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시그널, 기준금리 인하 없다

  • 송고 2019.04.18 15:51
  • 수정 2019.04.18 17:40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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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0.1%p, 물가상승률 0.3%p 낮췄지만…'상저하고' 하반기 회복될 것

가계부채 증가세 여전히 소득보다 빨라, 금융안정 측면서도 금리조정 "때 아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5%로 낮추고, 물가상승률도 1.1%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하반기 경기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며, 경기와 밀접한 물가도 꾸준히 상승해 0%대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5%로 낮추고, 물가상승률도 1.1%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하반기 경기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며, 경기와 밀접한 물가도 꾸준히 상승해 0%대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5%로 낮추고, 물가상승률도 1.1%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성장률 흐름이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해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하반기 경기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며, 경기와 밀접한 물가도 꾸준히 상승해 0%대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에 대한 추가 완화조정, 즉 기준금리 인하는 당분간 없을 것이란 시그널로도 해석된다.

18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수정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상반기에 2.3%를 기록하겠으나, 하반기에 2.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전망치로 올해는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아진 2.5%, 내년은 2.6%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는 가운데 소비가 완만하게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과 설비투자는 하반기 이후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서다. 건설투자의 감소폭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설비투자는 반도체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상반기 -5.3%에서 하반기 6.4%로 반등하고, 건설투자는 민간부문 SOC투자와 조기착공 지원 등 정부정책 영향으로 상반기 -6.4%에서 -0.3%로 하락폭을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상품수출 증가율도 상반기 1.4%에서 하반기 3.9%(연간 2.7%)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경제 성장과 관련해 불확실성은 크다고 진단했다. 상방리스크로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 ▲추경 편성 등 정부대책에 따른 내수여건 개선 등을 꼽았다. 하방리스크는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 ▲글로벌 반도체수요 회복 지연이 지목됐다.

향후 성장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금리 조정 여부를 검토할 상황이 아니라는 대목이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거시건전성 규제 등으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증가 규모는 여전히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금리인하를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주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는 주택경기와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영향을 받아 둔화했지만, GDP 기준으로는 100% 정도고 가처분소득으로 봐도 OECD 평균보다 상당히 높다"며 금융안정에 대한 경계심을 여전히 드러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낮췄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이 있지만,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낮고 수요 압력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다.

다만, 정부의 유류세 인하조치 종료 등으로 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0.7%에서 하반기 1.4%로 높아지고, 내년에는 1.6%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올해 임금상승세 지속 등이 상방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수요측 물가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복지정책 강화,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가격 약세 등이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측 하방압력 완화, 유류세 인하 종료 등으로 오름세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복지정책 등의 하방압력이 이어지겠지만 임금상승, 공급측 물가하방압력 완화 등이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올해에 비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디플레이션이란 가격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인데 최근 물가가 낮아지는 것은 석유류와 농축산물 가격 약세 등 일시적인 공급요인과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에 기인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현실화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측 요인이나 정부 정책의 효과를 제거하고 경기 상황과 관련이 높은 물가 지표를 따로 보면 1%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임금상승세가 이어질 것이고 공급측면의 하방압력도 완화될 것이기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 중후반대로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검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전달하면서 금융시장에서도 기준금리는 연내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률이 다소 하향 조정됐지만, 점차 잠재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며, 추경 현시화 시 성장률의 상방 압력이 높고, 금융불균형 경계를 늦출 수 없어 금리인하를 논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 재확인 된 것"이라며 "한은 총재의 부정적 금리인하 입장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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