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 '줍줍' 사모펀드 '대박-쪽박' 기로

  • 송고 2021.09.15 10:45
  • 수정 2022.10.22 10:59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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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법정 싸움

IMM PE, 한샘·펫프렌드 인수 전략 직접 주도

KKR, 인수 5년 '티몬' 적자…투자금 회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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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참여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매물로 나온 유통기업들을 쓸어 담고 있지만 초기 계획과 다른 상황과 맞물려 희비가 갈린다. 거래 전략과 투자금 회수로 주목 받은 곳이 있는가 하면, 인수 결렬로 법정 싸움에 휘말린 곳도 발생하는 등 대조적 모습이다.


이들 사모펀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촉발된 유통업 지각변동이 새로운 사업 실현의 기회로 받아들였다. 몸값을 키워 자금회수 전략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관측했지만 돌발 변수 발생에 당황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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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PE: 한샘·펫프렌드 인수전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IMM PE가 롯데쇼핑을 한샘 경영권 인수전에 전략적 투자자로 손 내민 상황에서 뜻밖의 변수를 만났다. 한샘 2대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가 이번 인수에 대해 제동을 걸며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돌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출자 금액 2995억원으로 한샘 지분 약 5%를 확보하며 IMM의 전략적 투자자로 나설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같은 인수 전략을 짠 IMM이 한샘 2대 주주를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 소송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IMM PE는 1999년 설립된 한국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 계열사다. IMM PE는 이전에도 성공적으로 기업 가치를 올려 차익 실현을 기록해온 명성을 쌓아왔다. 지난 7월에는 GS리테일과 함께 김창원 펫프렌즈 대표와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이 보유한 펫프렌즈 지분 95%를 사들인 바 있다. 반려동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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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 : 남양유업과 법정 싸움


돌발 변수는 남양유업을 인수키로 한 한앤컴퍼니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14일 남양유업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경영진 교체와 매각도 모두 미루면서 한앤컴퍼니와 맺은 매각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앞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 5월 사퇴와 함께 한앤컴퍼니와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 1일 한앤컴퍼니에 계약 해제를 통보하며 회사 매각을 무효화했다. 이에 한앤컴퍼니 측은 홍 회장에 경영권 매각에 대한 계약 종결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 간의 법정 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남양유업은 이와 별개로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 오는 10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경영 안정화를 논의할 방침이다.


인수합병업계 관계자는 "기업 거래에서 최대변수는 매각을 결정하는 최대주주의 변심"이라면서 "한앤컴퍼니로선 출자자(LP)와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소송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양유업 사례와 같은 돌발 변수는 사모펀드 운용사들 수익 레코드와 평판에 리스크로 작용한다고도 말했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5년여 만에 웅진식품 기업 가치를 2배 이상 키워 상당한 차익 실현을 이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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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R : 적자 티몬 자금 회수 고민


줄곧 잭팟을 터뜨려온 사모펀드일지라도 코로나19라는 외생변수에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티몬으로부터 투자금 회수를 성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KKR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함께 티몬 최대주주다.


KKR은 이미 국내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여러 차례 쓰며 유명세를 탔다. 오비맥주 매각이 대표작이다. KKR은 2009년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함께 AB인베브로부터 오비맥주 지분 100%를 18억 달러(한화 2조1112억원)에 인수한 뒤 경영 혁신으로 기업 가치를 올렸다. 2014년 인수금액의 3배가 넘는 58억 달러(한화 6조8028억원)에 AB인베브에 다시 매각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티몬에서는 출구 전략에 고배를 마시고 있다. 지난 2015년 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그루폰으로부터 티몬(당시 티켓몬스터) 경영권을 인수했다. 가격은 8000억원대로 전해진다. 사모펀드는 통상 투자 후 5년이 지나면 자금 회수를 시도한다. 최근 티몬이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계획을 접은 만큼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상장 의지를 피력해온 티몬은 다른 시기에 상장을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2010년 소셜 커머스로 첫 발을 뗀 3사(쿠팡·위메프·티몬) 중 티몬은 최근 3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업이익 기준 △2018년 1255억원 적자 △2019년 746억원 적자 △2020년 631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수익 극대화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은 △2018년 4972억원 △2019년 1722억원 △2020년 1512억원이다.


티몬 관계자는 "2019년부터 직매입 구조의 마트사업 등 직접 물류 서비스를 중단함에 따라 중단사업손실 반영하고 수수료와 기타 광고 등의 순매출만 공시했다"면서 "2018년도와 같은 일반기업회계기준 반영 시, 2019년 매출은 6721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업계가 코로나19 여파로 높아진 비대면 쇼핑 수요 기회를 얻었지만 업계 전반이 적자를 감안한 출혈경쟁에 돌격하면서 티몬으로선 밀리고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IB업계에선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KKR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이커머스에 기회가 되면서도 출혈경쟁을 촉발시켰다고 볼 수 있다"면서 "티몬도 2019년 대기업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것이 냉정히 말해 '마지막 투자금 회수 기회'였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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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 : 홈플러스 경영 난항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점포 매각과 부동산자산 유동화를 통해 점진적인 수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적자를 기록한 홈플러스 영업력이 회복되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 5월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제훈 사장이 홈플러스 사업 체질 개선과 함께 매각작업까지 진행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은 대형 딜에서 막강한 차익 실현을 해온 MBK파트너스에 이례적인 흑역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험사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와 코웨이 매각으로 MBK파트너스가 벌어들인 수익은 4조원에 가깝다.


MBK파트너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장에선 MBK파트너스가 여러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다양한 수익률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 진다"면서 "장기간 유지한 명성과 위상, 출자자들과의 신뢰가 MBK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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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너피에쿼티파트너스 : 버거킹 매각·요기요 인수·SSG닷컴 자금회수


요기요 새 주인이 되는 외국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PEF) 어피너피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가 보유 매물인 버거킹 매각에 나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2위 배달앱인 요기요 인수로 버거킹과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관측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버거킹을 팔 계획에 나섰기 때문이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신세계그룹 SSG닷컴 출범 때도 초기 투자금을 투입했다. 지난 2018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블루런벤처스와 함께 SSG닷컴에 총 1조원을 투자하면서 5년 이내 상장 추진을 요청했다.


당시 기업 가치를 3조300억원으로 평가 받은 SSG닷컴은 현재 상장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관련 준비 중에 있다. 시장에선 SSG닷컴 상장 후 기업 가치를 최대 10조원으로 추산한다. 내년 상반기가 상장 시점으로 점쳐진다.


이밖에 지난 7월 글로벌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은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에 약 5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에 나섰다. 당시 오아시스는 7600억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고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같은 사모펀드의 유통업 투자 진출은 그간 선호해왔던 금융업에서 투자 전략을 바꾼 결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라이선스 사업인 금융업은 과점적 경쟁을 통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지만 규제가 많고 저금리 여파로 새로운 운용 전략이 필요 하는 등 시장 변화를 감당해야해서다.


반면 유통업은 금융업보다 상대적으로 기술 등 진입장벽이 낮고 브랜드 관리·마케팅으로 단기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인수한 지 3~7년 안에 매출, 영업이익 등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데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패턴이 비대면으로 급변하면서 사모펀드들이 트렌드 변화에 즉각적인 유통업 인수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에 기업 수가 많은 유통기업이 인수 대상이 되기 쉬웠다"면서 "경쟁이 과도한 유통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지면서 사모펀드가 추구하는 이익률을 달성할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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