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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맥반석 섬, 완도산 전복은 "뭔가 특별한 게 있다"

  • 송고 2023.05.21 00:00 | 수정 2023.05.21 00:00
  •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최상품질의 이유 '기온·수온·먹이·해저환경' 4박자

영양염류 먹고 자란 전복, 음식 넘어 치료약으로

완도군 앞바다 양식장에서 들어올려진 주먹만한 전복이 다시마 줄기를 먹고 있다.ⓒebn

완도군 앞바다 양식장에서 들어올려진 주먹만한 전복이 다시마 줄기를 먹고 있다.ⓒebn

[전남 완도=이윤형 기자] 국내산 전복의 7할이 생산되는 곳. '전복의 보고'라는 별칭을 가진 전라남도 완도. 이곳에서 자라난 전복이 유달리 유명한 데는 생산량도 생산량이지만 비교할 수 없는 품질에 있다. '전복하면 완도, 완도하면 전복'이란 말이 흔히 회자 되듯, 품질과 맛이야 이미 좋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대중이 잘 알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완도가 전복과 이토록 깊은 인연을 맺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완도군 앞바다로 가봤다.


"먹이 자체가 달라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젤로(제일로) 좋은 것으로다가 쓰죠."


완도읍 인근 선착장에서 너배기배(채취 작업선)를 타고 바다로 나섰다. 흐린 하늘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날씨에도 멀리 보이는 양식장 곳곳에는 다른 작업선들의 크레인이 부지런히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선착장을 뜬지 10분쯤 흘렀을까. 신지대교 밑을 지나자 사각형 전복 양식장이 어스름하게 보였다. 양식장 앞까지 한참이나 남았을 때, 갑자기 배가 덜커덕 멈춰 섰다. 눈앞에는 빨간색 부표들이 줄지어 있었다. 전복 먹이 양식장을 표시해놓기 위해 띄운 부표란다. 조타를 잡은 한승남 어촌계장(가룡리)은 양식장을 보여 주기에 앞서 무얼 먹이는지 부터 보여주고 싶었던 듯 싶다.


크레인이 빨간 부표 옆 바다로 살짝 담가졌다 올라오니 그물에 걸린 검붉은 해조류 더미가 줄줄이 따라 올라왔다. 올해 초 포자를 뿌려 키워 놓은 다시마다. 완도산 전복은 다시마와 미역만 먹고 자라는데 12월부터 3월까지는 미역, 4월부터는 다시마를 먹인다.


품질 좋은 먹이를 먹고 자라나는 게 완도 전복이 명품이 된 가장 큰 이유다. 완도군의 바다는 서해안의 한류와 남해안의 난류가 합쳐지는 해역으로 해조류가 자라나기 최적의 환경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전망대(Earth Observatory) 사이트를 통해 "완도는 따뜻한 기온과 완만한 조수차로 다시마와 김, 미역을 양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해 이 같은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한승남 가룡리 어촌계장이 전복 먹이로 쓰이는 다시마를 크레인을 이용해 들어올리고 있다.ⓒebn

한승남 가룡리 어촌계장이 전복 먹이로 쓰이는 다시마를 크레인을 이용해 들어올리고 있다.ⓒebn

다시마가 제자리로 들어간 지 수 분, 배는 전복 양식장 앞으로 옮겨졌다. 가로, 세로 각각 2m 남짓 되는 정사각형 가두리가 4열 종대로 열 줄이 헤쳐모여 있었다. 이윽고 크레인이 양식장에 걸린 그물을 들어 올리자 다시마로 뒤덮인 전복집 '셀타(쉘터·shelter)'가 모습을 보였다. 낮에는 빛이 들지 않는 곳에 숨어 지내는 전복의 습성 탓에 집 이름을 '대피소'라고 지었단다.


그물망과 다시마 줄기가 걷혀지니 주먹보다 커 보이는 전복들이 셀타 겉면과 안쪽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셀타에서 떨어져 나온 몇몇 전복들은 물 밖으로 나와서도 뽀득뽀득 소리를 내며 다시마 줄기를 씹고 있었다. 전복은 '미(尾)'라고 세기도 하는데 이는 1㎏에 전복이 몇 마리 들어가느냐에 따라 분류한 무게를 말한다. '20미'라고 말하면 1㎏에 20마리가 들어간다는 셈 단위로, 숫자가 작을수록 오래 자란 큰 전복이다. 이날 꺼내진 전복은 1년6개월 정도 자란 개체들이었다. 얼핏 봐도 8미는 돼 보였다.


