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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완도 일가족 사건 : 눈물을 멈추는 방법을 모르겠다

  • 송고 2022.07.04 14:18 | 수정 2022.09.22 20:57
  • EBN 관리자 (rhea5sun@ebn.co.kr)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EBN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EBN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오로지 기술성만이 자산성의 전부라고 이야기해왔지만, 그간 경험한 바에 따르면 마켓메이커를 동원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맛을 들인 프로젝트는 더 이상 기술 개발에 매진하지 않는다.


글로벌 세력들과 결탁해 가격을 끌어올리고 정점에서 팔아치우며 그저 수많은 개미들을 시체로 만드는 데 무감각해지면서 자신들의 성공에 도취되어 버리는 것을 아주 자주 보았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초기에 내걸었던 기술의 방향성이나 경쟁력은 신기루처럼 흩어지곤 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 토큰을 여전히 쥐고 있는 홀더들뿐이었다.


2017년부터 지난 6년간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실패를 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보고 있다. 한편으로 기술 편집증적인 성향 때문에 투자자들과 시장의 외면을 받아 끝내 망해가는 프로젝트들을 동시에 목도하고 있다.


시장은 그저 크립토 자본과 결탁한 ‘멋진’ 기획상품들로 가득 차 있고, 이들이 결국 투자자들의 눈을 현혹하면서 돈을 번다. 이런 현실에서 누군들 변질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프로젝트가 초심을 지키며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주 루나 투자에 실패한 가족이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데리고 차량 채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모는 체험학습을 이유로 아이를 데리고 한달살이 제주여행을 간다 했고,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아이는 부패한 시신으로 부모와 함께 바다에서 차량으로 견인되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컴퓨터 판매 자영업을 하던 아이 아버지는 루나에 자산 대부분을 투자했고 루나가 마이너스 99.99%이 되면서 투자한 자산 전부를 잃었다. 절박한 상황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고르고 골랐을 투자의 끝이 0원이 된 상황. 분명 이들은 피해자일 뿐인데 세상은 어리석게 코인이 뭔 줄 알고 투자하느냐,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자산이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다고 투자했느냐며 이 부모를 비난한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질 않는다. 주식 투자에 실패해서 절망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고, 부동산 투자에 실패해서 절망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의 죽음에도 세상이 이렇게 가혹했던가. 알 수가 없다. 그저 지하방에 사는 젊은이가 지상층으로 올라오기 위해서, 월세에서 살던 신혼부부가 전세로 옮겨 가기 위해서, 동네 마트에서 사주던 아이 간식을 백화점에서 사주기 위해 암호화폐에 투자했을 뿐인데, 왜 이들이 욕을 먹어야 하는 건지, 이들의 투자 실패가 정말 이들의 잘못이 맞는 건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들은 피해자일 뿐이고, 분명 잘못한 이들은 이들이 투자한 코인의 발행자인 프로젝트가 아니던가. 처음부터 기획된 사기이거나, 사기가 아니었더라도 프로젝트가 야심차게 내걸었던 기술개발이 실패했거나, 기술은 간신히 개발했지만 이미 시장 경쟁력이 없거나, 비즈니스 모델 적용이 이미 용이하지 않아서 발생한 실패로 코인 가격이 하락했다면, 이 실패는 명실상부 전적으로 프로젝트의 실패다.


그렇다면 잘못은 투자자가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코인을 판 프로젝트의 잘못이다. 그리고 이 망할 프로젝트들을 알면서도 함께 눈을 속인 VC들과 거래소, 그리고 코인 평가사들의 공동 책임이다. 그런데 왜 이 명백한 범죄자들을 놔두고 피해자들을 욕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죽음으로 내몰린 이들은 그저 자신의 얼마 안 되는 자산으로 조금이라도 나은 물리적 환경을 만들어보고자 부지런히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평범한 우리 같은 사람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암호화폐를 통해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꾼 것이 왜 죄가 되는지 되묻고 싶다.


그럼에도 돈에 미쳐 돌아간 프로젝트들은 완도 일가족의 비극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내 지갑에 들어오는 당장의 비트코인과 현금이 전부다. 기술은 나아진 게 없는데 이름만 바꿔가며, 메인넷을 레이어1으로, 사이드체인을 레이어2로, 합의노드를 벨리터이터로 바꿔 전형적인 “낯설게 하기”의 마케팅 기법을 따르며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이 작금의 블록체인 기술 생태계다. 기가 막히다. 사람은 성형이라도 해서 달라지려 애쓰는데, 기술은 그저 이름만 바꾼다. 참 양심도 없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크립토 산업은 국적과 영역을 가리지 않는 글로벌 산업이다. 그래서 한 국가의 제도적 인프라에 구속받거나 제약받지 않는다. 한국에서 규제가 문제되면 싱가포르에 가서 법인을 세우고 토큰을 발행하면 되고, 싱가포르의 규제가 강화되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나 말레이시아 라부안의 조세회피지역으로 법인의 본거지를 옮기면 된다. 어떤 국가에서 어떤 규제를 만들든 피해갈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발행해서 미국 거래소가 파는 코인을 우리나라 국내법이 아무리 강화된들 막을 수 있을까. 아니, 어떤 국가도 막을 수 없다.


