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원의 부동산 톡톡] 내 집 마련 더 옥죄는 가계부채대책

  • 송고 2017.10.30 08:24
  • 수정 2017.10.30 13:14
  • 서호원 기자 (cydas2@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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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하지 않은 30대 직장인 김 모씨. 그는 요즘 한숨만 늘고 있다. 분양시장 청약 가점제가 확대된 데다 내년부터 대출 규제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요즘 가점제가 낮아 청약 당첨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는데, 대출까지 옥죄니 이제는 내 집 마련 꿈이 절망적인 상태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젊은 직장인들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선보이면서 내년부터 대출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청약가점제가 대체로 낮은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내년부터 신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과 하반기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된다. 중도금대출 보증한도는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의 경우 기존 6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어든다. 보증비율은 90%에서 80%로 축소된다. 즉, 실수요자들의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설사 청약 당첨이 된다 해도 실계약까지는 상당한 부담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번 대책을 보면 한마디로 요악하자면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만 대출받아 집 사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젊은층과 서민들은 청약으로 새 아파트를 사지 말란 것인가? 당장 집을 못 사는 것보다 집값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정부의 취지가 아쉽기만 하다.

연내 분양시장도 과열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출규제로 실수요자들이 분양 단지에 대거 몰리고 있다. 그러면 자연스레 청약 경쟁률도 높아진다.

실제 지난주 전국 24곳에서 견본주택이 오픈했다. 이중 서울은 6곳으로 주말 3일간 방문객 수만명이 견본주택을 다녀갔다. 이번주도 전국 15곳에서 견본주택이 오픈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새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원한다면 올해 안에 승부를 봐야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투자 수요도 적지 않게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집값을 잡겠다던 정부의 연이는 대책이 젊은층과 서민들에게는 마냥 달갑지 않다. 통상적으로 부유층이 아닌 이상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한다. 그러나 14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대출규제를 강화시키면 과연 누가 마음 놓고 집을 살 수 있을까.

이번 대책으로 빚을 내지 않고서는 집을 살 수 없는 이들은 오히려 내 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졌다. 앞으로 달라지는 대출 규제에 발맞춰 중도금에 대한 자금조달 계획도 세워야한다.

정부가 중도금 대출에 손댄 것은 거꾸로 가는 정책일 수도 있다. 진정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가계부채 감소에 의지가 있다면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될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섣부른 정책효과를 논하기보다는 시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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