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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상폐빔을 맞고자 했던 그대에게

  • 송고 2022.06.10 02:00 | 수정 2022.09.22 20:58
  • EBN 관리자 (rhea5sun@ebn.co.kr)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EBN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EBN

코인 투자는 왜 할까. 한 마디로 돈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적은 종자돈으로도 금방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엔 있다. 백만 원이 천만 원이 되려면 주식시장에서는 상한가를 거듭 쳐도 몇 주는 걸린다. 하지만 코인 세계에서는 운만 좋으면 하룻밤 안에도 경험할 수 있는 기적이다. 수익을 만들어내는 속도감이 그 어떤 자산보다도 빠르다.


부동산 가격이 아무리 가파르게 오른다 한들 비트코인 가격만큼 가파를까. 코빗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엄청난 가격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출시 이후 80,000%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토록 짧은 시간 내 이처럼 많이 올랐던 자산은 여태껏 없었다. 그래서 개미도 사고 고래도 사고 기관도 사기 시작했다.


장이 좋을 땐 금방 백만 원이 삼백만 원이 되고, 다시 천만 원이 되고 이게 다시 억 단위로 늘어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2017년부터 2018년 1월까지의 불 마켓(bull market)과 2021년 1사분기를 제외하곤 이런 행운은 좀처럼 찾아오질 않는다.


장이 좋으면 또 뭣 하겠는가. 매도 타이밍을 좀처럼 찾질 못하는데.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가격을 따라 오를 땐 더 오를 것 같아서 팔지 못하고, 내리면 본전 생각에 팔지 못한다. 어쩌다 이익을 남기고 팔고 나면, 내가 판 매도가를 한참 웃도는 가격으로 치고 올라간다. 진득하게 기다렸다가 더 높은 가격에 팔지 못한 스스로의 조급함을 자책하며 원통한 마음이 들어 이익을 거뒀다는 만족감보다는 큰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상실감에 속이 쓰리다. 다음엔 기다렸다 팔아야지 마음먹는다.


그래서 더 오를 줄 알고 기다렸는데 상승세가 눈에 띄게 약해지더니만 금세 매수가보다 더 내려가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가격이 반등하길 초조하게 기다리지만 내림새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급하게 손절하면 잠시 뒤 기가 막히게 다시 가격이 올라가서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팔면 올라가고 사면 내려가는 신통방통한 마이너스 투자 기법. 천만 원이 될 줄 알았던 백만 원은 이미 몇 십만 원으로 쪼그라들어 있다. 이런 거래를 두어 차례 거듭하고 나면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가 된다. 투자한 돈의 단위가 커질수록 수익에 대한 간절함이 클수록 정신의 혼미함과 가슴속 애통함은 더 커진다.


어쩌다가 큰 수익을 거두는 날도 있다. 의기양양한 마음으로 게시판에 수익인증을 하고나선 은행으로 현금을 계좌이체 시킨다. 인증글에 부럽다는 사람들의 댓글을 읽으면서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그간 겪었던 극심했던 마음의 고통을 떠올리며 다시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지만, 저도 모르게 습관대로 휴대폰 속 코인 가격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사면 돈이 되겠다 싶은 종목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주저하던 사이에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차트를 보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말이 안 되지.


급하게 은행에서 거래소로 현금을 이체해 매수에 뛰어든다. 그러나 사고 나면 역시나 지지부진해지는 상승세. 그러다 하락세로 돌아서길 수차례. 다시금 24시간 쫓기는 마음으로 거래소 차트만 들여다보는 처지가 된다. 산 위로 돌을 올려놓으면 다시 굴러 떨어지는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처럼 무한히 이 과정을 반복한다. 손익과 상관없이 이 모든 과정이 벌을 받는 것처럼 괴롭고 고단하다.


돈을 잃어서 불행한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돈을 벌어도 불행함을 느낀다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지만, 작년 12월말 국내 거래소 이용자수는 1,525만 명, 성인 3명 중 1명이 코인투자를 하고 있다. 이중 천만 명 이상이 2030세대다. 월급이 올라봤자 소비가 조금 수월해질 뿐 저축을 늘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저축으로 집을 사는 건 이미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연봉이 아무리 많아도 1억 원을 모우기란 지난한 일인데, 수도권 대부분의 아파트 값은 10억 원을 훌쩍 넘어 버렸다.


그래서 2030은 코인투자를 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코인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오히려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와 희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고단함보다는 수익의 달콤함이 더 크다. 그래서 과감히 혹은 무모하게 상폐빔을 맞으러 망해가는 코인을 사기도 한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100달러를 웃돌던 루나의 가격이 몇 센트로 떨어지고 투자자들은 원금의 99.99%를 잃었다. 만원을 투자했으면 1원이 되고, 천만 원을 투자했으면 천원이 되는 끔직한 상황이 일어났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네이버 규모의 기업이 사라지는 대규모 손실(51조원)이 발생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전 세계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루나 코인의 상폐가 결정되자, 대규모 투자자들이 새로 유입됐다. 지난 5월 6일 10만 명이었던 루나 홀더는 열흘 만에 28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보유한 루나의 개수도 320만개에서 700억개로 2200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들은 모두 상폐빔을 노리고 들어온 이들이다.


상장폐지를 앞둔 상황이라 거래가격이 워낙 낮아 약간만 올라도 금방 원금의 배 이상 수익이 날 수 있다. 게다가 세력들이 들어와서 규칙적인 가격 끌어올리기를 하면서 일정한 저점과 고점의 범위 내에서 오르내리는 차트를 보고 있자니, 사이렌의 노랫소리처럼 사람을 홀린다. 차트가 규칙적으로 보여주는 저점에 들어가 수익이 나면 그 즉시 탈출하는 전략으로 두어 번쯤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엔 사이렌에 홀린 선원들의 최후처럼 물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상폐빔을 노리고 들어갔던 18만 명의 신규 투자자 대부분이 큰 손실을 입었다. 투자자들은 분노한 마음으로 거래소에 책임을 묻고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를 고소하는 집단행동에 들어갔지만, 사실 그들도 죽음의 폭탄 돌리기란 걸 이미 알면서 참여한 게 아니었던가. 다만 그 폭탄이 내 차례에서 터지지는 않을 것이란 불합리한 낙관을 가졌을 뿐이다.


삶의 물리적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 영혼을 갈아 넣는 고단함도 감내했지만 결국엔 손실로 끝나버린 투자자의 비통한 심정을 어떤 말로 위로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막막한 상황일수록 요동치는 감정을 건조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성이 욕망에 얼마나 취약한지 이번 기회로 알았다면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투자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되지 않도록 많이 자고 생각을 줄이면서 투자로 피폐해진 심신을 좀 쉬게 해주길 바란다.


코인 투자는 원래 이렇게 한 번씩 죽을 만큼 물을 먹는다. 누가 먼저 물을 먹느냐 일뿐, 누구나 한 번씩은 물을 먹는다. 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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