크립토의 기술력 상실로 인한 가격폭락은 어떤 국가의 규제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로지 프로젝트 자체의 출발부터 현재까지의 마인드 컨트롤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내부적 시스템의 구비 여부만이 프로젝트의 변질을 방지할 수 있을 뿐이다. 타의에 의한 방제책이 아닌 자의적 도덕률에 의해서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프로젝트들이 내부적 시스템을 갖추기도 전에 돈에 취해 기술적 방향성을 상실해버렸다.


“루나에 투자한 모든 자산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죽음입니다”라는 간결한 메시지만을 남기며 완도 일가족과 같은 최후의 선택을 한 사람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는 자신의 프로젝트가 일궈낸 이 전 지구적 죽음의 행렬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말 죽어야할 사람이 있다면 토큰 투자자들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의 기획자와 이 프로젝트를 시장에 띄운 VC세력들이 아닐까.


그저 조금 더 편안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조금 더 여유 있는 일상을 도모했을 뿐인데, 그 투자의 결과가 너무나 참담하고 가혹하다. 루나가 급락하던 상황에서조차 국내 유일의 코인평가 기업인 쟁글의 루나의 평가 점수는 A+, 최상위 그룹이었다. 루나의 가격이 급락한 일주일이 지나서야 쟁글은 루나의 평가등급을 BB로 정정했다. 망하고 나서 예측하는 평가기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주 로또 당첨 번호를 이번 주에 알려주는 점쟁이 같은 평가기관. 이런 때늦은 예언력을 가진 점쟁이를 보면, 그저 턱이 돌아가도록 뺨을 갈기면 그만이지만, 국내 유일의 코인 평가사인 쟁글의 평가기준을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쟁글에 어떤 식으로 피해를 책임지라 해야 할까. 이들도 쟁글의 대표부터 주요 임원들을 줄 지워 세워놓고 턱이 돌아가도록 뺨을 갈기거나 정강이라도 걷어차야 하는 할까. 피해자가 뭐라고 나서기 전에 쟁글이 먼저 나서서“우리의 실력은 이 정도 밖에 안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가진 모든 것을 루나에 투자했던 한 가족이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이 불가능질 정도로 경제적 기반을 잃었다. 일가족이 바다에 뛰어들기 전까지 함께 했던 20여 일 동안 아이를 보며 부부가 느꼈을 절망감과 미안함, 막막함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거운 죽음의 무게를 그저 감당했어야할 어린 영혼의 고통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부모와 아이가 죽음 직전까지 함께 느꼈을 참담함과 좌절을 생각하면 흐르는 눈물을 멈출 길이 없다.


그들의 선택이 옳았는가를 묻기 전에 그 코인을 발행한 프로젝트에 진심으로 묻고 싶다.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이 자산성을 가지는 근거는 오로지 기술이 가지는 경쟁력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들이 과연 기술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기술의 경쟁력을 통한 토큰의 자산성 유지에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기술적 개발에 얼마나 전심으로 매진해 왔는지 따져 묻고 싶다. 루나의 실패로 한국을 기반으로 한 김치 프로젝트 투자가 망했다는 블록체인 업계의 목소리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 당신들은 정말 당신들의 투자자, 그리고 당신들이 발행한 토큰홀더들을 위해 얼마나 가열차게 매진하고 있는지를 먼저 따져 묻고 싶다.


그저 잘 기획된 상품으로 혹은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글로벌 투자자를 유치해 마치 기술적으로 대단한 무엇인가를 성취한 것처럼 포장한 프로젝트들은 발행비용 0원에서 단숨에 수백, 혹은 수천 배로 토큰 가격을 끌어올린다. 하루아침에 해당 프로젝트 주요인사들과 투자자들이 모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황금비를 경험한다. 현재의 크립토 자본과, 글로벌 크립토 VC와, 유명세를 떨치며 수천 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대부분이 이렇게 성공했다. 그 성공의 기반 아래, 얼마 안 되는 자산으로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다가 모든 것을 잃은 수백, 수천만의 글로벌 개미들이 있었을 뿐이다.


매년 12월이면 성공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크립토 자본가들이 미국 마이애미에 위치한, 하룻밤에 수천 만 원이 넘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글로벌 미녀군단들과의 섹스와 마약이 뒤섞인 난교 파티를 즐기는 동안 이들이 발행한 토큰에 투자했던 토큰 홀더들은 모든 자산을 잃고 어린 자식을 데리고 차가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이 비극에 대해 크립토 셀럽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 프로젝트 대표 개인에 대한 공격은 있을망정 블록체인 산업과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근원적으로 되묻고 반성하는 목소리를 아직까지 들어본 적 없다.


완도 일가족의 부모는 죽음을 결심한 상황에서 아이를 데리고 20여일의 시간을 오롯하게 함께 보냈다. 물놀이 시설이 완비된 곳에서조차 그저 방안에 머물렀을 뿐 단 한 번도 아이를 데리고 시설을 즐기지 못했다. 그 시간 내내 아이를 바라보며 부모가 느꼈을 참담함과 좌절감,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무거움을 그저 감내했어야할 어린 영혼을 생각하면 도저히 눈물을 멈출 방법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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