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사와 경쟁하는 2금융사…RPA 도입 가속화

송고 2020.07.17 15:33 | 수정 2020.07.17 15:58
EBN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신한카드 RPA 도입 2년만 연간 6만 시간 절감…창의적 업무 집중해 '페이스페이' 등 론칭

흥국화재 "정부 디지털 뉴딜로 디지털화 가속화될 것…핵심업무 영역까지 RPA 활용할 터"

핀테크사의 도전에 직면한 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 기업들이 RPA를 해답으로 꺼내들고 있다.ⓒ픽사베이

# 신한카드에서 '법인 대출 심사'를 담당하는 심사역 A씨의 일상은 RPA 도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A씨는 매일 아침 출근해 전날 신규 심사를 신청한 법인 목록을 확인하고 신용평가사로부터 공시정보를 받아 심사를 진행하는데, 각 법인별로 정보를 조회하고 수집하는 과정이 오래 걸려 심사 시작도 전에 진이 빠지기 일쑤였다. RPA를 도입하면서 출근하자마자 RPA가 정리해준 파일 하나만 열면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도 많아지고 업무 개선 방안을 고민할 시간도 생겼다.

핀테크사의 도전에 직면한 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 기업들이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해답으로 꺼내들고 있다. 핀테크업계보다 높은 규제수준을 적용받고 있지만 전담 인력은 기업규모에 비해 크게 부족한 전통 금융사의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RPA 도입 2년만에 카드 모집·심사·발급 업무부터 대금정산, 오토금융, 영업 지원에 이르기까지 100여 개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돼 연간 약 6만 시간을 절감 중이다.

RPA는 로봇이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 수행함으로써 사람은 고부가가치 및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 자동화 솔루션이다. 신한카드의 RPA는 단순반복 업무만 로봇이 분업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과 로봇이 협업을 통해 업무 능력을 극대화하도록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업무시간에 접수된 작업을 RPA가 야간에 처리해둬 사람이 후속 작업을 익일 업무시간에 바로 이어서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는 방식 등이다.

코로나19 확산 등 급변하는 최근 환경에서 RPA 효과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금융업 특성상 정보 보안을 위해 업무망과 인터넷망이 분리돼 있어 재택근무 체제 구축이 쉽지 않은 상황 하에, 신한카드는 RPA를 활용한 원격근무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비상상황 발생 시 직원들이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RPA 원격 운영으로 업무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RPA와 함께 민첩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디지털 DNA를 뿌리내리기 위해 신한카드는 2018년 12월에 디지털 사업을 담당하는 그룹에 애자일 조직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얼굴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신한 '페이스 페이(Face Pay)'와 카드 결제할 때마다 자투리 금액을 국내 펀드·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소액 투자 서비스' 등 금융위원회 주관 혁신금융서비스를 론칭했다.

흥국화재는 RPA파일럿을 통해 10개의 과제를 구현한 데 이어, RPA프로젝트를 7월 15일 완료해 정보 입력·검색·지표 점검 등 총 32개의 단순 업무에 RPA를 적용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연 3만8000시간의 업무량을 절감했으며, 전사적으로 스마트워크를 추진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흥국화재가 추진한 프로젝트는 RPA와 딥러닝 기반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광학식문자판독)을 접목해 각종 서류의 데이터 인식률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망 분리 환경에서 유기적으로 로봇이 정보를 주고 받도록 고도화해 효율적으로 업무시간을 활용토록 개선해가고 있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지난 14일 발표된 정부의 디지털 뉴딜에 따라 보험상품과 고객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흥국화재는 단순 업무뿐만이 아닌 핵심업무 영역까지도 RPA를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 추진할 것이며, 일상적인 업무는 자동화하고 고객 중심의 본질적 업무에 집중해 고객편의를 증진시키겠다"고 말했다.

농협금융 계열 보험사들은 '디지털 보험사'로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이달 6일 금융업계 최초로 바이오체인 인증 방식을 도입했으며, 향후 RPA를 적용한 단순, 반복적인 업무의 자동화 등 핀테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NH농협손해보험은 'NH디지털제휴센터'를 오픈해 핀테크업체와 AI, RPA 등 부문에서 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RPA의 빠른 ROI(투자수익률) 산출을 확인한 금융사의 RPA 도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8년 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의 60%가 RPA를 도입하고, 2022년까지 대기업의 85%가 RPA를 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제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AI 등 기술발전에 따라 RPA 적용수준과 범위가 확대되고, 인력대체를 포함하는 조직 구조와 인력 수요의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인사이트가 필요한 전략 업무, 이해관계 조정 및 업무혁신 등 통합적인 조율자이자 디자이너 역할을 중심으로 역량체계 재설계가 필요할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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