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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실 한가닥의 ´괴력´…코오롱 슈퍼섬유 ´헤라크론´

  • 송고 2012.08.19 11:00 | 수정 2012.09.17 21:33
  • 최밍키 기자 (mkchoi@ebn.co.kr)

구미공장 생산현장 탐방…350kg 강도·500도 내열성

방탄복·광케이블 적용, 한상자 1천만원 ´고부가 가치´

17일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서 한 직원이 슈퍼섬유인 아라미드 ´헤라크론´ 원사를 검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코오롱

17일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서 한 직원이 슈퍼섬유인 아라미드 ´헤라크론´ 원사를 검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코오롱

[구미 = 최밍키 기자] 20cm 길이의 하얀색 실을 강도 시험장치에 세로로 건다. 기계가 실의 양끝을 잡아당긴다. 실이 서서히 늘어나더니 몇초 뒤에 ´툭´ 끊긴다. 10kg의 힘을 가했을 때 12~13% 늘어나며 끊어진 것.

이번에는 노란색 실을 같은 방식으로 장치에 걸고 잡아당긴다. 38kg의 힘을 가할 때 3.5% 늘어나는데 그치며 끊어졌다. 하얀 실은 타이어에서 심지역할을 하는 타이어코드 원사이고 노란 실은 방탄복, 광케이블 등으로 쓰이는 슈퍼섬유 아라미드(파라계) 원사 ´헤라크론(Heracron)´이다.

17일 경북 구미산업단지에 위치한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 아라미드 생산현장에는 검사실 직원들이 헤라크론 최종 제품을 선별하느라 분주했다. 판매를 앞둔 아라미드 원사가 대형 종이 상자에 40여개씩 400kg 단위로 포장된다. 가격이 한상자에 1천만원을 호가하는 고부가가치 ´효자´ 상품이다.

안내를 담당한 박종태 헤라크론PC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 원사 ´헤라크론´은 한가닥으로 성인 5명까지(약 350kg) 들어올릴 수 있는 강도를 가지고 일반 합성섬유가 섭씨 200도에서 녹는데 반해 500도까지 견딜 수 있는 슈퍼섬유"라며 "방탄복, 광케이블, 자동차, 비행기 소재 등에 쓰이는 최첨단 섬유로 각광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내 특급보안시설…30년 노하우 축적
헤라크론 생산시설에 도착하니 ´제한구역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생산시설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고 입구는 허가받은 출입카드로 찍어서 한사람씩 겨우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박종태 헤라크론PC장은 "이곳은 우리 회사 직원들도 사장님 사인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헤라크론 생산과정은 크게 본동과 후가공동 두 개로 나뉜다. 본동 건물은 일반 건물 12~13층 높이에 약 7천~8천평 규모다. 본동에는 100여명의 직원이 4조 3교대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헤라크론이 내부적으로 ´특급 보안 시설´인만큼 코오롱은 해당 직원을 뽑을 때 인적관리와 퇴직 이후 사후 관리까지 철저하게 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어있길래 그럴까. 본동에서는 원료를 정제, 회수하는 과정을 시작으로 화학물질을 반응시켜(중합) 새로운 물질(폴리머)을 만든다. 빵가루 상태의 폴리머를 용매와 녹여서 죽 상태로 만든 뒤, 미세한 구멍이 난 노즐에 통과시켜 얇은 실로 완성시키는 과정이다.

헤라크론 제품.

헤라크론 제품.

실을 뽑아내는 방사 현장에 들어가자 일반적인 원사 공장과 큰 차이는 없어보인다. 보통 방사 공장은 고온(폴리에스터의 경우 280도씨)으로 원료를 녹여 실을 뽑아내기 때문에 숨막히게 더운데 반해 아라미드 생산현장은 오히려 참을만 했다. 아라미드 원료가 100도 미만에서 만들어지기 때문.

아라미드 원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관건은 온도보다 ´황산´이다. 고분자인 아라미드 원료는 열에 녹지 않기 때문에 황산으로 녹이고 다시 황산 성분을 빼는 작업을 거친다. 그러나 황산을 다루는 과정은 설비부식의 문제로 쉽지 않다. 이것을 다룰 수 있는 게 코오롱의 기술력이다.

황산 성분을 뺀 죽상태의 원료를 무수한 구멍이 있는 노즐에 넣고 압력을 가하면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필라멘트(장섬유)가 나온다. 필라멘트 1천개를 꼬으면 한 가닥의 아라미드 원사가 완성되는 것이다. 본동에서 만들어진 아라미드 원사는 모두 검사실로 보내져 완성품으로 판매 여부가 결정된다.

◇365일 쉬지 않는 공장…´풀(100%) 가동 체제´
헤라크론 공장의 열기는 글로벌 경기침체나 듀폰과 1조원대 아라미드 소송도 막지 못했다. 철통 보안 속 생산현장에는 황금빛 아라미드가 쏟아져나왔고 여기저기 출하를 대기하고 있는 포장 상품들이 수북이 쌓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은 연간 최대 5천t 규모의 아라미드를 생산할 수 있다. 2009년 2천t에서 2010년부터 5천t으로 키운 수치다. 작년 기준 실제 연간 4천t 가량을 생산했다. 1979년부터 2천억원 이상 투자해 2005년부터 생산에 성공한 이후로 현재 100%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군복에 적용된 헤라크론.

군복에 적용된 헤라크론.

이중 90%를 미국, 남미, 중국, 일본, 동남아,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세계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의 시장규모를 6만t(1조7천억~1조8천억원)으로, 이중 미국 듀폰과 일본 데이진이 90% 이상을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럴 경우 코오롱은 5~6%를 차지하는 셈이다.

증설 계획도 검토 중이다. 박종태 헤라크론PC장은 "생산량을 지금 연간 5천t보다 두세배 정도 늘려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아라미드 사업의 보안을 위해서 해외시장보다는 국내에서 공장을 증설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현재 코오롱은 듀폰과 아라미드 ´혈투´를 벌이며 난관에 봉착했다. 듀폰은 코오롱에 아라미드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제기하고 ´헤라크론´ 생산금지 판매금지, 변호사 소송비용 부담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연방법원은 9억1천990만달러의 손실을 인정한다고 평결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항소를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듀폰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리자, 지난 7월 항소를 제기한 바 있다.

생산현장에서는 듀폰의 소송에 대해 억울다는 분위기다.

박종태 헤라크론PC장은 "1984년 코오롱 섬유연구소에 입사해 그때부터 신소재연구소에서 카이스트와 아라미드를 개발하는 현장을 쭉 지켜봐왔다"며 "그동안 피땀 흘려 연구투자에 성공하고 이제 막 커나가려고 하는데 이런 일(듀폰 소송)이 터지니 그야 말로 울분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해운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장은 "30여년 전 코오롱에 입사해 선배들이 카스이스 교수와 연구하며 아라미드를 개발하기 위해 고생하는 것을 지켜봐왔다. 후발주자로 기술개발에 성공했지만 거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시장에서 애로사항이 다소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돼 우리나라의 슈퍼섬유가 하나의 소재로 꽃피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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