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치쯤이야"…'스몰 럭셔리' 제품 날개

송고 2022.09.14 10:27 | 수정 2022.09.14 10:33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10만원 내 치약·와인 용품 등 불티

"경제적 불황 속 기분전환 위한 것"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구강용품 매장에서 고객이 기능성 치약을 고르고 있다.ⓒ롯데마트

#2000원짜리 치약만 사용하던 이모씨(32). 최근 큰 맘 먹고 3만원대에 달하는 고급 치약&가글 세트를 자신에게 선물했다. 소소하게 나마 기분을 전환하기 위함이다. 그는 "큰 지출은 어렵지만 나를 위해 3~5만원 정도는 쓸 수 있지 않겠냐"며 "예전 사용 제품과는 달리 이번에는 고급향이 나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조향사가 직접 향을 만들었다고 하니 비싼 향수를 구매한 것과 같은 느낌까지도 난다"고 말했다.

최근 자기 자신을 위한 '작은사치'가 2030세대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지갑을 닫을 수 밖에 없는 경제적 불황에서도 소비력을 잃지 않았다는 기분은 내고 싶은 움직임이다. 일명 2022년판 립스틱 효과다.

14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고물가가 지속된 올해 1~8월 기능성 프리미엄 구강 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신장했다. 영국 명품 치약브랜드 유시몰, 연예인 치약으로 유명한 루치펠로 등이 이 기간 대거 팔렸다.

자신의 취미와 결부한 소비도 이어간 것으로도 파악됐다. 특히 2030세대가 즐기는 와인 관련 용품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1월 이후 현재까지 G마켓에서 판매된 와인쿨러, 와인잔은 각각 전년 대비 48%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와인오프너와 와인스토퍼 판매량은 각각 12%, 11% 뛰어 올랐다. 10만원 미만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밖에 오븐, 커피메이커, 양식기세트, 티포트, 다기세트 등도 10~20%대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기존 제품 대비 가격이 20% 정도 비싼 4겹 화장지도 불티나게 팔렸다. 해당 제품을 판매한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이 제품 7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67%나 성장했다"면서 "최근 프리미엄이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상품들이 돋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행태가 2030세대에서 유독 도드라진다고 보고 있다. 지금의 2030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벌써부터 투자와 소비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이런 2030세대가 고물가라는 장벽을 마주하면서 투자와 소비 중 어떤 것도 하지 못하는 경제적 상실감을 경험, 여기서 비롯된 우울함을 작은 사치로 나마 해소해보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들이 생리학적으로 기분을 업시켜 보고자 했던 것이 올해 소비 패턴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기분 내기의 상징인 와인과 관련 용품이 많이 팔리는 것도 이런 이유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30세대는 IMF 이후 가장 최악의 경제적 불황기를 겪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390원을 돌파하면서 주식 시장은 또다시 폭락 중이며, 물가 충격에 2030세대 다수가 뛰어든 비트코인 시장도 휘청이고 있다. 이에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7개월 연속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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