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 벗어난 도시바…SK는 안되고 WD는 되고?

  • 송고 2017.08.28 14:30
  • 수정 2017.08.28 15:32
  • 최다현 기자 (chdh072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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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 도시바 측 '기술 유출' 우려 거부감 표출인 듯

WD협상설에 도시바 함구…"이번주 내 입장 나올 듯"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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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가 우선협상대상자에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웨스턴디지털(WD)과 계약 체결을 앞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결권에 대한 이중잣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8일 반도체업계 및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WD이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의결권을 3분의 1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딜 브레이커'라던 의결권, WD에는 부여할까

일본 언론 등은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요구가 본계약 체결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해왔다.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반도체기업인 WD에게는 의결권을 부여한다면 이중잣대 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당초 도시바가 WD와 갈등을 빚었던 이유도 의결권 때문이었다. WD는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자회사 도시바메모리의 지분 중 과반을 요구했다. 이를 도시바 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미국 고등법원과 국제중재법원에 매각 중지 소송을 제기하며 벼랑 끝 대치 상황을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도시바가 낸드플래시의 원천기술을 가진 것은 맞지만 응용기술에서는 한국 기업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3D낸드로 넘어가는 시기에 투자가 늦어지면서 수년 내에 이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 외에도 자체적으로 낸드에 지속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으며 올해 투자금도 7조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증액했다. 4세대 72단 낸드 또한 양산에 들어갔다.

인수전 초반부터 일본 내에서의 해결을 최선으로, 미국 기업의 참여를 차선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도 공공연하게 언급됐다. 중국으로는 절대 안되며, 한국 또한 미국 다음으로 거론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도시바가 기술 유출 우려로 의결권을 거부하는 것은 실제로 기술 유출 우려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한국 기업에 도시바가 넘어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의 표출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협상자에 일언반구 없어…"글로벌 기업 처신 아냐"

매각 과정에 대한 잡음도 예상된다. 일본 언론은 도시바가 한미일연합에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또다른 사모펀드인 KKR 및 WD와 협상 중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도시바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존에 협상을 진행하던 베인-SK 측과도 여전히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때문에 도시바가 WD와 협상하는 것을 두고 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요구가 제안서에 있었던 요구사항인 점, WD와 접촉하면서도 기존 협상대상자에게는 일언반구없는 점은 상도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이번 인수전은 사실상 일본 정부가 주도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도 도시바로서는 글로벌기업의 위상에 흠이 가는 평가다. 인수전 초반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산업혁신기구(INCJ)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언급됐으며 현재도 컨소시엄 참여 업체만 바뀌었을 뿐 결국 결정권은 일본 정부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WD와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소송전까지 가는 등 인수전 내내 주도권을 휘둘리는 모습도 수차례 포착됐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는 이번 인수전 내내 일본 언론을 통해서 진행 상황을 흘리는 등 소위 '언론플레이'를 해왔다"며 "WD와의 협상설이 맞다면 이번 주 안에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고 기존 협상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또다시 언론을 통해 후속 보도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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