전복은 산란기인 4~5월 알부터 부화 직전까지는 육지에서 자란다. 수조에서 자란 6개월 정도의 치패가 2~3㎝, 크게는 5㎝까지 커지면 11월 즈음 가두리 양식장으로 들어간다. 치패 입주는 한 칸에 3000마리가 들어간다. 이후 전복의 성장에 따라 서식 밀도를 낮추기 위해 여러 차례 분가 작업도 이뤄진다.


1년6개월 이상 자란 전복은 가두리에서 건져 올려져 해상 작업장으로 옮겨진다. 수작업을 통해 1차 분류가 된다. 이때가 되면 손마디 하나, 두 개 크기였던 치패는 마리당 평균 60g까지 커진다. 수작업으로 나눠진 전복들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선별된 뒤 크기별로 보관 수조에 담겨진다.


"완도 해저는 90%가 맥반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맥반석은 정화 작용이 우수하고 '영양염류'를 많이 생성해 완도산 해조류와 수산물의 맛을 높이죠."


지역 특성상 완도산 수산물이 다른 개체보다 더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신우철 완도군수의 말이다. 완도군은 지난 2020년 '맥반석과 해산물의 영양학적 관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 한 바 있기도 하다.


완도군은 265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군도로 이뤄져 있는 지역으로 리아스식 해안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리아스식 해안은 해수면이 상승하거나 육지가 바다에 가라앉아 생기는 해안 지형으로 갯벌과 해조류가 숲을 이루고 바다 밑에는 맥반석과 초석이 깔려 있어 영양염류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반석의 주성분은 무수 규산(SiO2)과 산화알루미늄(Al2O3)이고, 산화제2철(Fe2O3)이 소량 함유되어 있다. 일부 학계에서는 약석(藥石)으로도 불린다. 예전에는 환약을 정제하는 여과제, 등에 나는 부스럼 또는 종기 등 피부질병을 치료하는 소염제(消炎劑)로 사용한 기록도 찾을 수 있다.


너배기배 위로 전복 쉘터가 들어올려졌다. 가두리 망안에는 전복 먹이인 다시마가 가득하다.ⓒebn

너배기배 위로 전복 쉘터가 들어올려졌다. 가두리 망안에는 전복 먹이인 다시마가 가득하다.ⓒebn

맥반석이 약 2만5000개의 무기염류를 함유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금속과 이온을 교환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유해 금속 제거제로도 사용하며, 이 암석에 열을 가하면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도군이 주목한 것은 주변 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맥반석이 영양염류를 활성화 시키고 있다는 부분이다. 영양염류는 식물플랑크톤이나 바닷말, 즉 해조류의 몸체를 구성하며 그 증식의 요인이 된다. 이는 완도군에서 고급 전복이 잘 자라나는 두 번째 근거이기도 하다.


바닷물 속의 영양염류량은 식물플랑크톤의 생산량을 좌우하는데 이는 다시 식물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동물플랑크톤의 생산량을 좌우하고 이것을 먹이로 하는 어류와 폐류의 생산량에 영향을 준다. 결국 영양염류는 육상 논·밭의 비료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자라나는 환경이 다르니 다른 개체보다 맛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맥반석은 특성상 정화 작용도 우수해 완도 해역의 바닷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영향을 주고 있다. 깨끗한 환경에 생물의 기초 먹이인 영양염류까지 많으니 다양한 수산물들이 오래 서식할 수 있다는 게 신우철 군수의 설명이다.


단지 좋은 다시마와 미역만 줘서 품질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완도라는 독특한 지형에서 나는 먹이를 먹고 동일한 환경에서 자라나야 지금 같은 품질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완도의 전복은 특산물(特産物)보다는 토산물(土産物)이라 부르는 게 더 적합하겠다.


"맛도 맛이지만 영양이 너무 풍부해 치료약으로 쓰일 정돕니다. 그 자체가 메디 푸드죠."


완도산 전복은 명성에 걸맞게 맛과 영양분이 풍부해 의학적 표본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실제 완도 전복에서 추출된 성분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적 권위의 해양 의약 분야 학술지 마린 드럭스(Marine Drugs)에 실리기도 했다.


