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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매수' 리포트, 이 정도면 복붙인가요

  • 입력 2020.10.16 17:40 | 수정 2020.10.19 14:34
  • EBN 이남석 기자 (leens0319@ebn.co.kr)


이남석 EBN금융증권부 기자ⓒ이남석 EBN금융증권부 기자ⓒ

첫 단추를 잘못 꿴 옷을 다시금 고쳐 입기란 예상외로 적잖은 번거로움이 수반된다. 더욱이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분일초가 다급한 상황이라면 처음 실수는 꽤나 치명적이다 못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출 전 모든 단추를 다시 채우는 번거로움을 기꺼이 무릅쓴다. 잘 꿰인 첫 단추로부터 시작된 자신의 정갈된 모습이 상대방을 향한 '존중'이자 '신뢰'를 쌓는 방법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게는 "기본을 지키는 자가 결국 신뢰를 얻는다"는 이 지리한 공식이 오통하지 않는 듯 싶다.


활황장과 폭락장에도 미중무역 갈등과 일본의 수출 규제, 지구를 뒤흔든 코로나19 사태에도 일관된 '매수' 리포트를 내놓으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 과연 모든 국내 증권사에 같은 브랜드의 '복사·붙여넣기' 전용 컴퓨터가 있는 것은 아닐지 궁금할 정도다.


최근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증권사별 투자의견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31개 국내 증권사에서 낸 매수의견 보고서 7만8297건 중 '매도의견'은 단 55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퍼센트화하면 0.07% 수준으로, 비단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국내 증권사의 '매수' 리포트 관행을 지적하는 데 있어 그들이 처한 환경을 마냥 배제할 수는 없다.


애초 증권사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이루지 못한 태생적 한계. 이로 인해 생겨난 기업으로부터의 탐방 및 면담 압박은 이미 업계 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 못 꿰었다고 언제까지 '제 살 깎아먹기' 식의 현 관행을 이어갈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기업 압박에 못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매수' 리포트만 주구장창 찍어낸다 한들 스스로 경쟁력 없음을 자처하는 것과 같다.


변화를 위해서라면, 일각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리포트 유료화' 등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행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한편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고민도 한층 깊어졌다고 한다.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증가에 따른 리테일 수익 증가는 반가운 일이지만, '유튜버'라는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만나 자존심을 구기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까지 앞세우며 부랴부랴 홍보에 열중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이를 두고 한 경영학과 교수는 "유튜브는 애초 성격 자체가 개인적인 속내를 드러내야만 히트가 된다. 개인 유튜버는 가능하지만 증권사는 아무래도 그럴 수 없다"며 유튜브 채널에서조차 과감한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는 증권사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잘못 꿴 단추를 다시 정리하는 것은 언제나 번거로운 일이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이 맡은 본연의 역할은 존재한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 센터의 사회적 역할은 '기업 눈치' 보기는 분명 아닐테다. 그들의 존재 이유, '소신과 객관성에 기반한 자본시장의 감시자 역할'을 다시금 떠올려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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