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종합검사 대상 확정 "평가 기회" vs "과도한 개입"

  • 송고 2019.04.22 14:16
  • 수정 2019.04.22 14:19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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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기관 통해 평가받고 우려 털어내는 기회 됐으면"

"금감원 과도한 시장개입과 문제금융사 주홍글씨 두려워"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종합검사를 경영 상태 및 지배구조 전반을 검증받는 기회로 보면서도 '종합검사 1호'란 주홍글씨를 안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도전적 시행착오를 무조건적으로 지적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EBN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종합검사를 경영 상태 및 지배구조 전반을 검증받는 기회로 보면서도 '종합검사 1호'란 주홍글씨를 안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도전적 시행착오를 무조건적으로 지적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EBN


금융감독원이 종합검사 대상을 확정하면서 타깃 금융사들이 득실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번 종합검사는 4년만에 부활해 금융사는 불확실성 국면으로 접어들고 금융당국은 종합검사의 명분과 성과를 확보해야 한다.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종합검사를 경영 상태 및 지배구조 전반을 검증받는 기회로 보면서도 '종합검사 1호'란 주홍글씨를 안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도전적 시행착오를 무조건적으로 지적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금융사 "정당하게 평가받는 기회 되었으면"

22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상반기 종합검사 대상 금융사로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한화생명·메리츠화재 등 4개 금융사를 확정했다. 당초 거론됐던 삼성생명 등은 빠졌다. 4개 금융사는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종합검사 수검대상으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고 요청 자료 마련 및 피검 준비에 들어갔다. 통상 2~4주 전에 검사에 대한 사전통지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금융사는 내달 초께 종합검사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검사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한 금융사들은 대체적으로 '먼저 맞을 수 있다면 큰 매라도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예고된 종합검사를 무한정 기다리느니 검사를 받으며 잘잘못을 가리겠다는 얘기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종합검사 시기를 늦추려고만 하는 사이에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 데 어차피 맞을 매라면 미리 맞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소형사보다 사업적으로 범위가 넓고 깊은 대형사의 운명"이라고 밝혔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특성 때문에 금융사는 사업하는 동안 대내외의 평가와 진단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우리 금융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금융당국의 검증을 받아야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을 인지하기에 제대로 평가 받고 그 결과를 경영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사에 대해 제기되는 모든 의혹들이 무성한 만큼 '한번에 검사 받고 다 털어 깔끔하게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청와대 경제과학특보)는 저서 '축적의 길'에서 창의적 비즈니스를 시도한 기업의 경우 시행착오를 '축적'한 기반을 토대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으며, 대내외적인 기업평가를 받으며 성장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과도한 시장 개입과 문제금융사 낙인 두려워"

금융권에서는 종합검사에 대한 정당성은 이해하면서도 막상 받게 될 검사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금감원이 4년 만에 종합검사를 부활시킨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촘촘한 검사를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한 검사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금융사 가치를 훼손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했다.

특히 종합검사는 대규모 검사인력이 한 달 여간 현장에 투입돼 금융회사를 꼼꼼이 살펴 보는 밀착 검사방식이다. 상주하는 인력과 기간이 상당하다보니 검사 그 자체에 대한 금융사의 부담이 크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종합검사가 워낙 집중관심을 받다보니 작은 일도 크게 와전되는 일도 있다"면서 "피검기관이나 금감원 모두 부담이 있지만 운영의 묘를 살리되 본연의 원칙을 살려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사고 개연성이 높은 금융사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우려"라면서 "게다가 종합검사를 즉각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금융권에서 종합검사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는 수개월의 기간 동안 해당 금융사는 의혹 속에서 시장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 부당하게 여겨진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검사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사실만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금융회사'라고 인식하는 것은 자사 리스크를 스스로 인정하는 자승자박과 같다"면서 "검사대상이 됐다는 것은 잠재리스크 요인이 있어 종합검사가 필요하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답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배구조, 재무건전성, 내부통제 현황, 소비자보호 실태, 상시 감시지표 등을 항목별로 점검해 종합적으로 등급을 매긴 뒤 일정 기준에 미달하거나 점수가 낮은 곳을 위주로 종합검사 대상을 선정했다.

합리적인 종합검사를 위해 금감원은 검사역들이 준수해야 할 검사 태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검사 후 피감기관을 통해 사후 점검에도 나서고 있다. 아울러 종합검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금융사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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