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코스트코 'VIP 카드' 내놓을까

  • 송고 2018.08.27 11:48
  • 수정 2018.08.27 11:46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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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혜택 상향시킨 코스트코 카드 출시 예정"…시장점유율 확대 '탄력'

카드 전환 따른 브랜드 이탈 막아야…'고(高)혜택' 프리미엄 카드 나올 듯

정태영 부회장ⓒ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현대카드

코스트코와 18년 독점계약을 이어온 삼성카드를 제치고 새 파트너로 선정된 현대카드가 제휴카드로 'VIP 카드',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을 선보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주 코스트코 차기 제휴사업자로 현대카드가 삼성카드를 대체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일부 기존 고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온 게 사실이다.

소비자가 특정한 기업의 서비스를 지속해서 이용하는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에 기인한다. 카드 전환의 번거로움도 부차적 요인이다. 현대카드가 기존 코스트코 카드 고객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선 삼성카드보다 더 효용성 있는 혜택을 내놔야 한다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24일 코스트코의 차기 제휴사업자로 현대카드가 선정됐다고 발표하면서 "혜택을 상향시킨 코스트코 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개인 SNS에 20년 전 샌디에고에서 발급한 자신의 코스트코 회원증을 함께 올리며 계약 성사의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현대카드에 있어 코스트코 계약 수주는 '대어(大漁)'를 문 것과 같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코스트코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17년(2016년 9월~2017년 8월) 매출액은 3조8040억원으로 전년(2015년 9월~2016년 8월) 3조5004억원에 비해 3036억원(8.7%) 증가했다. 매출 4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코스트코 카드결제 수수료를 삼성카드와 맺은 수수료율이었던 건당 0.7%로 잡아도 현대카드는 연간 수백억원대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회원 수 100만명에 이르는 코스트코코리아를 끌어들이면서, 카드업계의 공고한 1위인 신한카드를 제외하고 현대카드는 약 3% 내외로 점유율 싸움을 벌이는 삼성카드, KB국민카드에 '뒤집기'를 시도해볼 수 있다.

이에 현대카드가 강점을 가지는 프리미엄 카드로 패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체 신용카드사 시장 점유율은 신한>KB국민>삼성>현대카드 순이었으나 연회비 100만원 이상의 VVIP 카드 이용액 기준 점유율은 신한카드에 이어 현대카드가 2위를 차지했다.

기업계 카드사면서 2003년 시장점유율 1.8%에 불과했던 것에 견줘보면 현재 현대카드의 위치를 만든 데는 '더 블랙', '더 퍼플', '더 레드' 등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카드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로 현대카드가 고급스러운 브랜딩 효과를 누린 것은 확실하다"며 "블랙에 이어 최근엔 '더 그린'까지 라인업을 짜면서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프리미엄 고객군은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고 충성도도 높은 편이며 사용하는 금액도 커 마케팅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현대카드가 인식하는 프리미엄 카드 고객층과 코스트코 고객군은 상통하는 면이 많다. 코스트코로 위시되는 창고형 매장은 1인당 평균 구매액(객단가)이 크다. 대형 마트를 창고형 할인점과 접목한 '홈플러스 스페셜'은 점포 오픈 한 달 새 1인당 평균 구매액이 30% 증가했다. 올해 6월 현재 코스트코의 회원 갱신률은 90%가 넘을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카드 전환으로 발생된 기존 삼성카드 고객들의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더 높은 혜택을 줘야 한다.

이진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발간한 '고객들의 변덕이 심해지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고객이 기존 브랜드에서 이탈하는 현상은 △제품의 본질적 가치측면에서 기존 혹은 신규 경쟁 브랜드들이 고객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안하거나 △고객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의 고객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크게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

삼성카드의 코스트코 제휴 카드 중 가장 연회비가 비싼 카드는 연 9만7000원의 '삼성카드 스페셜마일리지(스카이패스)'로, 코스트코·할인점 이용금액 1000원당 스카이패스 2 마일리지를 적립해 줬다. 이 카드를 쓰는 고객이 현대카드의 혜택이 이보다 못하다고 생각할 경우 이탈할 가능성이 생긴다.

현대카드는 최근 연회비 15만원의 '더 그린'을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으로 내놨다.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카드는 기존 연회비 10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카드의 접근성을 점차 완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고객군을 카드사는 놓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당사는 트랜드를 많이 보는 편이며, 그런 니즈에 맞춰 상품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더 그린'이 해당되는 케이스다"라며 "프리미엄 카드는 연회비가 높은 비싼 카드라는 개념만 있었는데 더 그린은 럭셔리의 개념을 재해석한 상품"이라고 부연했다.

통상 연회비가 100만원 이상이면 VVIP 카드, 50만원 이상이면 프리미엄카드, 10~20만원 수준이면 매스티지(mass+prestige) 카드로 분류되나, 현대카드 더 그린은 매스티지 카드 수준의 연회비에도 프리미엄 라인업에 속한다. 프리미엄 혜택의 허들을 낮춰 일반 고객들의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를 고려해보면 현대카드가 고착화된 시장 점유율에 변화를 주기 위해선 10만원대의 코스트코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고객층의 특성과 시장성을 판단해보면 'VIP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태영 부회장이 "혜택을 상향시킨 코스트코 카드를 선보일 것"이라 밝힌 점도 그 비교 대상을 삼성카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가 예전처럼 한 개의 카드만 있는 게 아니라 블랙, 퍼플, 레드, 그린 라인업이 있는 것처럼 프리미엄 개념이 바뀌고 있다"면서도 "코스트코 프리미엄 카드 출시 여부는 현재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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