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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김남국 의원이 훔친 가난

  • 송고 2023.05.22 06:00 | 수정 2023.05.22 06:00
  • EBN 관리자 (gddjrh2@naver.com)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EBN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EBN

정치권과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 규제기관, 블록체인 개발회사, 관계 전문가, 블록체인 유튜버 등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한발 걸치고 있는 이들 모두 정신없는 열흘을 보내고 있다. 분주하고 고단한 주체는 다양하지만 원인은 동일하다. 김남국 의원.


지난 5월 5일 한 매체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국회의원이 가상자산 위믹스에 투자해 최고 60억 원가량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가상자산 실명제를 시행하기 직전에 전량 인출했다는 단독 보도가 나간 직후부터, 모든 미디어에서 김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내역, 최대 수익률, 투자 종목, 원금 출처, 투자 방식 등을 다루며 다각적으로 쟁점화했다.


충분히 확인되지 못한 수많은 이슈들 속에서 국내 프로젝트가 발행한 이른바 ‘김치코인’은 모두 사기성 코인처럼 보도되기도 했고, 김 의원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는 클레이와 위믹스 역시 잡코인, 사기성 코인으로 취급됐다.


클레이의 발행사는 카카오 자회사로 출발한 클레이튼이고, 위믹스의 발행사는 코스닥 상장사인 위메이드다. 해당 프로젝트는 투명화되지 못한 의사결정 구조, 대규모 유동성 발생에 대한 미공시 논란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현재진행형인 문제들이 많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가 해당 프로젝트의 성과와 성취를 무의미하게 하지는 않는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의 분산형 거버넌스를 지향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나 의사결정 구조, 커뮤니티 운영에서 기술이 지향하는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클레이튼과 위메이드가 보여준 문제점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거쳐가야 할 과정이자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기도 하다.


클레이튼과 위메이드는 명실상부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이고, 자체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어쨌든 발행 코인의 사용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가 발행한 코인조차 잡코인, 사기성 코인으로 폄훼(貶毁)된다면 한국에서 어떤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인정받을 수 있을까.


문제의 본질은 김 의원이 투자한 가상자산에 있지 않다. 이렇게 논란이 무성할 때는 차분하게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기사화된 내용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최초로 김 의원의 코인 투자를 단독 보도 기사에는 거래실명제 직전에 60억 원의 코인을 인출했다는 다소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2013년 국내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이 영업을 시작하던 때부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모두 실명제로 운영됐다.


애초부터 국내 거래소가 실명제로 운영된 이유는 은행계좌 발급을 본인 명의로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 은행계좌와 연동해야만 가상자산 거래소에 원화 입출금이 가능하며, 또한 주민등록증 인증 등 다소 복잡한 본인 확인 과정을 거쳐야만 거래소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타인 명의를 도용해서 거래소 계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해당 기사가 2022년 거래 실명제 직전 대량 인출이라는 것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해당 기사가 말한 ‘거래실명제’란 2022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트래블룰(travel rule)’로, ‘트래블룰’이란 지난 2021년 국회에서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에 의거해 만들어진 규칙이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방지를 위해서 도입됐으며, 가상자산을 이체할 때 가상자산사업자 간 송수신자의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는 시스템이다. 만약 ‘트래블룰’에 의거해서 등록되지 않은 지갑으로 이체하려고 할 경우 하루에 백만 원까지만 보낼 수 있다.


‘트래블룰’ 프로그램에 가입된 국내외 거래소 및 지갑 간 이체에는 송수신 금액에 제한이 없으며, 국내에서 원화 결제가 가능한 거래소는 모두 ‘트래블룰’ 프로그램을 따르고 있다. 다시 말해서 2022년 3월 25일 ‘트래블룰’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도 등록된 거래소 및 지갑으로는 얼마든지 거액의 코인을 이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기사의 내용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


또한 국내에서 가상자산 투자가 불법이 아닌 이상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가상자산 투자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운 좋게 큰 수익을 거뒀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그다음 대목이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가상자산 투자가 아니라, 김 의원이 가난을 팔면서 다른 한편에서 거액의 코인 투자를 해왔다는 점이다.


김 의원의 주장만을 따라간다고 해도 2016년 2월 8천만 원의 종잣돈을 가지고 이더리움투자로 가상자산 거래를 시작했다면, 2016년 2월 5천 원에 불과했던 이더리움(ETH)은 김 의원이 21대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2019년~2020년에는 이미 20만 원에서 40만 원을 오가던 때였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이미 40배 이상의 수익이 난 시점으로, 수십억 원이 넘는 투자수익을 거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이를 숨기고 가난한 척했다.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 8년째 매일 라면만 먹고 산다”며 자신의 가짜 가난을 팔며 후원금을 요구했고, 실제로 거액의 후원금이 순식간에 모였다. 그에게 후원금을 보낸 지지자들 중에는 경제적으로 비할 바 없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대한민국 국회에 새로운 혁신과 개혁을 이끌어줄 청년 의원의 당선을 갈망하며 돈을 보낸 이들도 상당수 있었을 것이다.


탈무드는 절대로 감출 수 없는 세 가지로 기침, 가난, 사랑을 들었다. 가난은 감추고 싶은 것이지 절대로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약점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춰지지 않는 상처다. 가난한 자들은 자신의 가난을 들키지 않기 위해 용을 쓰는데, 정작 가난을 드러내는 이들은 진실로 가난하지 않은 이들이다. 이들에게 가난은 자신의 청렴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드러내는 장신구에 불과하다.


김 의원의 ‘가난한 척’은 박완서 작가가 「도둑맞은 가난」에서 표현했듯이 “여름 아침의 억센 푸성귀처럼 청청한 생기에 넘쳐” “가난을 정면으로 억척스럽게 사는 사람들”의 존엄을 우습게 만들어 버렸다.


김 의원이 가난했던 지나간 한 때의 경험을 거듭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인이 팔아야 하는 것은 가난이 아니라 신념과 가치다. 김남국 의원은 가상자산 투자의 위법성 여부가 아니라, 그간의 ‘가난팔이’로 진짜 가난한 이들을 기만했다는 점에서 진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는 가난한 자들에게 가난마저 훔쳐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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