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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확증편향'에 빠진 최고이자율규제

  • 입력 2021.08.30 10:22 | 수정 2021.08.30 13:11
  • EBN 관리자9 관리자 (khkim@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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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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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서민을 위한’ 공약들이 하나 둘 씩 구체적으로 나온다. 그 중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 최고이자율 인하다.


우리나라에서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는 최고이자율규제 제도는 2002년 시행된 대부업법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이후 최고이자율은 공교롭게도 대선이나 총선, 심지어 지방선거나 보궐선서를 앞두고 공약이든 선거를 의식한 정책이든 넘쳐났다. 모두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이었고 이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고이자율 인하는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낮아진 이자율로는 아예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사채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부작용 또한 적지 않았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2018년 이자율 인하 이후 대부업체에서 조차 대출이 거절되어 불법사채로 전이된 수가 매년 10만 여명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 불법사채로의 전이를 흡수하고자 정책금융상품을 내 놓고 있지만 그 규모가 부족한 형편이고 또 10%를 훌쩍 넘는 부실로 인해 지속가능성 문제를 안고 있다.


필자는 이자율인하정책의 효과를 논하기 이전에 때만 되면 등장하는 최고이자율 인하 주장이 대중주의에 기댄 선동성에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그간 이자율 인하의 논거로는 주요 선진국의 입법례를 근거로 들어왔다. 거개가 20%정도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미국 일부 주의 최고이자율규제를 근거로 삼고 있으나 규제가 없는 주에서 규제가 있는 주로의 소위 ‘금리수출’이 허용되어 사실상 사문화 되었다. 또 규제가 있는 주에서도 이자율 상한규제의 적용은 대출 액수나 규모 또는 대출의 형태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점에는 눈을 감는다. 1주에서 한 달 정도의 단기 소액 급전 상품인 페이데이론은 연리로 환산한 이자율이 세 자리이지만 합법적이다. 이를 언급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영국도 일반적 이자율규제제도는 없고 미국의 페이데이론과 같은 ‘고비용 단기 소액대부’에 대해 월 24%(최대 100%한도)를 비용상한으로 규제하고 있고, 프랑스의 경우는 이자 자체는 연 20% 수준으로 규제하지만 우리처럼 이자에 수수료, 연체이자, 중도상환수수료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는 아예 민법의 일반원리인 ‘불공정한 폭리행위 이론’에 맡기고 있어 일률적 규제는 없다. 일본은 20% 상한을 두고 있지만 50년 이상 형사처벌 기준을 이 보다 훨씬 높게 유지해 온 연혁이 있다.


어떤 입법 제안이유서나 청원이유서에도 이러한 세부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저 선진국의 입법례는 ‘연리 20% 수준’이라는 내용 정도다. 최소한 입법례 운운하려면 제도의 내용은 물론 그 운영실태를 제대로 살피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이쯤 되면 확증편향이거나 견강부회(牽强附會)라 해도 과하지 않을 법 하다.


한 대선후보는 10% 최고이자율 주장의 근거로 세종조의 환곡을 들기도 한다. 그는 “세종은 연간 10%가 넘는 이자는 공, 사채를 불문해 금지하고 고리대를 없애기 위해 사창(社倉)을 설치해, 1섬에 연간 3되(즉 3%)의 저리로 곡물을 빌려주도록 했다”며 자신의 주장을 은연 성군(聖君)에 견준다.


고려 때 자모정식(子母停息)이나 조선의 일본일리(一本一利)도 이자제한의 근거로 입법과정에서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 제도를 따라 이자는 원금을 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인데,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방점이 ‘故’가 아니라 ‘新’에 있음은 상식일 터임에도 마치 옛 것만 온당하다며 거기에 기대려는 모습이다.


남의 것을 참조하려면 제대로 들여다보고 우리 실정도 참작해야 할 것이며,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뀐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곡식 빌릴 때 적용되던 제도를 옳다며 가져다 쓰겠다는 ‘억지춘향’ 발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결국 ‘조선후기의 환곡’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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