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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증권사의 딜레마...'성과주의'에 숨겨진 이면(裏面)

  • 입력 2017.06.11 00:00 | 수정 2017.06.12 10:25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증권사별 성과주의 폐해 드러나…정작 본질적 가치는 잊고 있는 것 아닌지

인센티브 가치 예전같지 않은 시대에 지금 인류는 새로운 가치를 필요로 할수도

EBN 경제부 증권팀 김남희 기자EBN 경제부 증권팀 김남희 기자

성과주의가 강한 대표적인 집단을 손꼽으라면 단연 금융업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액 연봉의 전문 조직을 대표하는 증권사 직원들의 경우 1등 지상주의, 승자독식문화에 시달리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매일, 순간마다 실적이 수치화되기 때문에 이렇다할 변명의 여지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배려라는 건 어찌보면 사치로 치부되기 일쑤입니다. 일별, 월별, 분기별, 연도별 성과가 학생들 의 성적표처럼 실시간 체크돼 정리되며 공개됩니다.

실적은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의 '운명'까지 좌우하지요. 경영진에게는 연임과 보너스로, 직원들에게는 성과급으로 되돌아오는 만큼 성과주의는 조직운영의 강력한 기폭제로 활용됩니다.

일단 성과주의는 생산성 향상 가능성이 높은 분야와 발전 가능성이 높은 중견기업에 필요한 제도로서 적합하다는게 대체적인 듯 합니다. 현재에 비해 앞으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는 비전과 신뢰를 전 직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매개체로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증권업계의 '잘된 예'라면 회사에 수익을 기여한 만큼 가져가는 메리츠종금증권의 인센티브가 대표적이죠. 고정급여를 150만원으로 확 낮추는 대신 인센티브 비율은 업계 최고 수준 50%로 높인 다소 유연한 성과급 체제랍니다. 직원의 70%가 비정규직 신분인 것도, 유동적인 제도 속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하죠.

성과주의가 '잘 안된 경우'는 성공사례보다 많습니다. 대부분 과도기에서 벌어지는 모습들이죠. 실적 목표치를 부여해 직원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진 KB증권의 경우 브라질 채권의 판매를 묵인· 조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브라질 채권은 사실상 현재 '투기등급’으로 분류된 비우량채권입니다.

증권사가 비우량채권을 고객에게 투자권유해 판매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금융감독원의 경위 조사로 진상을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단기성과에 근거해 보수를 받는 경영자는 장기 시스템이나 회사 지속가능성을 덜 고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성과주의 한계를 경험한 한국투자증권도 대안을 모색 중이지요. 따라잡아야할 경쟁자와 쫓아오는 경쟁자 모두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국투자증권은 숨가쁜 상품 캠페인과 프로모션으로 유명한 증권사입니다.

통상 3년치 실적을 반영하는 것과는 달리, 이를 쪼개 1년 실적으로 경영진 성과를 평가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이 회사 유상호 사장은 지난 3월 1년 임기 재선임안 통과를 통해 10번 연임을 달성해 금융권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성과만 좋으면 내부 직원들의 높은 피로도는 묵인하는 한투증권의 성과평가 문화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꼬집습니다. 유독 한국투자증권에서 직원 금융사기사고가 많고, 이로 인한 처벌 기제가 강력해 조직이 위축돼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고 합니다.

미래에셋대우는 같은 딜을 서로 따내려고 IB 부문 직원들 간 경합을 하기도 했답니다. 보이지 않는 내홍으로 번질 경우 사태 수습을 위해 모두가 딜을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으며 소리 소문없이 무마됐지요. 경쟁의 극한을 달리고 있습니다.

성과주의가 나쁘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보다 본질적인 의문을 해보자는 뜻에서 거론해봤습니다. 성과에 매몰된 나머지 우리가 중요한 가치는 잊고 있는 것인 아닌지 말입니다. 경영학자들은 “조직은 인센티브 목적만 갖고 움직이지 않는다”고 성과주의 한계론을 제시합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증권사 직원의 고백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0년차 증권사 직원인 그는 "성과주의가 불완전해지는 경우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을 속이게 될 때다. 장기적인 투자, 건전한 투자를 권유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량 종목이 아닌데도 사기를 권유하기도 하며, 오를 것이 뻔한 주식도 팔아야 한다고 본사지침이 들어올 때 증권사 직원이 된 것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고객을 속여 매출을 올려야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괴롭다고 했습니다.

어찌 보면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서 인센티브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은 지금, 인류는 새로운 가치의 인센티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요.

증권사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착실한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출 확대와 인류 문명에 기여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비슷한 취지를 초대형 투자금융 제도에 담아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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