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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판자촌, ‘구룡마을’ 재개발 둘러싼 '진실 공방'

  • 입력 2015.02.17 05:00 | 수정 2015.02.17 09:08
  • 서영욱 기자 (10sangja@ebn.co.kr)

주민자치회 vs 마을자치회 ‘충돌’...이해득실에 주민들 ‘분열’

그 외 주민들도 새 조직 구성 나서...강남구청 "공영개발, 계획대로"

철거가 잠시 중단된 주민자치회관 ⓒEBN철거가 잠시 중단된 주민자치회관 ⓒEBN


[EBN 특별취재팀=서영욱, 신상호, 이소라 기자]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이 쫓겨나는 어느 판자촌의 재개발 풍경과는 다르다. 여러 이익 집단들로 나뉘어 서로의 목소리를 내며 충돌하고 있다.

구룡마을에는 현재 두 세력이 충돌하고 있다. 주민자치회관 철거를 반대했던 ‘주민자치회’와 철거를 찬성했던 ‘마을자치회’다. 모두 제각각 이해득실을 따지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자기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혼탁한 양상에 ‘진짜’ 주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가려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 토지주, ‘주민자치회’와 민영개발 주장

구룡마을 개발 방식과 관련해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공영개발’로 최종 확정했다.

구룡마을 개발 대상 토지 대부분은 농사를 위한 목적의 ‘전답’으로, 개발을 하는 것 자체가 특혜인 상황에서 토지소유주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줄 민영개발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두 기관의 입장이다.

토지 보상 방식도 땅 주인에게 일부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환지’ 방식이 아닌 토지주에게 일정 부분 보상금만 지급하는 ‘수용’ 방식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수용 방식은 환지 방식에 비해 토지주들이 개발 이익을 덜 취할 수 있는 보상 방식이다.

구룡마을의 주민자치회관 철거에 반대한 주민 상당수는 구룡마을 대토지주의 자금을 받아 땅을 소지한 ‘가짜 토지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구룡마을 개발 대상 토지의 50% 가량를 소유하고 있는 정모 씨는 구룡마을을 불법 점유하고 있는 주민 400명에게 토지 1필지씩을 팔았다.

주민 1명당 토지 구입 자금 200만원도 대여해줬다. 정 씨는 대여자금 200만원에 대한 이자도 지역 봉사활동 등으로 대체하는 등 특혜를 줬다. 그 조건으로 정 씨는 토지 소유자들이 토지를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신탁을 걸어 놨다.

명목상으로는 토지 소유주이지만, 자기 돈으로 토지를 구입한 것도 아니고 토지에 대한 처분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가짜 토지주’들인 셈이다. 가짜 토지주들의 대부분은 구룡마을 회관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자치회 소속이다.

강남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대토지주 정모씨가 설립한 주식회사 ‘구모’와 주민자치회 소속 주민들은 구룡마을의 ‘민영개발’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룡마을이 공영개발 대신 민영개발을 하게 된다면 엄청난 이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민영개발을 주장하는 세력은 농산물 직판장으로 신고된 건물을 마을자치회관으로 무단 용도변경해 사용하고 있었다”며 “‘민영개발’에 대한 여론 몰이를 하며 세를 과시하는 상징적인 장소가 마을자치회관”이라고 밝혔다.

사실 대토지주 정모씨는 구룡마을 개발 이야기가 나올 당시부터 ‘민영개발’을 주장해왔다. 정 씨를 포함한 119명의 토지주들은 현재까지 4차례에 걸쳐 구룡마을의 민영개발 제안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한 바 있다. 3차례는 자체적으로 취소했고, 1차례는 강남구청이 반려했다.

지난해에는 대토지주에게 1천600여억원의 지급 보증을 해준 포스코 건설이 사업 지연 등에 따른 사정으로 지급보증액 손실을 그대로 떠안기도 했다.

현재 포스코건설은 구룡마을이 개발이 시작돼야 토지보상금 등을 통해 손실을 메울 수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올해 안에 구룡마을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며, 구획지정과 개발 계획을 동시에 수립, 진행하는 속도전을 펼칠 방침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원에서 지적된 사항이 개선되면 바로 구획지정과 개발 계획에 착수할 것”이라며 “구룡마을 일부 세력이 아직도 민영개발을 주장하고 있지만, 방침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 ‘마을자치회’, 강남구청과 한 목소리

반면 이들과 대립하고 있는 ‘마을자치회’는 주민자치회를 외지에서 개입한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마을자치회에 따르면 주민자치회는 토지주를 중심으로 30여 년 전부터 마을에 개입해 주민들을 설득시켜 본인들의 세력으로 포섭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기와 협박이 난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상당수의 주민자치회 사람들이 개발 차익을 목적으로 수년전부터 알박기를 해온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구룡마을 개발 관련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총 1천148세대 중 174세대가 고액 자산가들로 위장 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은 강남구의 개발방식에 따라, 주민 대다수가 임대 아파트 입주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구에서 밝힌 최대 임대료가 19만원인데, 그 정도는 주민들이 모두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을자치회는 철거된 주민자치회관이 주민자치회 회장인 유씨의 개인사유로 쓰여졌다고 주장하며 강남구청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주민자치회와 마을자치회에 각각 소속된 주민이 어느 정도인지는 각자의 주장일 뿐 정확한 파악은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 대형 화재가 발생한 현장 ⓒEBN지난해 대형 화재가 발생한 현장 ⓒEBN

◆ 일부 주민들 “주민자치회·마을자치회도 못믿어”

구룡마을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주민자치회와 마을자치회와는 또 다른 주장을 펼쳤다.

이 주민에 따르면 주민자치회가 근 30여년간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기와 협박 등을 일삼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마을자치회 역시 본인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두 조직 모두를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

실제로 취재 도중 만난 마을자치회 한 관계자는 본인을 주민자치회 아래서 일하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와 협박 등으로 징역살이까지 한 뒤 회의를 느끼고 마을자치회 쪽으로 몸을 옮겼다고 소개했다.

현재 두 조직에 속하지 않은 주민들은 또 다른 조직을 구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주민에 따르면 이들에 동조하고 있는 세대는 500여 세대로 150여 명 정도가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는 최소한의 재산권 행사다. 이 주민은 “월 임대료를 내기 힘든 형편의 사람들이 많다”며 영구 임대아파트가 아닌 임대 후 분양아파트, 혹은 무료로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본인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강남구청을 상대로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강남구청, “2년 갱신 임대아파트, 민영·임대후분양 아파트 없어”

현재 서울시와 강남구, SH공사는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까지 구역지정과 개발계획을 동시에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구룡마을 주민들에게 제공될 주택은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임대아파트”라며 “실거주자가 아니거나 고액 소득자를 제외한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또 “민영아파트나 임대 후 분양아파트는 계획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감사원에서 지적된 사항이 개선되면 바로 구획지정과 개발 계획에 착수할 것”이라며 “구룡마을 일부 세력이 아직도 민영개발을 주장하고 있지만, 방침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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