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1분기 흑자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 송고 2019.04.30 06:00
  • 수정 2019.04.29 16:57
  •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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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사업 실적 기대 이하…정제마진 전년 대비 낮은 수준 유지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수입처 다변화로 안정성 확보 전략"

에쓰오일 온산공장

에쓰오일 온산공장

기름장사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시장에서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2분기에도 석유사업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정유업계 실적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33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4분기보다 6126억원이 개선된 것이다.

에쓰오일(S-Oil)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으로 2704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분기 대비 5620억원 개선됐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3.5% 감소했다. 에쓰오일은 전년 대비 6% 가량 증가했다.

다소 아쉬운 실적은 석유사업의 더딘 회복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올해 1분기 석유사업에서 6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95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긴 했지만, 지난분기 막대한 손실을 메꿀 정도는 아니었다.

정유업계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에서 수익을 내지 못했다. 1분기 내내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를 유지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높은 6달러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정제마진은 평균 배럴당 8~9달러였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1분기 실적발표에서 "정제마진 부진으로 손실이 막대했지만, 재고관련이익 반영으로 전분기 대비 향상된 실적을 보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정유업계의 2분기 실적은 대외환경 변화에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1분기 국제유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정제마진도 서서히 오르고 있지만, 2분기 시작과 동시에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예외 조치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 일본 등 7개국과 함께 이란산 원유 수입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국가였다. 당초 시장은 미국이 원유 공급 확대를 목표로 이란산 원유 수입 한시적 허용을 재연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금지함에 따라 당장 5월 2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업체들이 수입하는 원유 중 이란산은 비중이 크지 않지만 갑자기 수입이 중단된다면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정유업계는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당장에 2분기 타격을 막아낼지는 미지수다. 이렇게되면 정제마진과 재고관련이익은 또다시 하락할 수 있다. 유가 급등으로 수요가 약화되면 정제마진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지정학적, 정치적 이유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금융업계가 2분기 실적 오름세 예상했지만, 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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