"1일 1전복하면 1월 변신한다(매일 전복 한 개를 먹으면 몸이 몰라보게 좋아진다)"라는 신우철 군수의 말이 완도 전복의 우수성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또 전복 내장에서 추출된 알긴산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현재 이 연구에 대해서는 임상 시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도 전복이 의학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의 근거 또한 완도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완도군이 지역 토양·갯벌 분포와 암석학적 특성, 해산물의 영양학적 특성 등의 연구를 진행한 결과 패류는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전복과 꼬막은 타우린 함량이 높았고,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는 필수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해 감칠맛이 더 좋다는 점을 확인했다.


들어올려진 쉘터 안에 손바닥 만한 전복이 가득히 들어있다.ⓒebn

들어올려진 쉘터 안에 손바닥 만한 전복이 가득히 들어있다.ⓒebn

신우철 완도군수는 "완도의 해조류와 전복은 이미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며, 이제 의학적인 측면에 접근해야 할 시기"라며 "완도 해저지형의 맥반석 효능은 이미 미국 NASA도 인정했고, 완도 김은 우주인들의 식품으로 인증된 만큼 그 특성과 효능에 맞게 메디컬 푸드와 건강기능 식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완도산 해조류를 이용한 의학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톳과 감태에서 추출한 유기화합물이 치매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중요한 소재로 부각 되고 있다. 이에 완도군은 오는 2025년도까지 톳과 감태 생산량을 25만 톤까지 확대해 의학적 소재 수요에 대비할 방침이다.


"지금 시기에는 전복의 살이 많이 쪄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은데, 날씨 때문에 홍수출하를 하다 보니 소비량이 받쳐주질 못해요. 전복 맛은 질로(제일로) 좋을 땐데 팔도(팔지도) 못해요. 어민들이 아주 힘든 상황입니다."


이렇게 질 좋은 전복이 생산돼도 어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여름철을 앞두고 전복 양식 어민들은 대량 출하를 준비하지만, 실제 판매까지 이어질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7~8월이면 고수온으로 집단 폐사가 발생하거나 태풍이나 자연재해가 올 우려가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대량 으로 출하를 하지만 수요는 한정적이라 매년 이맘때 수급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생산 원가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완도군도 자체적으로 소비 촉진에 나서고 있지만 지역에서 소비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어민들은 전국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한승남 어촌계장은 "지금 모든 물가가 다 올라갔는데 전복만 가격이 내렸다"며 "이 시기에 젤로(제일로) 많이 일하고 출하되는 시기기 때문에 홍보를 많이 해서 어민들이 조금이라도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복 1㎏에 5~6만원, 10개짜리가 6~7만원 나가던 것이 지금은 2만8000원~3만원 수준에 나가고 있다는 게 한 씨의 말이다. 실제 현재 전복 15마리 기준 가격은 2만3000원으로 형성돼 있는데, 이는 11년 전인 2012년 3만7000원보다 약 37% 정도 떨어진 가격이다.


그럼에도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한단다. 가격이 떨어졌더라도 이때 안 팔면 어민들이 더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양식장에서 건져 올린 전복들은 유통 물류 센터로 이동한다. 사진은 분류 직전의 전복들이 수조안에 담겨있는 모습.ⓒebn

양식장에서 건져 올린 전복들은 유통 물류 센터로 이동한다. 사진은 분류 직전의 전복들이 수조안에 담겨있는 모습.ⓒebn

시름은 정부에 대한 아쉬운 소리로 이어졌다. 한 씨는 "정부에서 귀촌 귀어를 권장하면서 전복을 산업화시켰는데 산업화를 해놨으면 소비 촉진을 위해서도 판매도 하고 홍보도하고 힘을 써서 소비를 하게 해줘야하는 데 그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판매 가격을 만회할 가공품 개발과 수출 활성화 방안도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단 전남도는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5년간 7790억 원을 들여 전복산업 육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남도는 △어장환경 △양식 산업 △가공·유통 △어업인력 △연구개발 등 5대 중점과제를 중심으로 38개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완도군은 소비 부진과 가격 하락 등의 어려움을 겪는 어업인들을 돕기 위해 오는 30일까지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수산의 날 특별전'을 열고 있다. 완도군 온라인 쇼핑몰인 '완도군이숍' 기획관에서 큰 전복(7∼11미, 1㎏)을 구입 시 건당 5000원 할인쿠폰과 2만 원 이상 상품을 구매하면 무료 배송 이벤트를 선착순으로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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