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악어의 눈물'

  • 송고 2021.08.31 10:51
  • 수정 2021.08.31 16:06
  • EBN 이해선 기자 (su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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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선 유통중기부 기자

이해선 유통중기부 기자

"남양이 남양했다." 갑질과 각종 위법 행위도 아랑곳 않고 반성없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쫒는 행태에 대한 소비자들의 냉냉한 조소적 반응이다.


이 말이 또 나오고 있다. '대리점 갑질사건' 이후 끊이지 않던 부정적 이슈에 정점을 찍은 '불가리스 사태'로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힌 지 3개월만이다.


지난 5월 홍 회장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눈물도 흘렸다.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포기하고 자식에게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 했다.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비롯됐으니 본인의 사퇴를 계기로 남양유업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달라던 그의 말을, 회사를 지켜낼 수 있다면 사퇴도 감내하겠다는 '책임감' 정도로 이해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를 포기한다는 발표를 하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음은 분명해 보였다. 말을 잇지 못하고 중간중간 소리죽여 흐느끼는 모습에서 복잡한 그의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났으니 말이다.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지분 매각 소식까지 들려왔다.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 37만8938주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 계약 후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매각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 남양은 또 남양 했다.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기로 했던 지난달 30일 남양유업은 돌연 임시주주총회를 연기했다고 발표했다. 그 사이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던 그의 두 아들 중 보직 해임됐던 장남은 전략기획 상무로 복직했고, 차남은 임원으로 승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퇴하겠다던 홍 회장은 지난해 회사의 어려운 상황으로 일부 반납했던 연봉을 올해는 고스란히 올려받아 전년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으며 회장직을 유지 중이었다.


3개월 전으로 돌아가보자. 노구를 이끌고 나와 국민들 앞에서 사죄하며 흘린 홍 회장의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악어의 눈물이라는 수식조차 아까울 지경이다.


한앤컴퍼니는 홍원식 회장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에게 이제 '아름다운 퇴장'의 기회는 사라졌다. 아니 스스로 걷어 찬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홍 회장 눈물이 직원들의 피눈물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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