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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전세제도와 레버리지

  • 송고 2022.07.07 02:00 | 수정 2022.09.22 20:56
  • EBN 관리자 (rhea5sun@ebn.co.kr)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전세제도는 레버리지(leverage)와 불가분의 관계이다. 레버리지란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하여 자기자본수익률을 높이는 차입투자를 말한다. 예컨대 전세금이 부동산가격의 50%인 때에는 레버리지 비율이 2배, 75%인 때에는 4배가 되는데 이는 집주인의 자기자본수익률이 높아지는 비율이다.


일각에서는 BC 15세기 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안티크레시스(antichresis)를 전세제도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안티크레시스는 '부동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의미이다. 근대 서양의 전세제도는 1804년 제정된 나폴레옹법에서 규정된 이후 스페인을 거쳐 남아메리카 지역에 전파됐다. 현재까지 안티크레시스 전세제도가 존재하는 사례는 볼리비아가 유일하지만 그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 각국 주택임대차계약의 압도적 다수는 월세인 것에 비하여 우리는 사실상 유일하게 전세가 상당히 보편화 된 상황이다. 전세제도는 한국인의 주거권에서 중요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데 우리 민법전에는 전세권에 관하여 17개의 조문을 두고 있다.


임차인의 계속적 주거권


우리의 보편적 관념은 '임대차계약(agreement)과 임차권(tenancy)의 구분'에 대하여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임대차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임차권은 당연히 종료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임차인의 '계속적 주거권'이 매우 취약하다. 2020년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을 놓고 벌어지는 다툼은 이러한 관념에 근거하고 있다.


전세계약시 집주인의 레버리지 비율은 전세금의 크기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이는 세입자가 제공하는 무이자의 사(私)금융이다. 예컨대, 전세금이 부동산가격의 75%인 때에는 집주인은 불과 25%의 투자금으로 집을 소유한 것이다. 집주인은 장기계약 보다는 단기계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손익변동이 레버리지 비율에 상응하여 확대되기 때문이다. 반면 월세계약의 집주인은 상대적으로 장기계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임차인의 계속적 주거권은 일반적 국제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그 이유는 전세제도를 통하여 부동산이 레버리지투자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전세제도가 없는 독일, 영국, 일본 등 다수의 국가에서는 '무기한의 주택임대차계약이 원칙'이고 일단 성립한 주택임대차계약은 해지요건이 매우 엄격해서 임차인의 계속적 거주권이 강하게 보호된다.


한편 프랑스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최단기간보장'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최단기간이 3년이고 3년 단위 갱신에 회수 제한이 없는 점 등에서 우리보다는 계속적 주거권 보호에 유리한 구조이다. 이들과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임차인의 계속적 주거권의 보호는 매우 미흡하다.


독일 민법의 임대차 조항은 이러하다. '임대인은 임대차관계의 종료에 정당한 이익을 가지는 때에만 해지를 할 수 있다. 차임인상을 위한 해지는 배제된다.'(제537조). 한편 영국의 '1977년 차임법'(Rent Act 1977)은 임대차계약의 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도 임차인이 동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한 '법정임대차'(statutory tenancy)로 간주하여 계속적 주거권을 보호한다. 이 조항들은 우리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대료 결정의 객관성


우리 헌법은 국가가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5조). 한편 우리 민법은 경제사정 등의 변동으로 인하여 임대료가 적절하지 않게 된 경우에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각각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628조). 이는 임대차계약을 당사자 간 '사적자치'에 맡기는 것으로 선진국의 제도와 큰 차이가 있다.


또한 대법원은 차임증감청구권을 '형성권'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임대료의 증감에는 정부 등 제3자가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더욱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 보장을 목적(제1조)으로 제정되었음에도 '신규계약의 부당한 임대료 인상'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는 계속적 주거권이 취약한 현실과 맞물려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1958년에 제정된 민법의 차임증감청구권 조항은 60년이 넘은 기간 동안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고 같은 기간 동안 법원이 보수적인 해석을 고수해온 결과 우리의 임대차제도는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임대료 결정의 객관성이 결여되어 약자인 임차인의 보호가 매우 부족하다.


독일의 경우 임대료를 인상하려면 민법에 규정된 차임일람표, 차임정보은행상의 자료, 공적으로 위촉된 전문가의 감정서 등 객관적 제3자의 기준을 통하여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독일 민법 제558조의a). 독일 민법은 제557조 이하 12개 조항에 걸쳐 '임대료 인상'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며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77년 차임법(Rent Act 1977)에 차임담당공무원(rent officer) 또는 차임산정위원회(rent assessment committees)가 공정차임을 산정하도록 규정하는 등으로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동법 64B~70조). 프랑스의 경우 2014년 알뤼르법(Loi ALUR 2014)에 신규계약의 임대료는 해당 지역 임대료의 중앙값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임차인을 보호한다.


세 선진국의 제도는 임대료 결정을 '사적자치'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객관성 확보' 제도를 도입하여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크게 다르다. 우리 정부도 이제는 선진국으로 성장한 국격에 걸맞게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임차인의 계속적 주거권 강화'와 '임대료의 객관성 확보' 제도를 도입하여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에 동참할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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