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취임 첫해 난관 "정면 돌파"

  • 송고 2019.04.18 14:39
  • 수정 2019.04.18 14:50
  • 최수진 기자 (csj890@ebn.co.kr)
  • url
    복사

2년여간 총 149건의 배출 측정값 조작…기본배출부과금 면탈

문제된 염화비닐 생산시설, 생산 중단 아닌 '폐쇄' 강력 조치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화학]

취임 첫해부터 큰 악재와 맞닥뜨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관련시설 폐쇄 조치 등 강력한 조치에 즉각 나서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다지고 있어 주목된다.

18일 환경부 및 화학업계에 따르면 환경부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광주·전남 지역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LG화학은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속여 적발됐다.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은 2016년 7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총 149건에 대해 배출 측정값을 조작해 거짓으로 측정기록부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조작된 값을 활용해 기본배출부과금을 면탈받기도 했다.

LG화학은 최근 전 세계 화학회사 중 최초이자 한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등 친환경 기업 행보를 강화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업계에 준 충격은 더욱 컸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투자로만 한정된 채권으로, LG화학은 15억6000만달러(약 1조78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여수산업단지 내 LG화학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블로그]

여수산업단지 내 LG화학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블로그]

올해 LG화학의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에 오른 신학철 부회장은 이같은 논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면 돌파를 택했다.

신 부회장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사과문을 내고 "이번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공장 인근 지역주민과 관계자분들께 환경에 대한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LG화학의 경영이념과 또 저의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당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모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신 부회장은 "염화비닐 배출과 관련해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모든 저감조치를 취해 현재는 법적 기준치 및 지역사회와 약속한 배출량을 지키고 있지만 금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며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LG화학은 폴리염화비닐(PVC) 원료물질에 해당하는 PVC 페이스트(paste) 라인을 우선 폐쇄할 것으로 전해졌다. PVC 페이스트 연산 8만톤 규모로, 현재 4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이 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LG화학은 지난 1976년 여수에 PVC 페이스트 5000톤 설비를 준공하면서 여수산업단지 시대를 열었다.

LG화학의 올해 1분기 석유화학사업본부(구 기초소재사업본부) 실적이 전분기 보다는 개선되겠지만 대산 나프타분해시설(NCC) 정기보수와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개선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화학공장 일부를 폐쇄하는 것도 향후 실적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공장 폐쇄 및 추가적인 평가, 보상 등을 약속했지만 무너진 신뢰도를 다시 쌓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석유화학 기업이 이번 사태에 연루됐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