 수백, 수천억에 대한 권한을 가진 일종의 권력으로 군림하게 된다. 정부 R&D 사업들의 예산관 관련된 면면을 보면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수백억, 수천억이라는 무서운 숫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면밀히 분석하여 예산이 수립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제는 몇십억, 저 과제는 몇십억하는 식으로 그저 감으로 계획을 한다. 민간이라면 10이라는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일이면 정부 R&D 과제로는 100만큼을 받아낼 수 있다는 얘기가 허언이 아니다. 조금 과장하면 정부 R&D 예산은 먼저 찜해서 기획하고 따오는 사람이 임자라고 할 만큼 도덕적 헤이가 극심하다. 이러한 총체적 부실함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하는 주체는 결국 정부부처지만 안타깝게도 앞장서서 혁신하기 보다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큰 문제 없이 사업을 내리고 숫자를 챙기기에 급급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GDP 기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고 23년 기준으로 민간을 포함하면 GDP 대비 R&D 투자는 약 5%(2021년 4.96%)로 세계 2위에 수준이다. 그 밖에 인구수 대비 연구비 및 연구인원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투입에 해당하는 지표는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사업화로 이어지는 효율성은 투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정부부처를 포함한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뿌리깊은 도덕적 헤이가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4차산업이 제시하는 기술적 진보와 함께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구감소에 의한 축소사회를 고려한다면 양적 투입이 국가 성장과 비례했던 과거의 성장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양적 투입보다 연구개발 유형에 따라 표적화 및 수용성을 고려한 정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과제 기획, 수행, 평가 등에 대해 권한 만큼 책임을 엄중히 함으로써 세금이 무의미하게 낭비되지 않고 국가 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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